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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 년 한결같은 진심을 거울삼아 _ 김수영 변호사 2017.07.13 17:07 877
작성자 공감지기

 

 

제주인권회의에 가다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제주에서 “제8회 제주인권회의”가 열렸습니다. 전국 각지의 인권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이며 국가인권위원회 및 각 지자체에서 인권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 인권을 옹호하는 연구자와 변호사 등 한국사회 인권의 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 온 사람들이 두루 모이는 규모 있는 행사였습니다. 올해의 행사에는 302명의 참가자들이 총 26개의 분과세션과 메인 토론, 라운드테이블을 오가며 활발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공감에서는 황필규 변호사와 제가 토론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재난과 안전에 대한 권리' 세션에서 토론중인 김수영 변호사 (우측 첫 째)

 

  저는 ‘재난과 안전에 대한 권리’라는 세션에서 “세월호 참사와 안전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하였고, 황필규 변호사는 ‘인권에 관한 기업의 역할’, ‘개헌과 노동권’, ‘국가인권위원회의 과제’ 등 3개 분야에 걸쳐 토론자로 나섰습니다. 각 세션마다 소개를 드리기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세션 하나를 골라 후기를 써보려 합니다. 황필규 변호사가 격정적인 토론을 펼쳤던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과 과제’라는 세션입니다.

 

 

 

반성 없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분노

 

  발제자로 나선 국가인권위원회 법제개선팀장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헌법기관화”를 제안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설립·운영되어 온 국가인권위원회를, 개헌을 통해 헌법에 직접 근거를 둔 기구로 바꾸어 위상을 높이고 인적·물적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토론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평가와 성찰 없는 과제 나열은 공허하고 반성과 청산 없는 헌법기구화는 맹목이다.”

 

  토론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자기 역할을 해야 했으나 하지 않았던 순간들마다 절박했던 심정을 토로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때로는 정권의 핑계를 대고 때로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인권조직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파괴했던 시간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였습니다. 인권위의 주도로 ‘기업과 인권’을 논하는 자리에는 정부기관과 기업관계자만 자리한 채 노동자, 지역주민, 소비자는 배제되었습니다. 시민사회와의 소통은 점차 약화된 채 조직과 인력의 확대만을 바라는 관료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에 대하여도 인권위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며 장애인권리보장을 요구하며 인권위를 점거하던 장애인권활동가들에게는 전기와 난방을 끊고 활동보조인을 식사시간에만 만날 수 있도록 제한하기까지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할과 과제' 세션에서 토론중인 황필규 변호사 (좌측 두 번째)

 

  다른 무엇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처리에 “심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가운데 인권침해 현실에 대한 적시 개입에 실패해왔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직과 인력의 부족 때문이므로 헌법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인다면 해결 가능할 것처럼 이야기하였습니다. 토론자는 다른 무엇보다 이 지점에서 분노하였습니다. 인권침해 현실을 눈앞에 두고서 인권위원회가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는 순간은, 해당 인권침해 현실에 노출된 당사자에게 재난과 같은 상황입니다. 기본적 인권이 침해되는 긴박한 현실을 인력 부족에 기대어 방관하였으면서도 그에 대한 반성 없이 조직의 위상강화를 논하는 모습에 분노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토론자의 분노에 세미나실은 싸늘하게 얼어붙었습니다.

 

  세미나실의 차갑고 무거운 공기 아래에서 몇 해 전 황필규 변호사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제게, 공감의 활동 속에서 “사건이 아닌 사람을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었는데, 그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인권침해 사건의 법제도적 의미나 정치·사회적 의의를 따지기에 앞서 침해의 당사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당사자가 침해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존의 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는지 살피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태세를 갖추지 않고서는 쉽게 관망하거나 평론하는 지위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관료화의 위험이라는 점을 조용히 되새겨보았습니다. 선배 변호사의 절절한 진심은 비단 국가인권위원회의 관료적 행태만이 아닌 저 자신의 느슨한 태도에도 내리꽂히고 있었습니다.

 

 

 

 

 

 

제주인권회의를 마치고

 

  인권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는 일은 지치고 피곤합니다. 때로는 감정 소모를 줄이기 위해 짐짓 “객관적이고 중립적 위치”에서 사건의 “불편부당한 해결방안”을 찾아보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 제주인권회의에서 만난 선배 변호사의 모습은 그러한 관념의 위험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십 수 년을 한결같은 긴박함과 진심으로 활동해온 그 모습을 거울삼아 살아보자 다짐해봅니다.

 

 

글_김수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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