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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노동자, 중고령 여성노동자, 비정규직·간접고용 노동자 등 노동권을 위협당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상담, 소송,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제도 개선 및 연구 조사 등 다각적인 활동을 합니다.
한드, 좋아하세요? - 김수영 변호사 2018.07.19 15:07 618
작성자 공감지기

 

 

 

 

고퀄의 영상미와 다양한 소재, 한류 열풍의 주역인 방송 산업

 

  한국 드라마, 이른바 한드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뜨겁습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과 음악프로그램, 다큐에 이르기까지 우리 방송 산업은 날로 성장세를 달려왔고 이제 국제적 컨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명실상부한 전성시대입니다.

 

  하지만 방송 산업의 그림자는 찬란한 빛만큼 짙습니다. 숨 막히는 장시간 노동과 생명을 위협하는 산업재해가 상존하고 있으며 온갖 갑질이 난무합니다. 무엇보다 기간제와 단시간 노동자, 불법파견 등 간접고용은 물론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한국 사회 비정규 노동형태를 총 망라한 불안정 노동의 집결지이기도 합니다.

 

 

정책적으로 양산된 방송계 비정규직

 

  방송프로그램을 방송사가 직접 제작하는 경우는 소수입니다. 대부분 외주제작입니다. 이는 방송시장을 키우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결과입니다.

 

  19908월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매주 전체 방송시간 20%를 외주비율로 하도록 정부가 의무화한 이후, 외주제작 의무편성비율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 2003년부터 각 방송사들은 의무편성비율을 초과하여 외주제작을 편성해왔고 현재 지상파방송사는 이미 외주편성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경우 지상파와 종편 모두 제작의 대부분을 외주제작 형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다보니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정규직은 총연출을 담당하는 총괄피디만이고 조명, 장비, 음향 등은 협력업체 파견노동자들이, 의상, 분장, 미용, 컴퓨터그래픽, 후반작업 등은 방송 자회사의 비정규직이 담당하는 모습들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 인력의 99%가 비정규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갑질에 대항할 수 없는 비정규직의 처지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경우에도 방송사 소속 직접고용 노동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가나 촬영·편집 피디 및 여러 스태프들은 프리랜서나 독립사업자로 불리며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최소한의 계약서 작성도 없이 구두계약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계약서도 없고 고용관계는 불안하니 아무런 교섭력이 없는 이들은 방송사나 대형 제작사의 갑질에 속수무책입니다. 열심히 제작한 프로그램이 방송사의 사정으로 방송이 되지 못한 경우 제작비를 지급해 달라 요구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올해 초에는 방송사가 외주제작 스태프에게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해 온 관행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띠고 있는 방송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손쉽게 법적 책임을 회피합니다.

 

 

심각한 장시간 노동

 

  구 근로기준법은 방송제작현장을 근로시간 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 산업으로 분류했습니다. 허울뿐인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무제한 노동이 가능했습니다.

 

  방송사와 총괄피디들이 보다 양질의 화면을 뽑아내기 위해 경쟁하는 동안, 방송 스태프들은 최소한의 수면권마저 박탈되었습니다. 제작발표회와 예고편 등을 만드는 첫 주에는 1~2시간 밖에 잘 수 없고, 촬영 기간 내내 새벽 6시에 시작된 촬영이 20시간동안 이어지는 것이 일상입니다. 짧은 식사가 유일하게 허락된 휴게시간입니다. 드라마 촬영 기간 내내 스태프들이 겪어야 하는 가혹한 노동환경은, 단지 연말 시상식에서 스태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말로 갈음될 수 없습니다.

 

 

가능한 변화, 방송스태프노조의 출범

 

  다행히 올해 7월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방송제작현장은 예외적 산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런데 혹자는 말합니다.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은 뛰어난 작품성에 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장시간 촬영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예술품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기에 틀에 박힌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산업 특성과 맞지 않다고. 그리하여 노동시간 단축 시행을 사업 규모별로 늦춰 달라”, “지금 못 지키더라도 처벌은 6개월 간 유예해 달라”, 아예 다시 예외적 산업에 방송업을 포함해달라에 이르기까지, 무제한 노동을 지속하려는 사용자들의 요구가 집요합니다. 정부는 개정 근기법의 단계적 시행과 처벌 유예기간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노동시간을 준수하면서 제작된 jtbc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미지컷 ⓒjtbc

 

 

  하지만 12시간 표준근로제로 찍어 온 이후에도 한국 영화의 국제 경쟁력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노동시간을 준수하면서도 작품성과 흥행을 다 잡은 드라마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얼마든지 변화는 가능합니다.

 

  장시간 노동 문제의 해결이 특정 감독의 개인적 의지나 역량에 달려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장의 총 책임자인 감독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제도적 개선을 관철할 힘은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에서 비롯됩니다.

 

  지난 74, 마침내 방송제작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나섰습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출범한 것입니다.

 

 

 

 

 

 

방송스태프지부 노조가입설명회 웹자보(위),  출범총회 (아래)

 

 

 

  공감은 직장갑질119 오픈카톡에서부터 시작된 방송계 노조 설립을 여러 활동가, 법률가들과 함께 꾸준히 지원해왔습니다. 방송계 갑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노동자들. 기간제·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 하청업체직원, 프리랜서, 수급인인 을들이 이제 스스로를 노동자라 호명하며 현장에서의 교섭력을 갖춰 나갈 것임을 선언하였습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참 벅찬 출발이기도 합니다.

 

  방송스태프노조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방송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방송계의 수많은 부조리와 부당한 갑질을 힘차게 타파해나가길 기대합니다. 방송스태프노조의 활동이 제가 좋아하는 한드를 더욱 마음껏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글 _ 김수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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