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 해외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사례를 집중 조명하다
4월 29일, 민주노총에서 “아시아지역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사례 및 대응방안 모색: 해외한국기업 피해사례 증언” 워크샵이 열렸다. 공감과 국제민주연대, 민주노총, 서울공익법센터, 좋은기업센터 등이 공동주최한 이 행사는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인 ‘변화의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필리핀, 인도, 캄보디아의 활동가와 피해당사자들이 초청되었고, 그동안 관련 활동을 해온 한국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첫 번째 사례는 한국에 본사를 둔 필리핀 법인 P사의 노동권 탄압에 관한 것이었고, 이 회사의 노조 사무국장인 Merlly Solano와 마닐라 인근 경제특구에서 노동자들의 지원하고 있는 Workers Assistance Center의 Arnel Salvador 활동가가 발표를 했다. 노조 설립 후 단체교섭 요구를 거절당하자 파업에 돌입했고, 무자비한 탄압과 함께 100여명이 넘은 파업노동자들이 모두 해고된 사례였다. 농성 중이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괴한에 의한 납치사건도 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가지만 필리핀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는 무시당하고 있다. 파업과정을 설명하면서 Merlly가 그 때의 상황을 잊을 수가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현지 조사를 갔다 온 서울공익법센터 김종철 변호사가 발표한 작년 말 방글라데시에서 있었던 Y사의 사례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공포를 자아냈다. 임금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이유로 5명의 노동자가 사용자 측에게 불려갔고, 이들의 일부는 손목과 발목이 칼로 베인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행방불명되었다.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수백 명이 체포됐다. 사측은 사건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공포에 떨면서 진실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들조차 방글라데시에서 강제실종 사건은 흔한 일이라며 개입할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물었다. “누가 이 사람들의 피에 책임이 있는가?”
다음은 인도의 외국투자 유치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 한국의 해외투자 단일 규모 역대 최대라는 P사의 제철소 건설관련 프로젝트. Campaign for Survival and Dignity라는 단체의 Shankar Gopalakrishnan이 발표를 했다. 삼림지역 토착민들의 수년간에 걸친 저항. 중앙정부는 인도 국내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가 그다지 투명하지 않은 절차를 통해 이를 번복했다. ‘법이 요구하는 삼림지역 토착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동의를 구했다’, ‘삼림지역은 없다 … .’ 100년 가까이 가꾸어 온 삶의 터전을 버릴 수 없는 이들의 절박함은 회사의 눈에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것이거나 외부의 사주를 받은 정치적 저항으로만 비칠 뿐이다.
캄보디아 한국기업 진출 사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고, 공감, 좋은기업센터, 민주노총의 토론이 있었다. 2000년을 전후하여 해외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문제를 고민하는 소수의 단체나 활동가가 있었고 공감은 2005년경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위에서 언급된 사례들에 직접 개입하여 현지조사를 가거나 관련 문헌을 연구 조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현지 피해자들은 한국에서의 역할과 구제수단의 제시를 요구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된 기업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처럼 반기업정서의 문제라거나 이데올로기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국익, 자원안보라는 명분이 위와 같은 극단적인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지 법제의 빈틈을 악용하고, 부정부패의 취약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자신들은 현지법을 지킬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사람’은 없다. 침해는 부정되고 설사 침해를 인정하더라도 그들에게 있어 이는 더 큰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일 뿐이다. 해외한국기업, 더 나아가 다국적기업의 인권존중의무와 그 책임은 더 이상 선언적인 것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정부도 문제가 커지면 그때서야 이를 무마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나, 인권의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미 너무 많은 이들이 생명이나 삶의 터전을 잃었고,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빼앗겼다.
글_황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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