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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국제인권

‘권리를 가질 권리’, 국적 없는 이들을 아시나요?


지난 11월 24부터 26일까지 공감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태지역 무국적 관련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아태지역 내 무국적과 관련된 여러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였고 시민사회 중심으로 아태지역 무국적네트워크를 결성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공감은 지난 10여 년간 아태난민권리네트워크, 아시아사법접근권컨소시엄 등 여러 아시아 인권NGO 네트워크의 결성 및 활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특히 일본, 대만의 난민법제 개선과 아시아 인권NGO들의 역량 강화에 기여해왔다. 이번 회의 참가도 그 연장선에 놓여있다. 무국적 문제 관련해서 공감은 일본 조선적, 러시아 사할린 동포, 귀화취소 무국적자 등 무국적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소송을 진행해왔고, 최근에는 보편적 출생등록(자세히보기 클릭), 이주아동청소년 등 관련 국내 네트워크를 통해 법제와 관행 개선을 꾀하고 있고, 조만간 무국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국내 네트워크 결성, 무국적자 인정절차와 처우와 관련 법제 마련, 헌법소송 등 전략소송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엔난민기구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천만 명 이상의 무국적자가 있고 아태지역의 경우 다른 어떤 지역보다 가장 많은 무국적자가 존재한다고 한다. 국적이 없거나 국적을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은 교육, 고용, 주거, 보건 서비스 등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거나 제한됨을 의미한다. 무국적자들은 많은 경우 공적 신분증이 없거나 출신국과의 관련성을 밝히기 어렵고, 노동착취, 인신매매, 자의적 구금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이들은 또한 법적으로 혼인할 수 없거나 출생 혹은 사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부동산 거래, 은행계좌 개설 등도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결국, 국적에 대한 권리는 ‘다른 권리를 가질 권리’ 국적이 없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민이나 다른 인권문제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지역 내 무국적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사회의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적으로 보편적 출생등록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미얀마의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거세지면서 무국적문제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2015년 6월 처음으로 아태지역 내 무국적 문제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유엔난민기구와 아태난민권리네트워크 공동주최로 태국에서 마련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작년 회의 이후에 지속적으로 논의를 거쳐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자리였다.


아태지역 무국적 관련 컨퍼런스 진행 풍경


 

첫째날은 무국적의 개념에 대한 이해, 아시아 지역 내 무국적 문제 해소를 위한 다양한 활동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국적을 부여하고 확인하는 정부 내 주체는 누구인지, 특히 출신국이 아닌 국가에서 무국적 여부가 문제되었을 때, 어떤 절차를 거쳐 무국적임을 확인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하여 여러 논의를 진행했다.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출생등록, 주민등록 캠페인과 실질적인 활동은 인상적이었다.

 

둘째날은 구체적인 활동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자리였다. 전략 소송, 국제적 기준 및 기구의 활용, 언론, 소셜미디어의 활용 등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있었고, 몇몇 지역 혹은 국내 단체/네트워크의 경험 공유의 시간이 있었다. 공감도 주최측의 요청으로 다섯 번에 걸쳐 여러 소그룹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난민네트워크를 하나의 성공적인 예로 소개하고 그 성공 요인으로 1) 공동활동을 통한 상호신뢰와 이해 구축, 2) 국내외 기구, 기준 활용, 소송, 캠페인 등 종합적인 활동, 3) 유엔난민기구, 국가인권위 등과의 긴밀한 관계, 4) 국회, 법무부, 법원 등과 지속적 대화 등을 언급했다. 그리고 집중해야할 이슈에 주목하고, 스스로 관련 전문성 등을 갖췄는지를 판단하고,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이슈를 다룰 단체/네트워크를 파악하여 스스로를 다양한 형태로 포지션닝하는 공감의 활동방식도 소개했다.         

 

셋째날. 아태지역 무국적네트워크의 사업계획, 조직구성, 정관 등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항상 있는 일이지만 특히 국제회의에서 사업계획을 논의할 때에는 모두가 자신들의 풍부한 경험에 기초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줄 인력과 예산, 그리고 참가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확보되기 어렵다.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최소화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새로운 아시아NGO의 결성을 확인했다.


컨퍼런스 참가자들과 함께(왼쪽에서 두번째 – 황필규 변호사)

어지러운 시국에서 아시아 인권의 문제, 특히 무국적자 문제는 뭔가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도 무국적자의 문제가 점점 불거지고 있고, 무엇보다 인권의 추구는 결국 가장 취약한 집단, 인권침해와 차별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집단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권리를 가질 권리가 없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인권의 ‘명령’이다. 공감은 앞으로도 계속 이들과 함께하고자 한다.


글_황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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