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 – “최후의 사회안전망” 인가?
지난 4월 30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공동주최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정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한국의 현재와 미래상을 송두리째 뒤바꾸어놓은 금융위기가 터진지 2년만인 1999년에 제정되었다.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회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하며 “최후의 사회안전망” 등의 수식을 받아왔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모든 국민에게 연령이나 근로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 이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졌는가 되돌아보면 그러한 약속이 있었는지조차 희미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생계가 어려우면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여전히 당연한 게 아닌 특혜로 인식되고 있다. “최후의 안전망“이라지만 “최후“에만 너무 몰두하여 정작 “안전“은 등한시해온 탓이다.
국민소득은 1999년 1만 달러 미만에서 2019년 3만 달러를 돌파하여 3배 이상 증가했지만 비수급빈곤층은 여전히 9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2015년 기준). 그 중심에 가족의 소득재산을 수급자격 기준으로 삼는 부양의무자기준이 있다. 아무리 가난해도 부양받을 잠재적 “가능성“이 있으면 국가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부양의무자기준은 결과적으로 수급을 받고자 하는 이에게 부양받을 일말의 가능성도 없음을 지속적 그리고 반복적으로 입증하도록 하는 매우 비인간적이고 가혹한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부양의무자기준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사정, 즉 본인이 아닌 부양의무자의 재산, 소득과 부양의사를 수급요건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 법체계를 관통하는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반한다.
이 심포지엄은 제정 2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역시 비수급빈곤층의 문제가 도마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소 고무적인 것은 정부관계자들도 이제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나 “개선“이 아닌 “폐지“를 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광화문에서 5년간 처절한 농성을 벌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반빈곤단체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드디어 장벽을 뚫어 반대편에 다다른 것이다.
한편, 기조발제를 맡은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포용적 복지국가“는 난민과 외국인까지 포용되어야 하는 개념이어야 하는데 이러한 논의가 전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하였다. 정부주최 행사에서 이제라도 이러한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이들임을 상기할 때 아직 갈 길이 아득하다.
“이 제도와 연결 짓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로부터 기초법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가 최종적으로 드러났던 것은 “죽음“이었다.”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선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의 말이다.
관련 기사 : 기초법 제정 20년, “가난한 사람들 입장에서 제도 평가해야” 쓴소리
글 _ 박영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