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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동아시아의 난민보호와 시민사회역할





한국땅을 밞게 된 날을 ‘다시 살아난 날’이라고 자부하는 아브라함(38)은 환하게 웃으며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대한민국)는 따뜻하고 안전해요. 요즘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에요. 국적이 없다는 것은 권리도 없고, 책임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뜻이거든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과 같죠….잃었던 국적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지난 3월 19일, 에티오피아 출신의 난민 인정자 아브라함 씨는 법무부로부터 귀화 증서를 받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는 2001년 한국 땅을 밟고 이듬해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지위를 신청, 2005년 9월 최종적으로 난민인정지위를 부여 받고 마침내 귀화를 신청…. 잃은 지 10년 만에 ‘국가’를 되찾게 된 것이다.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은 이를 일컬어 사상 처음으로 한국법무부가 난민 인정자에게 국적 취득을 허용한- 아시아에서의 획기적인 사건, 이정표적인 일이라 평가하였다.



난민인정자가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 난민이 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 이다. 난민신청 접수를 시작한 94년 이후 15년이 지났다. 현재, 우리나라 누적 난민신청자는 2500여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180명에 불과하다. 어째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 것일까… 아브라함의 밝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위로 겹쳤던 건 이 순간에도 불안과 떠돌이 생활고속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을 다른 많은 난민들의 얼굴들 때문이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난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정부 및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마침, 지난 2010년 4월 28일 연세대학교 광복관에서 동아시아 난민 NGO국제회의가 열렸다.


 


 


동아시아의 난민보호와 시민사회의 역할


 



지난 4월 28일, 난민을 위해 일하는  동아시아의 다양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대안들을 모색하기 위하여 한자리에 모였다. 난민보호와 사회통합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추진된 이 국제회의는 일본난민협회(JAR)과 한국의 피난처(PNAN) 및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이 주최하고 일본 도요타 재단이 후원했다. 한국, 일본, 홍콩, 호주 등지에서 모인 난민 NGO들을 포함해 200여명이 참여해 각국의 실태를 알리며 열띤 토론을 하였다.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오후 세션 1부에서 패널로 참여해 ‘새로운 난민법 제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 후 토의를 진행하였다.



국내에서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갖는 이번 회의는 전광석 교수(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원장)의 개회사로 문을 열어 Ann Mary Campbell(UNHCR 한국대표)과 이호택(피난처 대표), Alice Nah(아시아태평양 난민인권 네트워크의장)의 기조연설과 오후세션 패널토의 1, 2 부로 이어져 6시간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패널토의


 


“난민인정절차와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진행된 1부에서는 이철우 교수(연세대 법학과)의 사회로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 일본난민변호사네트워크의 Suzuki Masako, 홍콩 난민 어드바이스센터의 Brian Barbour, 국제구금연대집행이사인 Grant Mitchell의 발표와 질의응답시간이 진행되었다. 황필규 변호사는 한국의 개정 출입국관리법에 대해 법률적 개선점과 시민단체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Suzuki Masako 변호사는 난민인정절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본의 “난민판정참여인제도”와 일본변호사협회의 법률지원상황을 소개하였다.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은 부분이었던, 로스쿨과 연계된 법률클리닉 시스템은 홍콩의 Brian Barbour 변호사를 통해 발표되었으며 그는 통역인 훈련과정의 중요성 또한 재차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Grant Mitchell 의장은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구금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난민과 비호신청자, 이주민의 인권에 대한 문제들을 다뤘다. 패널 발표 후에는 미리 배부된 질문지에 참가자들이 의견과 질문 등을 기록하여 제출 후, 매우 열띤 토론의 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2부 토의는 “동아시아 난민의 사회통합과 역량개발”이란 주제를 갖고 법무법인 소명의 김종철 변호사의 사회를 통해 진행되었다. La Trobe 난민연구소 연구원인 Robyn Sampson, 난민인권센터 사업팀장 최원근, 홍콩국제사회서비스 이주사업 및 개발담당관 Adreille Panares, 일본난민협회 사업담당자 형수진 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호주의 Robyn Sampson 연구원은 호주의 난민신청자들의 상황과 정부의 재정지원, 제공서비스에 대하여 소개하였고 난민인권센터의 최원근 사업팀장은 한국의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의 실태를 보고, 개선 되야 할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그는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영종도 난민지원센터 건설계획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시민사회나 NGO들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홍콩의 Adreille Panares는 홍콩 국제사회 서비스(ISS HK)가 지금까지 난민신청자들과 고문피해자들에 대해 지원해온 생계지원 프로그램을 상세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전달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일본난민협회의 형수진씨는 난민지원협회가 민족 별로 행해온 커뮤니티 지원 시스템과 수입창출 사업계획에 초점을 맞추어 그간의 성과들을 발표하였다.


 


 


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시 살아난 날’을 선사해 주기 위하여…


 



패널발표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최원근 사업팀장의 발표 중 정부가 인천 영종도에 건립하려는 난민지원센터의 이야기였다. 2012년도 완공 예정이라는 이 센터는 난민들의 한국어 공부와 사회적응 훈련, 취업준비 등을 돕는 취지 하에 지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최원근 사업팀장이 지적하였듯이 접근성 면에서 이 계획은 큰 오류를 안고 있다. 대부분의 난민들은 서울 인근의 인천, 부천, 의정부 등지에 거주하고 있다는데 최소한의 생계마저 해결하지 못하는 난민들이 어떻게 영종도까지의 교통비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물론 정부의 영종도 난민지원센터 설립이 난민들의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는 좋은 취지에서 계획되었다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영종도, 특히 헬기장과 하수처리장 근처에 세워질 난민지원센터 근처에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을까? 사회통합보다는 배제의 가능성이 더 많은 건 아닐까? 결과적으로 이는 허울뿐인, 보여주고 생색내기 위한 지원은 아닐까?



여러 가지 의문들과 함께 패널발표 때 황필규 변호사의 향후 과제에 대한 언급이 떠올랐다. 단순히 ‘장식적’이거나 ‘선언적’인 법 이상의 새로운 난민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하셨던 변호사님의 말씀이, 강단에서 열정적으로 영종도 난민지원센터 설립계획에 대해 비판을 하시는 최원근 사업팀장의 얼굴 위로 오버랩 되었다. 우리가 현재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고, 난민지원정책상 한국정부가 이만큼이나 진보적이라는, 즉 과시하기 위한 난민지원센터 설립이 아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와 실질적인 편의에 맞춰진 센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시민단체들의 관심과 탄원이라는 점도 명백해 보였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거센 비를 동반한 영하의 4월 하루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의장 안은 자리가 모자랐을 정도로 난민에 대한 관심과 그들을 위하는 마음이 가득 차 훈훈한 기운이 느껴졌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점은 난센의 최원근 사업팀장의 발표 내용 중, “난민에 대한 심리상담 시범사업을 한 결과, 한국에서 난민인정을 받기 위해 살아가는 동안의 차별과 배제, 방치에서 비롯된 외상 후 스트레스(PTSD)가 본국에서의 박해보다 훨씬 컸다” 라는 부분이다.



생명의 위협을 받던 본국에서의 박해, 고난뿐인 삶이 버거워 떠나온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기에 더 큰 스트레스와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일까. 개회사를 한 연세대 전광석 법학연구원장은 “가장 앞선 난민정책은 그들을 자국민과 동등하게 대하는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개선뿐 아니라 사회가 이들을 수용하고 배려하도록 인식을 바꾸는 문화적 가치의 증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명, 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몇 푼의 재정적인 생활비나 의료지원이 아니라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는, 가슴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인간적인 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국제회의는 나라별 난민 실태를 살피고 정보를 나누어 교류하고 시민단체간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었던 아주 뜻 깊은 자리였다.



처음으로 열린 동아시아 난민 NGO 국제회의였지만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계속돼 전세계 난민에 대한 인식과 그들의 삶에 대해서 알아가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글_11기 한정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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