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변의 변] 방송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1부 : 방송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그 제도적 원인
*오늘날 한국 방송 산업은 비정규 노동이 일반화되어있습니다. 이번 공변의 변은 방송산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고 쟁점과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작성되었습니다. 1부에서 방송 노동자들의 현실을 초래한 법제도적 원인을 알아보고, 2부에서 쟁점과 개선방안을 소개하려 합니다.
오늘 방송노동자들이 처한 현실, 그 법제도적 원인
한국의 방송 산업은 1961년 KBS-TV의 개국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TV방송 시대의 초기에 민간상업방송국인 TBC-TV와 MBC-TV가 창설되며 국영–민영 경쟁체제가 형성되었으나, 직후 발생한 5·16 쿠테타로 들어선 군부는 모든 방송사를 정부의 통제 하에 두고자 ‘1963년 제정 방송법’을 만들게 된다. 벌칙까지 총 21개 조문으로 구성된 제정 방송법의 주요 목적은 정권의 방송에 대한 획일적 통제·관리였다. ‘방송의 국유화’로 표현될 수 있을 이와 같은 흐름은, 1980년 12월 신군부의 방송법 폐지 및 언론통폐합 단행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다.
1990년 지금의 SBS인 민영방송 설립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는데, 당시 개정 방송법은 “국내외 방송환경의 변화에 따라 1980년 이후 유지되어온 공영방송구조를 민영방송의 신설 등을 상정한 방송구조로 개편”하려는 입법목적을 지녔다. 이에 따라 1990년 민영방송의 설립과 1991년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 개국, 2000년대 들어 위성방송과 IPTV출범, 2011년 이후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거치며 한국의 방송 산업은 급격히 확장되었고 민영화되었다. 주목할 것은 같은 시기 각 대학들에서 방송 관련 학과들이 늘어났고 사설교육기관들 역시 급격히 확산되었다는 점이다. 방송 산업에 공급될 노동력이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양산·배출되고 있었다.
한국 방송 산업의 ‘압축적 확장기’라 부를 수 있는 이 시기에, 법제도는 방송 산업의 지배구조를 집중하고 소유권을 집중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비되었다. 가령 2009년 방송법·신문법 등 미디어 3법의 개정은 편성권을 가진 방송국의 소유독점을 막기 위해 주식·지분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던 기존 법령을 40%까지 높일 수 있도록 개정했고, 지상파와 종합유선방송 간 소유·지배를 금지하던 규정을 삭제하여 상호 지배개입을 가능케 했다.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시를 통해 외주화 확대를 모색하였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1991년 이후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의도적으로 확대하였고 이에 따라 최초 3% 수준에 불과하던 외주제작편성비율은 10여년 만에 30%수준까지 확대되었다. 애초 외주제작 확대정책은 프로그램의 내용적 다양성을 목표로 하였으나, 방송 산업의 지배구조 집중과 맞물려 진행되다보니 방송사업자 내지 방송사업자의 특수관계법인의 투자에 기초하거나 이에 기생하는 소규모 외주제작사의 양적확대로 귀결되었다. 프로그램 다양화라는 의도와 달리 실제로는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이 대량 등장하는 왜곡된 노동시장이 형성되었고, 제작비 역시 방송사업자의 편성권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일방적인 조건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외주제작의 불공정계약관행이 일반화되는 한편 방송사 외부의 방송제작 인력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 방송산업은 탈규제와 민영화를 표방하던 시기 압축적으로 확장되었으나 산업적 다변화라는 목표와 달리 방송제작 환경의 양극화라는 변화를 가져왔고, 방송제작인력의 고용조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방송 산업의 확장에 관한 제도적 틀은 산업구조 변동에 따른 사업자들의 이익과 배분의 균형을 중심으로 마련되었고 고용영향의 측면에서는 별다른 제도설계를 반영하지 못했다. 그 결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콘텐츠산업진흥법, 예술인복지법 등 현행 관계법령들 어디에도 방송 산업 내 고용환경 왜곡을 개선의제로 고려하고 있는 법제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방송 제작인력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령을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글_김수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