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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권리를 구제하는 활동을 합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른 자문과 소송지원 및 법률교육, 정신장애인 인권을 위한 법제개선활동 및 인권교육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차별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은 모두에게 안전해야 한다 2014.12.15 11:12 4571
작성자 공감지기

  



  2014년 9월 20일, 서울 중심부인 용산역의 한 승강장에서 시각장애인이 선로로 떨어졌다. 어찌된 일인지 23명의 역무원 누구도 시각장애인이 선로에 떨어진 사실을 알지 못했고, 3분여가 지나 선로로 진입해온 급행열차는 시각장애인을 치고 말았다. 천운으로 목숨은 건졌으나 그는 뇌출혈, 다발성 골절 등 전치 32주의 부상을 입었고 척추까지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다. 암흑 속에서 선로로 다가오는 급행열차를 기다려야 했던 3분여동안 그가 겪은 공포는 고스란히 정신적 충격으로 남았고, MRI 촬영기계에도 무서워 들어가지 못하는 지경에 처해 있다. 아들의 간호를 위해 퇴직한 어머니는 그 모습에 눈물을 쏟아야 했다.


  지하철은 흔히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이라 일컬어진다. 그러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지하철은 여전히 불편하고 위험한 교통수단이다. 지하철 역사를 오르내리는데 이용되는 휠체어리프트에서는 지체장애인의 추락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혜화역, 천호역, 영등포구청역, 고속터미널역, 오이도역, 발산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 서울 시내 곳곳의 휠체어리프트에서 지체장애인이 다치고 죽어야 했다. 승강장 추락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의하면 2009년부터 작년까지 승강장 추락사고 인명피해는 매년 5~9명씩 꾸준히 발생해 왔고 올해는 7월까지만 해도 이미 5명의 사상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 승강장은 언제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관계법령은 스크린도어의 설치 필요성에 소극적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과 도시철도건설규칙에서는 모두 스크린도어 또는 안전펜스 중 어느 하나를 설치하는 것으로 교통사업자의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본다. 물론 안전펜스는 열차의 승하차 부분에는 당연히 설치되지 않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의 추락사고를 방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스크린도어의 설치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미흡한 시설인 안전펜스를 만연히 용인해 왔던 것이다.


  한때는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한 것만으로 교통사업자가 법적 의무를 다한 것처럼 용인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지체장애인들의 희생 속에서 2009. 3. 2. 국가인권위원회는 “휠체어리프트는 정당한 편의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다수의 장애인이 이용하는 편의시설의 종류로 볼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사람이 다치고 죽어나가는 시설을 편의시설이라 이름붙일 수 없듯, 사람이 다치고 죽어나가는 펜스를 안전펜스라 부를 수는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 장애인들의 거듭된 희생을 필요로 하는 사회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9월 20일의 사고에서 화를 키웠던 것은 선로에 장애인이 추락한 후 3분여 간 아무도 추락사실을 모른 채 방치되었기 때문이다. 용산역은 하루 평균 6만 6천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거대한 역이다. 평일에는 43명, 주말에는 23명의 역무원이 근무하는 곳이다. 그런데 선로에 추락한 장애인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추락사고 발생지점이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은 계단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 승강장은 용산행 급행열차의 종점이었기 때문에 승강장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도 없었다. 심지어 CCTV마저 사고 장소를 확인하기 어렵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안전요원이라도 배치하여 불의의 사고를 감시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사각지대에서 시각장애인 혼자 방황하다 선로에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각장애인이 사고 현장에서 방황하다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당일 시각장애인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용산역으로 왔다. 하차 지점에는 스크린도어도 설치되어 있었고, 계단으로 유도하는 선형점자블록도 설치되어 있었다. 용산역에 하차한 시각장애인은 스크린도어가 뒤에서 닫히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선형점자블록을 따라 계단으로 이동하였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고 나니 아무 것도 없는 사고 현장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 하차한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와 선형점자블록이 모두 설치되어있던 반면, 계단을 오르고 나니 선형점자블록은 사라져버렸고 4m 앞은 스크린도어도 없는 낭떠러지였다. 사고가 발생한 승강장은 용산행 열차가 멈추는 종점이었기에 스크린도어나 선형블록 등 안전시설이 미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구조적인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 지난 20일의 추락 사고였다.


<하차 지점의 스크린도어와 선형블록 모습>


  



<추락사고 지점의 모습>


  



  사고가 발생하자 한국철도공사에서는 보험사를 통해 보상을 언급했다. 유사 사고에서 장애인 본인의 과실을 80%라 인정한 사례가 있으므로 자신들의 책임은 많아야 20%라는 것이 철도공사가 제시한 보상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기존 사례와는 다르다. 사고 발생 지점이 구조적인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있었던 점, 스크린도어와 선형유도블록이 철도공사의 임의대로 설치되거나 미설치되어 시각장애인에게 혼란을 주었던 점, 특히 선형유도블록은 설치에 별다른 비용이 소요되지도 않는다는 점, 나아가 사각지대를 방치한 채 최소한의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아 사고발생을 모른 채 열차에 치이게 했다는 점에서 철도공사의 책임은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사과도 없이 과실비율을 운운하며 책임을 피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공감에서는 이번 사고의 피해자를 대리하여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함과 동시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규정하는 법원의 적극적 시정조치를 구하고자 한다. 앞서 보았듯 스크린도어의 설치는 선택적으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안일 수 없다. 또한 선형유도블록은 당장 설치되어야 할 안전시설로서 철도공사가 그 설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물론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CCTV를 재조정하거나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즉각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죽음의 위협을 감수하며 이용해야 하는 교통수단을 대중교통이라 말할 수는 없다. 대중교통은 그 의미 그대로 대중 일반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시각장애인의 선로추락사고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글_김수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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