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92조 위헌제청 공개변론
“이 역겨운 악, 소도미가 얼마나 국가를 훼손시키고, 비밀리에 얼마나 많이 퍼지는가를 생각한다면 사형 선고는 지나치지 않다.”
– 18세기 독일 개신교 신학자 요한 미하엘리스 –
“200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동성 간 성행위를 한 남성 2명이 각각 채찍으로 7천대를 맞는 태형을 받았다. 국제사면위원회는 2000년에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적어도 여섯 명의 남자가 1998년과 1999년에 탈레반 법정으로부터 ‘소도미’로 기소된 후 각각 대중들 앞에서 압사 당했다고 밝히고 있다.”
– 군대 내 동성애 행위 처벌에 대하여 (변호사 이경환) –
18세기 동성애 행위를 사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던 한 신학자의 목소리는 2세기가 훨씬 더 지난 오늘날 우리사회의 편견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세계의 어떤 곳에선 개인의 성적지향이 죽음으로 다스려야할 범죄로서 인식되고 끔찍한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제적인 힘과 민주주의에 실천에 있어서 최고의 선진 국가임을 자처하는 미국에서도 불과 한 달 전에야 비로소 동성애자를 군대에서 차별하는 법을 개정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의회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 6월 10일 오후 헌법 재판소에서 공개변론으로 다루어진 군형법 92조의 위헌심판은 우리사회의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증오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준 사건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러한 편견을 조금씩 개선코자하는 또 다른 우리사회의 밝은 모습도 보여준 사건이었다.
군형법 92조는 “계간 및 기타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는 군대의 특수 형법 조항으로서, 계간이라고 일컫는 동성애자들의 성행위를 처벌 대상의 대표적인 예로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타추행의 의미를 해석하여 다양한 군대내 성행위를 규율하려고 한다. 특히 이 법은 가해자나 피해자 또는 행위를 한 당사자들의 처벌의사와는 상관없이 징벌하기 때문에 일반 사회에서 말하는 추행죄와 같이 피해자의 고발의사에 따라 죄를 심판하는 친고죄의 성격과는 다르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실제로 군대 내에서 이 조항에 따라 처벌되는 사례는 2004년부터 2007년 까지 150여건이 넘었고, 대부분은 군대내 남성 간 성 행위를 처벌해 왔기 때문에 군대내 동성애자의 성행위를 규율하는 조항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이 위헌심판에서는 군형법 92조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적 성격이 문제시 되었다. 법자체가 가진 애매함과 징역이라는 단일한 형사 처분이 혼합되어 군과 우리사회에 팽배한 동성애 혐오성향을 법률로서 실현하고 확인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악법이라는 주장과,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군 사회 안에서의 비정상적 행위를 규제하는 법률로서 그 존재이유가 헌법과 합치한다는 주장이 맞선 것이다.
일부 연예인들의 커밍아웃 사건 이후 최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동성애자들의 현실적인 애정생활과 인간관계의 모습이 대중에게 소개되면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찬반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군대라는 우리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집단에서의 동성애 이슈는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를 반영하듯 위헌심판 공개변론 법정의 분위기는 방청석을 가득 매운 사람들의 진지한 관심과 의견들로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위헌심판 공개변론은 위헌을 주장하는 공감의 정정훈 변호사와 합헌을 주장하는 국방부 대리인 김석영 변호사의 변론요지 발표로 시작되었다.
공감의 정정훈 변호사는 먼저 이 법에서 위헌성을 문제 삼고자 하는 부분은 강제적인 추행이 아닌 합의에 의한 사적인 성관계에 대한 처벌임을 강조했다. 변론의 요지는 명료하고 간단했다.
1.법 자체가 가지는 애매성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과 국방부의 해석은 어떤 행위를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서로 다른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군인들은 자신이 범법행위를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2. 병영 내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인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또는 근무시간에 성행위를 하는 것은 규율되어야 할 문제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징역으로서 다스린다는 것은 다른 수단으로서 보호할 수 있는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 기강을 병사의 기본권(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달성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
3. 법의 적용에 있어서 같은 행위를 두고 동성애자들인 경우는 처벌하고, 이성애자들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불공정한 적용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것.
그리고 이 법은 계간이라는 전 근대적 언어의 사용이나 그 밑바닥에 깔린 해석논리를 생각해보았을 때, 동성애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혐오감을 전제하고 또 확인하고 있으며 이러한 잘못된 혐오의식은 공정한 법의 판단을 통해서 개선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변론을 마쳤다.
정 변호사의 전략은 구체적인 쟁점 부분을 사례를 통해 명확히 제시하여 상대편이 군형법 92조에서 우리가 문제시 하는 ‘합의에 의한 사적인 행위 처벌’ 부분을 의도적으로 피해가며 이 법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앞으로 이어질 재판관들의 질의들을 통해 정확히 적중하였음이 드러났다.
국방부 측 대리인인 김석영 변호사는 정정훈 변호사가 지적한 명확성, 과잉금지,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변론을 시작했다. 우선 군형법 92조는 입법한 목적 자체가 일반 형법의 추행죄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일반 형법의 추행죄는 개인이 자신의 성을 실현하는데 있어 상대방에 의해 강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 즉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가 목적이라면, 군형법 92조는 군이라는 특수한 집단 환경 속에서 비정상적인 성적 행위를 규율함으로서 군인의 건전한 생활과 군 기강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행위 당사자들의 사이에 강제성 여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전에 이 법을 적용한 판례들에서 재판부가 제시한 기준에 의하면 행위 당사자들의 관계나 행위 장소 등을 충분히 고려하려하여 군의 기강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만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에 판결에서 제시된 기준이 어느 정도 추상적인 것은 인정하나, 법이 규율하고 있는 행위의 성격이 상황에 따라 광범위고 다양하기 때문에 오히려 추상성을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법을 적용할 수 있게 하고, 이러한 추상성이 헌법이 갖추어야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역시 예상한 논리 전개였다. 사실 이 법을 명목상 원리적으로만 해석한다면, 우리가 주장하는 것처럼 합의에 의한 사적인 성행위는 처벌대상이 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성행위가 동성 간이든 이성 간이든 그것이 강제적이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 졌다면 군부대는 그 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을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국방부 대리인의 논리 속에 동성 간의 행위라도 그것이 부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처벌 대상이 아닐 것이며, 처벌된 사례가 있다하더라도 ‘한 두건의 극히 예외적인 것이라 이 법이 올바르게 적용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면, 이 법이 합의에 의한 동성애를 부당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우리 측의 논리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의견은 점점 우리의 논리적 전제를 그대로 인정하고 따라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김석영 변호사는 동성애를 허용하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고 우리 국민의 의식이 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군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하여 군부대에 동성애 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불가하다는 논리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동성애를 허용한 나라들은 대부분 모병제 국가들이며 우리나라와 같은 징병제 국가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추세라는 정확하지 않은 주장도 덧붙였다. 또한 천안함 문제를 상기시키며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군 기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동성애 행위는 처벌돼야 한다는 게 장병들 대부분의 의식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김석영 변호사의 발표 녹취에 의하면, 군장병들에게 질문된 내용은 “비정상적인 성행위는 처벌되어야 하는가?” 이지 “동성애 행위는 처벌되어야 하는가?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법은 1년 이하의 징역형 하나로 처벌하고 있으나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등의 다른 처벌방법도 있어 과도한 처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과잉금지의 원칙도 아니라는 주장으로 이어나갔다.
결국 국방부 대리인은 동성애가 군에서는 아직 혐오의 대상이며, 그런 혐오감을 가진 장병들의 불편함을 지키고 그것이 곧 군 기강과 건전한 군인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이 법이 정당한 것임을 주장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국방부가 스스로 이 법이 합의에 의한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이기도 한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연스레 이 법을 동성애 행위를 무차별적으로 처벌하는 부당한 법임을 주장하면 되었고, 재판은 점점 우리에게 용이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국방부 대리인의 발표가 계속되는 동안, 동성애자가 일반인들의 혐오대상으로, 그들의 행위가 비정상적 행위로 전락하는 모습을 지켜본 몇 몇 방청객들은 한숨과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헌재 재판관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최초의 질문들은 이 법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측에서 주장한 것처럼 합의에 의한 사적 동성애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중요한 질문들은 그 이 후에 이어졌다.
과연 국방부의 주장처럼 이 법이 사회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피고가 주장한 군 외부에서 합의에 의한 동성애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익을 침해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재판관들이 동성애 행위는 군의 기강과 전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추상적인 개연성을 받아들 일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었다. 그러나 헌재의 재판관들은 이러한 보수적인 견해를 쉽게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방부는 24시간 내무생활을 해야 하는 병사들의 경우 동성애자의 행위 또는 비정상적 성행위의 요구는 병사들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군무이탈이나 자살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답변은 여전히 합의에 의한 영외에서의 동성애행위가 주는 위해를 설명 할 수 없었으며, 재판관도 이를 재차 지적하였다. 국방부 대리인들은 최전방 경계초소 안에서 벌어진 동성애자 병사들의 성행위를 적발한 대대장의 고뇌에 찬 편지를 읽어주기까지 하면서 재판관을 설득시키려 했지만 동성애자의 행위와 군전투력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보라는 다그침에 그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정변호사는 그들이 제시한 초병사건의 예는 군형법상 초병에 관련한 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국방부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재판장들의 질의는 여기서 끝이 났다.
다음으로는 참고인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우리 측 참고인으로 나온 서강대의 이호중 교수는 2008년 대법원 판례의 기준이 여전히 명확성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음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군형법의 추행의 개념을 일반 형법의 추행죄와는 다르게 정의하여 그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결국 명확한 기준제시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첫째로 계간(남성간의 항문성교를 의미함)이라는 예시로서 추행의 범위를 제한한다는 해석은 결국 강제성을 기준으로 추행을 정의하는 일반형법과 달리 동성이냐 이성이냐를 중심으로 추행을 판단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 법의 성격을 드러내 준다 하겠고, 둘째로 강제가 아닌 합의에 의한 경우 비정상적인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하는데, 합의에 의한 사적인 행위의 경우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한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성적만족 행위여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과연 추행을 판별하는데 성적만족 행위여야 한다는 기준이 필연적으로 구성요건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도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명확성의 원칙이라 함은 법원이 판단하는 데 있어 복잡한 기준을 제시하여 결론에 이르는 것을 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이러한 과정 판단을 통해서 일반인이 범죄 행위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목적임에도 이러한 애매한 기준들은 오히려 일반인의 판단과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처벌해야 할 대상의 범위, 군 기강을 저해하는 행위여부의 판단 기준은 2008년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된 기준 어디에도 명확한 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호중 교수의 2008년 대법원 판결기준의 애매함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은 국방부 측의 최종결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지금까지 이 법의 불명확성을 적용 행위가 강제냐 비강제냐 아니면 동성간이냐 이성간이냐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던 헌재의 재판관들에게 새로운 수준의 논의를 던져주고 있었다.
다음은 국방부 측 참고인의 발표가 이어졌다.
국방부 참고인으로 나온 성신여대 정연주 교수는 국방부 대리인의 변론요지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발표를 이어갔다. 군형법 92조는 군 기강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강제와 비강제, 이성간과 동성 간에 관계없이 군 기강을 저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으로서 행위자의 관계나 행위 장소 등을 고려하여 비정상적인 성적행위 여부를 결정하기에 법이 규정하는 범죄가 어느 정도 추상성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위헌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국의 사례는 동성애를 허용하는 나라만큼 허용하지 않는 나라도 존재하는 것으로 볼 때 이는 각 국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군인들이 동성애 행위를 정상적인 행위로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에서 이러한 의식만을 고려하더라도 군대내 동성애 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군인들의 근무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형벌이 아닌 강제 전역 등의 징계로 처벌할 경우 군복무를 원하지 않는 사병들을 처벌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관은 정연주 교수에게 사회에서의 동성애는 찬성하되 군내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인가를 확인했다. 정연주 교수는 사회에서는 몰라도 군에서는 적어도 허용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 행위에 대하여 다수의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동성애 행위가 군대라는 특수집단에서 만큼은 분명하게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피고 측 정정훈 변호사와 국방부 측 김석영 변호사의 최후 변론이 이어졌다.
정정훈 변호사는 2009년에 개정된 군형법조차도 오히려 위헌성이 더 뚜렷해졌다고 주장하면서,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가치판단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법이라는 공적영역에서 그 편견을 확인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군대라는 조직 역시 사회로부터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사회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사회의 일부로서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편견을 재생산하는데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측 변호인의 최종변론은 우리군의 폐쇄성과 내무생활의 열악성을 다시 지적하면서 우리 군의 병영생활 실정에서는 아직 동성애에 대한 허용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동성애자가 여성이나 장애인, 인종과 같이 차별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대상인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인종이나 성별, 장애는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가치중립적인 성격인데 반해 동성애는 사회의 도덕적 가치판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성격을 가진 집단으로서 차별로부터 무조건적으로 보호해야하는 집단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으로 변론을 마무리했다.
국방부 측 변호사의 최종변론은 우리 군이 동성애를 보는 시각이 어디쯤에 있는가를 확실하게 드러내주었다. 결국 동성애자는 비도덕적인 인성을 타고난 사람으로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나 여성이라는 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과는 다르게 그 태생에서부터 아니면 이미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성향에서부터 원죄를 가진 죄인이라는 가치판단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역사의 어느 지점에서는 여성도 지적능력이 모자란 사회생활에 부적합한 인간이었고, 장애인도 신에게 저주를 받은 죄인이었으며, 흑인이나 노예역시 열등한 종류의 비도덕적인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며, 국방부 대리인의 주장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군형법 9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제청 공개변론은 결국 우리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군 집단이 사회의 한 소수집단인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으며 그러한 집단을 어떻게 취급하려 하는지에 대한 적나라한 현실을 드러내 주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편견에 맞서 변화해 온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로보고 고쳐나가고자 하는 우리시대의 양심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었던 희망적인 역사의 한 순간이기도 하였다.
글_11기 인턴 이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