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 후기] 지난 2년을 돌아보며 _ 부산 YMCA 시민권익센터 김지현 변호사
처음 공익변호사가 되어 한참 바쁘고 힘들 때 공감과 자립지원사업을 만났습니다. 당시는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불법매매사건으로 한참 집단소송 원고 모집을 할 때였습니다. 공익변호사 활동을 막 시작한 시기라 책임감이 큰데다가 집단소송으로 다수 당사자가 관련된 일을 실수 없이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던 시기였습니다. 부산에서는 공익분야에 프로보노로 참여하는 변호사들이 다수 있었지만, 전업으로 상근하는 공익변호사는 저 혼자라서 외로움과 상의할 곳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시기기도 했지요. 그런데 공감의 대선배 공익변호사가 기사에서 시민권익센터를 접했다면서, 연락도 해주고 공익변호사모임 카톡방에도 초대해주었습니다. 공익변호사 모임에서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을 때 저는 천사들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공익변호사로 활동한 지난 2년을 돌아보면 물론 힘겹기도 하였지만, 보람되고 의미 있는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는 공익변호사들이 분야를 정해 활동하고 있지만, 부산에서는 공익변호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 전천후로 활동을 해야 합니다. 큰 공익소송도 여러 건 있었지만, 사실 개개인이 법률적인 도움으로 삶을 되찾을 때 느끼는 보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작은 법률적인 도움이라도 해당 당사자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인 경우가 많거든요.
압류범위변경으로 영구임대아파트 거주 수급자 가정이 계속 거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출생신고를 못해서 학교를 가지 못하는 장애인 가정의 8살 아이가 호적상 부와 친생부인의 소로 출생신고를 하고 학교를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우을증을 앓던 처가 자살하면서 남긴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남편이 빚을 벗을 수 있게 도와드렸을 때, 장애인이라서 노숙인이라서 당한 억울함을 대신해서 법에 호소해드릴 때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공익변호사의 경제적인 어려움들은 사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비교하면 작은 문제입니다.
생각지 못하게 성과가 있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시민권익센터를 시작하면서 부산 외곽에 있는 복지관 한군데에서 찾아가는 법률상담을 시작하였는데, 법률적인 서비스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지역이라 수요가 많았습니다. 법률적인 도움은 필요하지만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여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2년차에는 지역의 복지관과 자활센터 등 7군데로 상담 장소를 확대하였고, 당시 시민권익센터 전문위원회로 참여하던 프로보노 참여 변호사들이 상담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3년차가 된 현재는 미혼모 단체, 쪽방상담소 등이 추가로 협약기관이 되어 매월 혹은 격월 총 10군데에서 찾아가는 법률상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산 지방변호사회 모집을 통해 이 사업에 참여하는 변호사들도 많이 생기게 되었고요. 가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접하는 분들의 힘든 삶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저 역시 힘들어질 때가 있습니다. 법이 만능은 아닌데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떼쓰시는 분들도 만나기도 하고요. 그럴 때면 저에게 긍정에너지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부산에도 공익변호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함께 해주시는 분들,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공익변호사들, 현업에도 바쁠 텐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하는 프로보노 참여 변호사들, 늘 격려와 위로를 주는 자원 상담원 선생님들, 저희 사업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후원해 주는 공감-나우를 비롯한 후원자들을 떠올리고 새 힘을 얻곤 합니다.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달려 나가는 시민권익센터가 되길 다짐하면서, 그 동안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 _ 김지현 변호사 (부산 YMCA 시민권익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