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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일반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지난 2013. 3. 21.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는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인 1972년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역사적인 선고가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유신 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발의·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행위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비상군법회의 등에서 재판하여 처벌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 유신헌법 제53조에 근거하여 발령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 및 제9호에 대해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긴급조치들에 대한 위헌심사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전속한다는 점, 이 사건 긴급조치들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준거규범은 원칙적으로 현행헌법인 점을 확인하였다.



 


 그렇지만 긴급조치 발령의 근거규정이자 긴급조치를 사법적 심사의 대상에서 제한 유신헌법 제53조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당해 사건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라고 하면서 심판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신헌법 53조 2항은 대통령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던바, 이는 법률에 대한 대통령의 우위를 의미하는 것에 불과하고, 3항에서 긴급조치를 한 때에 대통령은 국회에 긴급조치 발동에 대해 ‘승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 ‘통고’만 하면 되도록 하고 있어 입법부에 의한 통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었으며, 4항은 ‘1항과 2항의 긴급조치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바,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하여 ‘공정한’ 사법적 심사는 고사하고 ‘사법적 권리구제절차’를 밟을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1970년대 유신체제하에서 긴급조치 1·2·9호 위반으로 징역 등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들로, 서울고등법원 등에 재심청구를 하였고, 그 소송 계속 중 유신헌법 제53조와 긴급조치 1·2·9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각하되자, 2010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공감에서도 민변 변호사들과 함께 위 헌법소원사건을 대리하였다.



 


 유신헌법 53조와 이에 근거하여 내려진 긴급조치 때문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고 그로 인한 고통이 오늘날까지 온존하고 있었고, 긴급조치로 인한 유죄판결의 재심사건에서 긴급조치 1호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위헌판결(대법원 2010.12.16 선고 2010도5986판결)을 선고한지도 2년 이상 지났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때로부터도 3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나온 결정이어서 때늦은 감이 있으나, 늦게나마 긴급조치 1·2·9호에 관한 위헌결정으로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고통을 덜고 명예를 회복하며 부당한 유죄판결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게 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계기로, 과거 유신체제하에서 선포된 긴급조치 1·2·9호 위반으로 처벌받은 많은 사람이 재심소송을 통하여 일괄적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길이 열리게 되었다.


 


 



글_ 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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