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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내·외국인 여성의  인권옹호를 위한 법률자문·소송지원·법률교육 등을 지원합니다. 또한 여성의 인권보호·복지증진·사회참여를 위한 법제도 개선 활동 및 연구 조사 활동을 진행합니다.
인신매매라는 도마뱀 몸통을 자르자 2013.06.14 16:06 5346
작성자 공감지기
 


 

 

얼마 전 성매매피해 필리핀 여성을 대리해서 클럽 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업주의 불법적인 성매매 알선․강요 때문에 필리핀 여성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소송이었다. 손해배상 청구 이전에 클럽 업주와 기획사 대표를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범으로 고소했다. 기획사 대표에게는 무혐의 불기소처분이, 클럽 업주에게는 단순 성매매 알선과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만 유죄가 선고되었다. 늘 그렇듯 도마뱀 꼬리 자르듯 형사 사건은 종결되었다. 승소 소식이 그다지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다.

 

기획사는 필리핀 현지에서 가수로 일할 필리핀 여성을 모집했다. 오디오․비디오 테스트를 거쳐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후 필리핀 여성은 기획사가 지정한 숙소에서 노래 연습을 하며 한국 입국을 기다렸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의 이동은 철저히 기획사의 관리․감독하에 이루어졌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필리핀 여성은 곧바로 평택 미군기지 주변의 외국인전용업소로 배치되었다. 법적으로 기획사는 가수를 파견하는 파견업체였다.

 

실제 필리핀 여성이 클럽에서 해야 했던 일은 가수가 아닌 유흥접객 및 성매매였다. 클럽 내 존재했던 매상 할당제와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필리핀으로 쫓아내겠다는 폭언 때문에 필리핀 여성은 원치 않는 성매매를 거부하지 못했다. 클럽에서 일하는 동안 클럽 건물 지하에 있는 숙소에서 공동생활을 해야 했다. 한국인 여성이 함께 생활하며 필리핀 여성들을 관리․감독했다. 클럽주가 기획사에 월급으로 준 120만 원 중 여성이 실제 받은 액수는 40여만 원에 불과했다. 기획사 측에서 입국 경비 및 파견 수수료 명목으로 공제했기 때문이다.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성매매의 목적, 위계․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단, 대상을 지배․관리하는 상태로 제3자에게 인계하는 행위가 존재해야 한다.(성매매알선 등 행위자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 인신의 인계가 필요한 범죄의 속성상 인신매매범죄에는 필연적으로 여러 사람이 관여한다. 문제는 모집단계에 가담한 기획사에 성매매 목적이 있었음을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사 과정에서 기획사 대표는 클럽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곳인 줄 전혀 몰랐고 여성들에 대한 업무 지시는 클럽주가 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기획사는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다른 사건에서도 기획사 관계자들은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갔다.   

 

대부분의 클럽 업주들은 필리핀 여성을 파견받아 ‘가수’가 아니라 유흥접객행위를 시켰다는 사실은 순순히 인정한다. 이는 가수로 체류자격을 허가받은 외국인에게 체류자격 외 활동을 하게 한 것으로 출입국관리법위반에 해당한다. 반면 성매매는 강력히 부인한다. 결국 성 구매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여성들이 작성한 장부나 업소의 매출장부와 같은 관련 증거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성매매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또는 무죄로 종결된다.

 

성매매를 입증할 자료가 확보되었다 하더라도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인정받기란 요원하다. 폭행, 감금과 같은 유형력의 행사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비장애․성인에게 실력적 지배행사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사건의 경우 클럽 건물 지하에서의 공동 숙식 및 감시, 여권의 보관, 매상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폭언, 한국의 언어 및 지리에 무지한 외국인인 상태 등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적 지배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나마 업주의 성매매알선 혐의에 대하여 유죄가 선고되고, 그에 기하여 손해배상청구까지 인용 받은 것은 다른 사건에 비해 꽤 나은 결과이다. 그렇지만 함께 기뻐해야 할 성매매 피해 여성은 지금 이곳에 없다. 현재 인신매매피해․성매매피해 외국인 여성에 대한 지원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피해를 호소할 경우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임시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체류자격으로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형사사건이 종료된 이후에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 그 결과 인신매매피해를 말하겠다는 이주여성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국회에 요구하면 피해사례를 가져오라 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감은 두레방 쉼터,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현장단체들과 노력하여 지난 5월 14일 남윤인순 의원의 대표 발의로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을 국회에 상정했다. 오는 6월 20일 국회 여성가족 상임위원회에서 공청회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번에는 꼭 인신매매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될 수 있기를, 그래서 인신매매범죄의 몸통까지 끊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_ 소라미 변호사

 

 

 ‘인신매매등에 의한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안’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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