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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탕치기 전문 변호사?

 



‘탕치기’란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이 무효인 사실을 이용하여 여성이 애초부터 일할 의사도 없으면서 의도적으로 유흥업소에 접근하여 선불금을 받은 후 며칠 일하지 않고 업소를 도망 나와 업주 등쳐먹는 경우를 일컫는 속된 표현이다.

며칠 전 센터의 한 선생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푸념하신다. “변호사님, 요즘 업소와 여성들 사이에 우리 센터가 탕치기를 도와주는 곳이라고 소문났대요” 그건 분명 잘못된 풍문이고 자칫하면 센터에 오명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매매여성들은 그간 업소에서 자신이 부당하게 당한 무수한 불법적인 행태에 대하여 하소연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 구성원 그 누구도 자신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업주가 손님과의 사이에서 테이블비, 2차비를 가로채도, 테이블에 나갔다가 술에 취한 손님으로부터 얻어 맞아 얼굴이 푸르딩딩 부어 올라도, 홀복 파는 업자로부터 터무니 없이 비싼 값으로 옷을 샀을 때에도, 사채업자에게 말도 안되는 고리의 이자를 뜯길 때에도, 누군가에게 하소연할라치면, 상대방은 “그러게 누가 제발로 그런데 들어가래, 본인이 자초한 거 아냐”라고 퉁명스레 댓거리해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성매매여성들에게 비빌 언덕이 생긴 것이다.
하소연할 곳이 생긴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어딘가.

현대 여성들이 윤락업소로 유입되는 동기가 6, 70년대에 비하여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주된 동기가 가난이었다면 현재는 여전히 가난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파탄 난 가정환경 때문에, 사춘기 방황으로, 친구 따라, 소비욕 때문에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 지점에서 성매매피해여성 개개인의 캐릭터상에 무조건적으로 지지 지원하기에 쉬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위와 같은 부당함을 모두 감내해야 하는가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다양한 동기로 유흥업소에 유입된 여성들이 결국 성매매로 귀착되는 과정은 ‘선불금’을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선불금이란 무엇인가. 업주가 자신의 업소에서 일하기로 한 여성에게 일을 시작할 때 미리 일정액의 급여를 지불라는데 이를 선불금이라 한다. 일종의 가불이랄까. 액수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사이를 오간다.

몇 달만 일하면 빚도 갚고 돈을 모을 수 있으리라는 핑크빛 기대는 황망히 깨져버리고 업소에서 빚은 차곡 차곡 늘어만간다. 백만원을 웃도는 홀복 값에 화장품 값, 선불금에 대한 고리의 이자, 시간당 몇만원씩 하는 지각비, 하루 결근에 몇십만원하는 결근비, 테이블 나가 손님한테 실수하면 올라가는 각종 벌금, 방 값으로 빚은 차곡 차곡 쌓여간다. 업주에게 자신이 번 돈을 계산해 달라면 업주는 선불금에서 제해 나가고 있다면서 얼마간의 용돈으로 떼운다. 손에 쥐는 돈은 없는데 빚으로 쌓여가는 돈은 많다. 몇백만원으로 시작한 선불금 빚이 어느새 천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업주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업소 운영이 힘드니 선불금 빚을 갚으라한다.
빚 갚을 능력이 안 되면 단골 손님을 확보해야할 게 아니냐며 각종 퇴폐쇼에 불법적인 2차 성매매를 강요한다. 유입동기가 다양해진 점 말고는 유입 이후 진행되는 여성의 성매매화과정은 몇 십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감옥같은 쇠창살이 족쇄노릇을 하였다면 현재는 고액의 선불금 빚이 여성을 감금하는 족쇄인 것이다.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 채권이 무효인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업주들은 무효를 피해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내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업주가 직접 선불금을 지급하지 않고 중간에 사채업자를 두고 사채업자를 통하여 선불금을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피해 여성쪽에서 성매매를 전제로 한 채권임을 입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선불금 지급시 차용증 작성은 기본이고, 강제집행인락의 내용이 수록된 공증까지 받는다. 요즘 센터로는 위 공정증서에 기하여 강제집행이 들어온 법률 상담사례가 2건이나 접수되었다. 이에 더해 “본 차용금은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 채무가 아님을 확인한다”라는 내용의 확인서까지 작성케 한 사례도 있다. 소송절차에 위 확인서가 제출될 경우 재판부가 과연 확인서 내용대로 판단할지 반대사실을 유추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웃음이 나왔다. 저 확인서야 말로 성매매를 전제로 하였음을 온 몸으로 말해주는 증거가 아닌가.

피해여성이 불어나는 빚과 업주의 퇴폐적인 영업 강요를 못 이기고 죽던지 탈출하던지 하는 심정으로 업소를 도망 나오면 업주는 온갖 법망을 이용하여 여성에게 다시 올가미를 씌운다. 미리 작성해 둔 차용증을 이용하여 민사로 대여금 청구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공정증서로 강제집행하기, 대여금 사기로 형사 고소하기… 차용증, 공정증서, 확인서 등 필요한 서류를 완비해 놓은 업주를 상대로 아무런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도망 나온 피해 여성들이 법적인 싸움을 한다는 것은 출발선부터 다르다. 거기에다 도와 달라 손 내밀 곳도 없다. 불공평한 게임이다.

탈성매매의 시작은 선불금의 족쇄를 끊어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널리 널리 센터가 탕치기를 도와주는 곳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피해여성들이 실제로 도움이 간절하게 필요할 때 도움 요청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센터를 등에 업고, 변호사를 등에 업고 업주를 상대로 공평한 게임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선불금이 무효인 사실이 거듭 거듭 확인되어 피해여성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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