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중학교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다녀와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직업’의 조건은? 직업 체험을 하고 난 뒤 그 직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나? 직업 체험을 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또는 사건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개 자기 일에 만족하고 있었나? 그 일을 하다 보면 건강을 해치거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지? 그곳 사람들은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였는지? 일하다가 문제나 불만이 생겼을 때 자유롭게 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지? 이런 질문에 아이들은 다양한 대답을 했다. 경찰서에 다녀온 친구는 이틀 밤새고 출근한 경찰을 보며 그러다 건강을 해칠 것 같다고 대답을 했고, 자동차 정비 공장에 다녀온 친구는 정비공들의 진지한 모습에 직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대답했다. 좋은 직업의 조건으로 돈을 꼽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행복을 꼽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에는 모두 공통된 답변을 했는데 “그 일을 10년 후에도 계속하고 있는 사람이 행복하게 그 일을 계속하려면 □□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아이들은 모두 ‘의지’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슬라이드를 보여 주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계속할 수 있으려면 노동자의 인권이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짤막하게 강연을 했다. 그리고 나를 지킬 수 있는 권리로 ‘건강한 일터’, ‘충분한 휴식’, ‘쫓겨나지 않는 삶’, ‘단결’, ‘공정한 대접’, ‘충분한 월급’, ‘No라고 말하기’를 설명했다. 글_ 윤지영 변호사
성동근로자복지센터와 경수중학교가 손잡고 경수중학교 3학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주최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주교사,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가 보조교사가 되어 2시간 동안 8개 학급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지난여름 성동근로자복지센터와 경수중학교는 아이들이 원하는 직업에 맞춰 일일 직업 체험 프로그램도 시행했는데 직업 체험의 경험이 노동인권 교육에 이어질 수 있도록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프로그램도 이에 맞춰 준비했다. 무엇보다 딱딱하지 않게, 아이들이 쉽고 즐겁게 노동인권을 접할 수 있도록 교안을 짰다.
11월 27일 3교시, 주교사가 되어 3학년 8반에 들어갔다. 어색함을 풀고 마음을 열기 위해 미리 준비해 간 스티커를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게임을 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른 친구와 가위바위보를 한 후 이긴 사람이 상대방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는 게임이다. 게임이 끝나자 얼굴에 덕지덕지 스티커를 붙인 친구나 그렇지 않은 친구 모두 환한 표정이었다. 그다음에는 오열종대로 늘어선 책상과 의자를 교탁을 중심으로 둥글게 만들어서 서로 마주 볼 수 있도록 한 뒤 이 반에서 제일 끼가 많은 친구, 할 말은 하는 친구, 생각이 남다른 친구, 직업 체험을 공유하고 싶은 친구, 그 외에도 학생들이 추천한 친구 5명을 교탁 앞으로 불러내서 직업 체험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2교시에는 본격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도전 골든벨! 6, 7명 씩 한 팀을 짜서 팀별 대항 퀴즈 맞히기를 했다. 실제 ‘도전 골든벨’을 진행하는 것처럼 문제를 낼 때나 답을 알려 줄 때 음향을 사용하고 매직으로 썼다가 지울 수 있는 보드판도 나눠 줬다. 그리고는 맞히는 팀에는 상품으로 사탕을 나눠 줬는데 아이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질문에 답을 했다. 보기를 제시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질문에 답을 맞힌 팀은 일할 권리, 단체로 사장과 임금 등을 교섭할 권리, 파업할 수 있는 권리,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 적정 임금을 받을 권리, 연소노동자의 경우 특별히 보호받을 권리를 들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노동자가 아닌 사람 찾기, 약속했던 급여를 주지 않는 등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를 막기 위해 처음부터 임금․노동시간 등 중요한 내용을 작성한 문서의 명칭, 노동자가 어느 수준 이상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최저 기준을 정한 임금의 명칭. 임금을 못 받았을 때 할 수 있는 방법 등에 관해서 질문을 던졌는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진지하게 논의하고 성의 있게 답을 적었다. 맞힌 경우보다 못 맞힌 경우가 많았지만, 최저임금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 임금을 못 받았을 때 참으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도 했다. 산업재해 동영상을 보여주고 산업재해를 고르는 문제를 끝으로 도전 골든벨을 마치고 일하다가 부당한 경험을 당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으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끝냈다.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도 대한민국이 OECD 최고다. 노동지수로만 놓고 본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악의 국가라 할 만하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노동권, 노동3권을 접할 기회가 없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독일, 프랑스, 북유럽 국가들처럼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에서는 ‘노동’이 정규 교과 과정으로 편성되어 있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노동 교육을 시행한다. 노동권, 노동3권의 중요성과 같은 추상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직접 임금을 계산하고 모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등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까지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노동권이나 노동법을 접할 기회가 없다. ‘노동자’가 되면 인생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가르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노동자가 된다. 노동 교육만큼 인생에 도움되는 교육도 없다. 설사 노동자가 되지 않고 그 반대에 서더라도 노동 교육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경수중학교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은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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