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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권리를 구제하는 활동을 합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른 자문과 소송지원 및 법률교육, 정신장애인 인권을 위한 법제개선활동 및 인권교육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차별없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일본 오사카 정신장애인 관련 기관 연수 - 염형국 변호사 2016.11.17 11:11 2485
작성자 공감지기



 

 

그간 정신보건법 24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조항으로 인해 숱하게 많은 강제입원 피해자들이 양산되었습니다. 심지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인권도 보호해주는 세상에서 보호자와 전문의의 진단만으로 한 개인을 치료 명목으로 정신병원에 가두어 인권을 유린당하였습니다. 정신병원 안에서 보이는 모든 광경이 충격이었습니다. 도저히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2013년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입원 당일부터 21시간을 양팔과 양다리를 묶인 채 있다가 입원 닷새 만에 결국 숨졌습니다. 환자를 보호해야 할 정신병원의 직원이 환자를 발로 걷어차고 구타하고 있음에도 옆에 있던 병실 환자들은 태연하게 식사를 하는, 폭력이 일상화된 정신병원도 21세기를 사는 우리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지난 2016년 5월 19일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의 요건이 강화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법 명칭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변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보호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제2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뒤늦게나마 부당하게 정신병원에 격리당하고 배제되어온 정신장애인의 인권이 최소한이나마 보장될 수 기반이 마련되어야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정 정신보건법과 헌법재판소의 강제입원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앞으로 정신병원에의 강제입원이 엄격해져서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강제입원은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신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지역사회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복지 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지역사회 복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탈시설화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정신장애인들의 상당수가 다시 정신병원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노숙으로, 범죄에 따른 교도소 재소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신장애인들도 정신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잘살 수 있는 기반을 시급히 마련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바람을 담아 지난 10월 6일(목)~9일(일) 3박 4일간 가까운 일본의 정신장애인 지역복지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오사카 지역의 정신장애인 관련 기관들을 방문하였습니다.

 

 

 

 

10월 6일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오사카부 정신보건복지센터를 방문하였습니다. 오사카부 정신보건복지센터는 광역정신보건복지 전달체계의 거점기관으로 설치된 곳이었습니다. 기초지자체 단위 보건소에서 정신건강센터(법 개정에 따라 ‘정신건강복지센터’로 명칭 변경)를 민간에 위탁운영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지자체의 산하 직영 형태로 정신보건복지센터가 보건소와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지역 정신보건복지 전달체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정신건강센터를 지자체가 직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정신보건복지센터에서는 지역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을 위해 외래 정신과 치료를 받을 때 소득에 관계 없이(상한은 있음) 의료비를 지원하는 자립 지원 의료제도를 두고 있었습니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문턱을 낮추면서도, 입원이 아닌 통원치료를 유도하고자 하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이 시급히 요청되는 제도라고 느꼈습니다.

 

 

 

 

 

오사카부(우리나라 광역시에 해당) 정신보건복지센터에 이어서 오사카 정신의료인권센터를 방문하였습니다. 오사카 정신의료인권센터는 정신병원과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인권단체였습니다. 센터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정신병원 입원한 분에 대해 편지, 전화 및 면담 등의 개별 상담 활동을 하고 있고, 지자체 공무원과의 정기적 정신병원 방문을 통한 정신병원 개방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정신병원 정보제공·그 밖의 권리 옹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급여도 받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동료를 위한 권익 옹호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참으로 귀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는 오사카부 남쪽에 있는 센난시의 장애인복지과를 방문하였습니다. 센난시는 간사이 공항에서 멀지 않은 작은 도시였습니다. 전날 방문했던 오사카부 정신보건복지센터 공무원분들에게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지역복지를 총괄하는 기초 지자체 단위 장애인복지과 공무원 미팅을 무례를 무릅쓰고 요청하였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바로 다음 날로 일정을 잡아주어 성사된 일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친절하고 배려 넘치는 공무원이 어딘가에 분명 있겠지요?^^)

 

일본과 우리나라가 다른 점은 일본은 정신장애인과 타 장애인에 대한 복지 근거법과 복지지원창구가 장애인종합지원법 및 시정촌(우리의 시군구) 장애인복지과로 일원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신장애인과 타 장애인에 복지근거법이 이원화(정신보건법(복지근거법이라는 명칭도 어울리지 않는 법) 및 장애인복지법)되어 있고, 복지지원창구도 보건소와 시군구 장애인복지과로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시정촌의 장애인복지과에서 서비스 신청을 받으면 신청인의 장애 상태와 필요한 서비스 내용을 조사하여 서비스 지원계획을 마련합니다. 그에 따라 상담 지원센터의 케어매니저가 1:1로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도 일본과 같은 장애인복지서비스 일원화가 시급히 요청됩니다.

 

 

 

 

 

 

오후에는 정신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인 ‘유메쿠라부’를 방문하였습니다.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인 각자의 속도와 재미를 소중히 하고 같은 병을 가진 동료와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방문하자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과자를 구워 대접해주었고, 낯선 이방인인 우리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즐기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정신장애인 직업훈련소 ‘대치어 없음 공방’에 갔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이 함께 도시락을 조리하고 판매·배달하는 작업장이었습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즐겁게 일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활동보조인 파견센터인 ‘히트 핸즈’를 방문하여 지역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에게 도우미를 파견하여 지역사회 자립을 도모하는 기관현황을 들었습니다.

 

셋째 날에는 한일 정신의료와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 주최로 진행된 한국과 일본에서의 정신의료 및 정신장애인 인권 현황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하였습니다. 연수 일행인 한국의 김도희 변호사(서울사회복지 공익법센터)와 일본의 오사카 정신의료인권센터 활동가 한 분이 각 발제하고 청중과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본 정신보건복지 분야의 교수, 법률가, 언론인, 연구원, 당사자 등이 참석하여 세미나 장소를 가득 메웠고 한국의 정신보건 흐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일본 측에서 1주일 전에 선고된 한국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획기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정신장애인 보건복지에서 앞선 부분도 있으나 오히려 뒤처진 부분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일 양국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함께 보완해나가자는 다짐의 시간이었습니다.

 

 

 


 


연수 마지막 날인 10월 9일 일요일 오사카 대학에서 진행된 일본 전역에서 온 정신장애인 당사자 교류 대회에 참석하였습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비당사자 포함 500여 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대회에 참석하여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당사자들이 겪는 다양한 환청과 망상에 관해 상황극으로 시연하는 모습들을 지켜보았습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본인들의 정신질환과 그로 인한 고통·문제를 드러내고 동료들과 함께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활동인 당사자연구는 자신들의 문제를 정신과 전문가들에 의해 타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율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합니다.

 

올 한 해 정신장애인 인권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정신보건법의 전면개정과 강제입원 헌법불합치 결정 등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족하나마 그러한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신장애인 인권보장의 시작이지 결코 끝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복지기반을 마련하는 절대 쉽지 않은 작업이 또한 남아있습니다. 그 길에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뜻을 같이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글_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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