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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변호사, 대학생 등이 참여할 수 있는 공익활동 프로그램을 개발·중개하고, 공익단체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공익법활동을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특히 공감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쉽 제도와 인권법 캠프 등을 진행하며, 로펌이나 변호사가 공감의 활동에 재정지원 또는 직접 참여하도록 하거나 공익단체를 중개하여 공익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우리는 착취를 반대합니다' - 공감, 청년노동을 이야기하다 2016.05.16 17:05 3552
작성자 공감지기


 

 작년 8월, 강남역의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한 20대 청년이 작업 도중 승강장에 들어오는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서 사망한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이 비극의 배경에는 ‘청년노동’이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왜, ‘청년노동’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 청년은 왜 죽었을까요. 그는 서울메트로가 정비업무를 외주한 용역업체의 직원이었습니다.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는 이 청년이 지하철 운행시간에는 정비하지 않도록 하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며 죽음의 원인을 그에게 돌렸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매뉴얼이 현장에서 지켜질 수 있었을까요. 그의 죽음을 조금 더 살펴보면, 우리는 최저낙찰제로 스크린도어 설치사업을 시행한 정부, 이 때문에 비용을 아끼기 위해 스크린도어를 날림으로 공사한 업체, 이로 인해 하루에도 몇 건씩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고장과 이에 딸려오는 수리 업무,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토요일 오후의 강남역에서 도저히 매뉴얼을 준수하여 정비를 진행할 수 없었던 상황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청년은 왜 죽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보겠습니다. 그의 죽음은 위험한 업무를 불안정한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에게 맡기는 외주용역의 구조, 그리고 그러한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에 기인합니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정준영씨는 청년노동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생애 첫 일자리를 구한다”는 데에 있다고 말합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업무 숙련도가 낮으며, 이 때문에 사람들이 기피하는 불안정 고용형태의 노동자가 될 확률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문제제기는 중요한 목소리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여러 부당한 처우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번 월례포럼에서는 청년 노동자 당사자들 –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정준영 씨, 근로장학생 해고자 나단 씨, 인턴 이바름 씨, 그리고 청소년 노동자 이응 씨–을 모셔 청중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였습니다.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청년들 (1), 근로장학생 ‘나단’의 이야기


한 대학의 기자재실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약 1년 8개월 동안 일했던 나단 씨는, 어느 날 갑자기 9월 말까지만 일할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자신이 왜 해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따지고 드니 그가 들은 말은 “우리가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둬야지!”였습니다. 아무도 정확한 해고이유를 그에게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나단 씨는 자신이 겪은 이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학내에 자보를 붙이기도 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근로장학생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장학생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단 씨는 스스로를 ‘근로장학생 해고자 나단’, 그러니까 해고당한 사람이라고 지칭합니다. 장학생이었다가 장학금 수령기간이 끝나 일반 학생신분으로 돌아간 사람이 아닌, 노동력을 제공했다가 해고당한 노동자로 스스로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근로기준법 제2조에서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정의합니다. 법원 판례에서도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근로장학생은 명백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아닌 ‘장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인지되고 있으며, 이 신분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착취됩니다.


첫째, 근로장학생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사용자)은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줄 의무가 없습니다. 노동자라면 응당 누려야 할 권리인 최저임금, 4대 보험, 주휴/야근/연장 수당 등을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둘째, 근로장학생에게 지급되는 돈은 ‘임금’이 아닌 ‘장학금’이기에 대학들의 장학금 지급률을 부풀리는 데에 이용되고 있습니다.1 마지막으로, 근로장학생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교는 지시하는 업무 내용을 구체화해야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의무가 없어 사용자(대학)는 인력을 손쉽게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나단 씨의 경우, 기자재를 관리하는 기자재실 근로장학생으로 채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직원들의 사적인 일–가령, 교직원의 우편을 보내거나 가져오는 등-을 처리해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청년들 (2), 대학 조교 ‘이바름’의 이야기


이바름 씨는 교수님을 보조하는 프로그램 조교로 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및 행정 업무를 보조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에게서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해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받았다고 합니다. 중고물품을 거래해달라는 부탁부터, 대리점에서 비싼 돈을 주고 핸드폰을 사고 싶지 않으니 불법적이더라도 보다 저렴하게 핸드폰을 사는 방법을 알아보라는 일까지 해왔다고 합니다. 일의 업무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교수와 학생이라는 수직적인 관계 속에서 교수님이 지시하는 일들은 그 업무의 성격이 무엇이건 하게 되는 자신을 보며 자신이 온전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바름 씨는 말합니다.



청년노동 문제의 또다른 사각지대, 청소년 노동자 ‘이응’의 이야기


청소년 노동자 상담활동가 이응 씨는 고용형태의 피라미드의 아래에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 중에서도 청소년은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청소년 모두가 경험하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부당한 시선과 대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아무리 다른 노동자에 비해 경력이 길어도 청소년 노동자는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지시를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습니다. 반말 및 욕설도 일상적으로 경험하며, 상사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특히나 슬픈 점은, 청소년들이 차별과 착취가 심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청소년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알바 검색 앱에서 채용공고를 검색하였을 때, 18세 여성이 할 수 있는 일과 21세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전자로 검색할 경우에는 배달업무와 같은 노동강도가 강하고 업무환경이 열악한 직업의 채용공고들만 뜨는 반면, 후자로 검색할 경우에는 사무보조, 콜센터 직원 등 보다 안정적인 직업의 채용공고가 뜹니다.


이응 씨는 청소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없어 이들이 더욱 보호받지 못하고,  더 많은 노동문제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그는 청소년 노동조합을 조직해야겠다고 결심했었다고 합니다. 청년 대상 노조에는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등이 있으나 청소년노조는 없기 때문입니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정준영’의 이야기


정준영 씨는 청년유니온이라는 청년 대상 노동조합의 정책국장으로 일하며, 청년노동 문제에 대한 연구 작업을 하며 청년노동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는 청년노동을 얘기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 ‘열정의 착취’인데, 문제는 청년들은 열정만 착취되는 수준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기업들의 폭력에 의해 청년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삶은 어떻게 파괴되고 있을까요.


1. 2014년 가을,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24개월 동안, 여러 번의 ‘3개월 쪼개기 계약’을 감수하였습니다. ‘곧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사용자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어느 임원의 자녀가 정규직이 되면서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그는 “나는 24개월을 꽉 채워 쓰이고 버려졌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선 떠나고 말았습니다.


2. 한 대형호텔체인(L호텔)에서 그는 3개월 동안 ‘84번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회사로부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에게는 ‘해고’였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85번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일 뿐이었습니다.


정준영 씨는 연이은 죽음들을 보며 이는 특별히 불운한 누군가가 겪는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더 큰 노동착취의 구조로 나아가는 징후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흔히 청년실업을 얘기할 때 정부는 일자리의 양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청년실업의 문제는 청년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이런 비참한 노동의 현실에 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이 이렇게나 쉽게 기업에 의해 착취당하고 희생당하게 된 것은 이를 방치한 노동행정과 이런 현실을 제대로 담지 못한 노동법 시스템 때문이라고 정준영 씨는 말합니다.



착취받는 현실의 개선과 착취 자체의 근절, 무엇이 우선인가




패널들의 발언이 끝난 뒤에는 청중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는데요, ‘착취란 무엇이며, 착취받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과 착취 자체를 근절하는 것 중 어떤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는가’라는 한 청중의 질문에 의해 촉발된 논쟁은 포럼현장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나단 씨는 착취 자체의 근절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근로장학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근로장학생의 노동자성 인정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임노동관계의 착취구조 때문이며, 자본은 그 착취구조를 끊임없이 은폐하려 들기에 노동자들이 스스로가 임노동자임을 깨닫는 것이 착취를 끝내는 움직임의 시작이라는 것이죠.


정준영 씨의 답은 조금 달랐습니다. 정준영 씨는 착취 자체의 근절도 중요하지만, 법적 기준조차 지키지 않고 탈법적‧편법적‧비합리적 노동을 강요하고, 필요한 만큼 부려먹다가 언제든지 잘라버리는 기업들의 폭력이라도 멈추는 것이 지금 현실에서는 더 급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아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각자가 찾은 정답을 현실과 결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터입니다. 사람들이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요구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을 조직해나가는 것, 노동자들이 목소리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를 고민하는 것, 이 모두의 공통점은 우리는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한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점입니다. 


나아가, 연대의 가치와 의미를 인지해야 합니다. 청년노동은 청년들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어떠한 형태로건 노동자의 지위로 살아가고 있으며, 청년들이 마주하는 노동문제는 우리 모두가 마주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함께 고민하고 연대할 때, 우리의 행동은 더 큰 힘을 지닐 수 있습니다. 불난 것을 지켜보지 말고 함께 끄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냉소와 무관심의 언어보다 연대와 희망의 언어가 더 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글_곽경민(공감 23기 자원활동가)

편집_허자인




1. 일례로 고려대의 경우, 2012년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전체 교내 장학금 228억 중 근로장학금의 규모는 20억으로, 장학금 규모가 약 10%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장학금 수혜학생 약 12500명 중 4138명이 근로장학생으로, 장학금 수혜 학생 수 또한 33%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였습니다. (자료출처: 학내기획–근로장학생에게 노동권을 보장하라’(고대문화) 20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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