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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 활동기] 헌법재판소의 주민등록법 위헌 결정 중심으로 - 신훈민 변호사 2016.01.14 17:01 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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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3.

법재판소(이하, 헌재) 대심판정에 앉아서 선고를 기다렸다.

 

“2014헌마449,2013헌바68(병합)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등 위헌소원...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제7조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고...”

 

우와! 이겼다!

이혜정 변호사와 악수했다. 주민등록번호(이하, 주민번호) 제도가 헌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최초의 판단이다. 위헌 결정을 이끌어 냈다. 13자리 주민번호 제도를 도입한 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균열을 냈다. 15년 넘게 꾸준히 주민번호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한 진보네트워크센터(이하, 진보넷)를 중심으로 한 인권시민단체 활동의 성과이다.

 

2014년 1월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다. 진보넷 활동을 시작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을 때다. 주민번호 유출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인터뷰 요청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번 기회에 주민번호 제도 개편까지 추진하자고 논의했다. 주민번호 문제에 관한 전체 코디를 맡았다. 활동가이자 변호사로서 일하며 배운 것들 모든 것을 다 활용하기로 했다. 입법, 사법, 행정, 시민사회(언론) 총 4가지 방향으로 대응했다.

 

국회를 중심으로 한 입법 대응은 주민등록법 개정안 발의와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개정안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다. 10명의 전문가가 모이면 10개의 의견이 나온다. 의견 조율이 쉽지 않지만, 이왕이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 개정안을 손에 쥐고 있으면 여론전에 도움이 되고 정부를 압박하기 좋다. 국회의원실(진선미, 민병두, 정청래)과 지속해서 협업했는데, 문제 제기부터 실질적인 법 개정 단계까지 문제의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은 외부적으로 주민번호 이슈를 계속 환기시키고 내부적으로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계획된 시기에 주기적으로 개최해서 이슈가 식지 않도록 했다. 토론회를 계속하면 발제할 사람이 없어진다. 어쩔 수 없을 땐 직접 발제도 했다. 토론회 기획, 발제, 편집, 연락, 현수막, 명패까지 모두 혼자 준비하기도 한다. 토론회 등을 통해서 많은 전문가를 만났다. 진보넷의 기존 네트워크에 새로운 전문가를 더했다. 이렇게 쌓아 올린 네트워크는 헌법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법 대응으로 행정소송과 헌법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에 김기중 변호사가 진보넷과 함께 진행한 소송을 기반으로 삼았다. 당시에 주민번호 변경을 위해서 행정소송과 헌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헌법소송은 2014년 사건과 병합되었다. 아무도 할 것 같지 않았던 소송이라도 소장과 서면을 남겨두면 후배 변호사들에게 도움된다. 김기중 변호사의 소장과 서면을 발전시켰다. 원고 공개 모집부터 서면 작성까지 처리하느라 벅찼다. 당시 민변 상근이었던 이혜정 변호사가 민변과 같이하자고 전화했다. 완전 좋았다. 지금도 감사드린다. 이혜정 변호사가 변호사들을 모았다. 좌세준, 김진형, 신윤경 변호사가 결합했다. 주민번호에 대한 모든 국내 자료를 검토했다. 행정소송은 1심에서 졌다(각하). 소송비용(변호사비용)이라는 후폭풍이 남기는 했지만, 행정소송을 거치면서 관련 자료를 매끄럽게 정리했고 쟁점도 거의 해결했다.

 

헌법소송에서는 자료 수집에 집중했다. 끊임없는 구글링으로 온갖 자료를 찾았다. 유출된 주민번호로 인해 국가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까지 했다. 특히 헌재의 부담(?)을 덜어주려 주민번호를 변경해도 사회적 혼란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자료를 찾는 데 집중했다. 정부는 아무런 데이터 없이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추상적인 주장만 되풀이했다. 해외 자료와 유사 사례를 통해서 반박했지만, 뭔가 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 문제는 공개변론 때 해결됐다. 수학, 전산학, 정보보호학을 전공한 우리측 참고인이 나와서 주민번호를 변경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헌법 등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의 발언이 그토록 설득력 있을 줄은 몰랐다. 기대 이상이었다.

 

사법 대응을 시작하면 소송비용을 어떻게 모을지 고민했다. 소송비용은 시민분들이 마련해줬다. 진보넷의 소셜펀치를 이용해서 소송비용을 후원받았다. 80여 명의 이름 모를 시민분들이 적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50만 원까지 총 200만 원의 소송비용을 모아주셨다. 기대 이상의 호응에 감동 받았다. 변호사들이 지면 안 된다고 이를 악물었다. 100원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모두 정부와 법원에 줬다. 적자가 났지만, 처리 중이다.

 

정부에 대한 문제 제기는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통해 진행했다. 정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청문회를 통해 문제 해결을 독촉했다. 의원실이 주관한 토론회 때 담당 부처 담당자를 불러서 해결책은 있는 것이냐고 계속 물었다. 정부의 해결책 중 부족한 부분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내보냈고, 정부가 제출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정책권고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아주 좋은 결과물을 내놓았다. 헌재 공개변론 때 재판관들이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을 수차례 언급했다.

 

시민사회 대응은 언론에 집중했다. 거리 홍보, 1인 시위 등 시민과 직접 접촉도 했지만, 비중이 크지 않았다. 정보 인권과 관련된 이슈로 대중적으로 큰 호응을 얻기는 쉽지 않다. 주민번호 문제점은 그나마 많이 알려진 편이다. 대중운동 경험이 부족한 개인적인 역량 문제도 한몫했다. 언론을 통해서 매번 같은 내용을 담은 인터뷰와 글쓰기를 반복해도 지친다. 그래도 기회만 되면 말하고 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슈를 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는 지금까지도 고민거리다.

 

일련의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았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일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2년 전에 계획했던 대로 진행했다. 입법, 사법, 행정, 시민사회 대응은 하나의 고리처럼 앞뒤가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끼치며 돌아간다. 인권시민사회의 지지를 받은 진선미 의원 개정안은 정부 안에 맞서는 우리의 최종안이 되었고, 지금 헌재의 위헌(헌법불합치)을 등에 지금 국회에서 주민등록법 개정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진선미 의원 개정안이 등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토론회, 간담회, 인터뷰 자료 등 생산한 모든 자료를 헌법재판소를 설득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국회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시민사회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헌 선고를 듣고 대심판정을 빠져나와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중에도 많은 분들이 연락해주셨다. 축하와 칭찬이다. 진보넷 중심의 인권시민단체가 15년 넘게 싸운 결과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곳에서, 인권시민단체의 역량에 적절히 기댔을 뿐이다. 그중 가장 칭찬을 받아야 할 곳은 진보넷이다.

 

 

 

 

 

기자회견 끝나고 공감에 전화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2014년 2월 주민번호 제도 개편을 위해 싸우면서도 진보넷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다. 마침 공감에서 공변자립지원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감에서 지원금을 받으면 계속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나를 뽑아주기는 할까?’ 공변자립지원사업에 선발되었고, 그해 4월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다. 공감 덕분에 먹고 사는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진보넷 이슈에 집중했다. 운 좋게도 기대한 것 이상의 성과를 냈다. 지난 2년간 주민번호 이슈만 다룬 것은 아니다. 그간 모든 활동은 공감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감에 놀러 가겠다고 약속한 지 6개월이 넘었다. 인내하며 지켜봐 주셔서 더욱 감사드린다.

 

글_신훈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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