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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복지] 기초생활수급권은 혜택이 아닌 권리이다 2012.06.14 16:06 8300
작성자 공감지기


2012. 6. 7. 오후 2시, 공감도 참여하고 있는 기초법개정공동행동(광범위한 사회복지사각지대 형성의 주범인 부양의무자기준의 폐지를 위해 활동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임)은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의 실체적,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실무관행과 지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서울시 소재 쪽방 밀집지역에서 살고 있는 김씨(69세, 남, 1인 가구)는 기초생활수급자로 2011년까지는 40만원 가량의 수급비를 받았다. 그런데 2012년 1월부터 급여가 갑자기 10만원으로 삭감되었다. 김씨는 고령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쪽방 방세와 여러가지 어려운 형편으로 지난해 공사판에서 잡부로 일한 기록이 있어 수급비가 삭감된 것이다. 김씨는 그 후 무서워서 일을 못했으며, 나이도 많다 보니 어디서도 일을 전혀 구하지 못해 2012년 1월부터 현재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수급비와 기초노령연금을 합해서 받게 되는 월 20만원으로 쪽방 월세만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김씨는 방세도 지속적으로 밀리고 생계가 너무 어려워 이를 호소하고자 주민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현재 소득이 없더라도 지난해 소득이 있었기 때문에 수급비가 삭감된 채 나올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지난 1~6월까지 잡힌 소득을 기준으로 올해 1~6월까지 소득을 잡아 깎여 나올 수밖에 없고, 또한 올해 7~12월은 역시 지난 7~12월 소득을 기준으로 해서 책정하기 때문에 결국 12월까지 삭감된 10만원의 수급비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인간적이어야 할 기초생활수급제도가 가장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권은 헌법과 법률에서 인정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수급권은 권리가 아닌 혜택으로 인식되고 있다. “혜택”은 1년 전에 발생한 일용근로소득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중단된다. 사전에 소명할 기회가 없음은 물론이다. 현재 소득이 없다 해도 1년~6개월 전의 소득이 “최근 6개월간 평균소득”으로 둔갑되고 있다. 전산시스템상의 정보가 6개월 간격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이다. 소득이 수급권자 본인의 것이 아니라 부양의무자의 소득이고, 부양의무자로부터 아무런 부양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가족관계가 “단절”되었음을 입증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을 해준다. 그런데 가족관계 단절을 입증하라고 하면서 6개월간 통화이력내역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통화이력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가족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육시설에 맡겨져 부모와 연락이 두절된 채 보육시설에서 자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보육시설에 간단히 확인하면 될 일을 부모한테 연락해서 양육포기서를 다시 작성하라고 한다. 아이가 십수 년 만에 부모에 대해 들을 수 있었던 첫 소식은 전날 부양포기각서를 쓰고 갔다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990년대 후반기에 IMF를 거치면서 빈곤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구조에서 기인하는 문제고, 구조적 모순을 보완하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면서 1999. 9. 7. 제정되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모든 국민에게 기초생활수급권을 부여함으로써 최저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기초생활보장법의 기본취지입니다. 따라서 예산은 당연히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수에 맞추어서 책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예산이 먼저 정해지고,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수는 이미 정해진 예산에 맞추어서 인정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공공부조의 현주소다. 따라서 “가난한 자 중에서 더 가난한 자를 골라내는” 작업이 필요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된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2010. 1.경부터 27개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218종의 소득 및 재산자료 등이 연계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가동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가동 후 네 차례에 걸쳐 시행된 복지급여 대상자 확인조사 결과, 기초생활수급,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한부모가족지원, 영유아지원, 차상위장애인연금, 차상위 자활, 차상위 의료, 청소년특별지원 등 각종 복지급여 대상자 중 44만 8900명이 수급자격을 상실하였으며, 그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11만 6000명에 이른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그리고 의견진술의 기회 없이 통장에 입금된 내역을 확인하고서야 자신의 급여가 삭감 또는 중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에 있다. 급여액의 일방적 중지 또는 삭감은 곧바로 생존권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진정을 계기로 현 상황의 문제점이 명확한 언어로 규명되고, 기초생활수급권이 혜택이 아닌 권리라는 기본적 인식이 관철되는 유효한 조치가 포함된 정책 권고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라고 기대하고 있다.

글_ 박영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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