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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노인이 됩니다 - 노인장기요양보험 전면개혁을 위한 대토론회 후기 _ 이재홍 / 공감 25기 자원활동가 2017.08.09 16:08 120
작성자 공감지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출범한 지 10년째가 되었다. 이는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하여 나이 듦이 불안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에서 돌봄을 책임지는 획기적 사회보험제도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제도가 운용되어 온 자취를 보면 본 취지와 역행해 왔다. 장기요양시장의 도입이란 미명아래 제도의 운용을 민간 요양기관에 맡긴 결과이다. 덧붙여 부실한 감독으로 민간 요양기관의 수는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졌고, 이들은 공공의 목적을 뒤로 하고 기관의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편법, 불법적 운영을 하기 일쑤였다. 수급자에게 자기부담금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등의 방법으로 수급자 유치에 나섰고, 그 결과 손해는 구조적으로 현장에 있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악화로 이어졌다. 서비스이용자 측면에서 보더라도 서비스제공자인 요양보호사의 처우 악화는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의 고리에 제도가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지난 626일에 국회에서 제도의 전면개혁을 요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정말 수많은 요양보호사가 당일 급여를 포기하면서까지 토론회에 참여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들의 절박한 상황을 드러내는 방증이 아닐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133만 명이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30만 명이다. 부푼 꿈을 안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 현장에 나간 이후 열악한 처지 때문에 많이 떠나갔다는 것이 발제에 나선 이건복 좋은돌봄 실천단 대표의 설명이다. 이건복 대표는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이다. 요양보호사들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시설요양보호사의 경우 기관운영자와 철저한 갑을관계에 놓여있으며 근로계약은 기관운영자와 관계로 결정된다고 한다. 방문요양보호사의 경우 이용자의 상황에 따라 실업이 발생하는 구조라 더욱 불안정하다. 임금의 경우 2015년 기준 시설요양보호사가 평균 115만원(월 근무시간 188시간), 방문요양보호사가 평균 65만원(월 근무시간 88시간)으로 노동 강도와 비교하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경력이 인정되지도 않아 10년이 지나도 요양보호사의 월급은 그대로다. 그 뿐만 아니라 일상적 성희롱과 성폭력에 시달리기도 하고 근골격계 질환 등 업무로부터 오는 부담이 크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그 비율이 건설노동자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요양보호사의 처지가 이처럼 열악한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제도의 운용이 지나치게 민간요양기관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이 운영하고 관리하는 재가요양기관은 80.94%, 요양시설은 69.2%로 공공의 영역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모든 민간요양기관이 편법적, 불법적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제도적 유인이 존재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또한, 기관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확연히 다른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그렇지만 이것이 문제 전부는 아니다. 현재의 수가 체계도 요양보호사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한 요소이다. 현재 수가 체계로는 3.5시간과 4시간의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임금을 지급할 수조차 없다. 윤지영 변호사는 수가 체계의 다른 문제점으로 호출 근로를 조장한다는 점을 뽑았다. 재가장기요양급여의 수가는 시간으로 책정되는데, 이는 자연스레 파트타임 근무가 보편화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요양보호사를 부르는 호출 근로는 근무시간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시간 내 소화해야 할 업무가 많아 임금 보다 노동 강도가 상당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장기요양기관에 일정 시간 근무를 보장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수 있겠으나, 현재의 수가체계 아래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본 취지를 살려 공공성을 확연히 높이는 수밖에 없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도록 말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에 의하면 국가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세 가지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공적으로 재원을 조달하거나, 사회서비스의 공급을 담당하거나, 사회서비스의 규제를 담당하는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국가가 재원은 조달했으나, 공급은 민간 위주로 이루어졌고, 규제는 있으나 마나 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는 결국 공공 요양기관을 늘리고 현존하는 민간요양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공단은 유의미하다. 정부가 공단을 만들어 사회서비스의 공급을 직접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요양보호사가 사회서비스공단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토록 염원하던 직접고용과 월급제가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겠지만, 확실한 공공성을 담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규제를 강화하여 기존의 기관들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노력도 요구된다.

 

 

  우리는 모두 살면서 언젠가는 돌봄이 필요한 시기가 온다. 걸음마를 아직 떼지 못했을 때, 거동이 불편할 때, 혹은 나이가 들었을 때일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돌봄을 공공의 과제로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 이유이다. 초고령화시대에 개인이 대비할 수 없는 위험을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대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도 개선과 함께 인식 개선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슬프지만 아직까진 우리 사회에 요양보호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올바르지만은 않다. ‘우리 집안일 해주는 사람쯤으로 치부하고 함부로 대하거나, 실제로 불러서 집안일을 시키기도 한다. 사실 요양보호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이다. 한 사람을 정성껏 돌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가족, 혹은 내가 서비스 받는 것을 상상해보라. 요양보호사가 나에게 맞춤으로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랄 것이다. 요양보호사들이 지금 같은 처우에선 그런 서비스를 받기 힘들 것이다. 나이 듦이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 장기요양보험의 공공성 강화는 꼭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글_ 이재홍 (공감 25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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