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고, 엄마가 가서 얘기해줄게 – 청년노동자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활동
故김용균님의 사망사고 직후 공감은 다수 시민사회노동단체들과 함께 “청년노동자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시민대책위에 결합하고 있는 김수영 변호사가 대책위 활동의 목적과 의의를 알리기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故김용균. 시리게 젊은 노동자가 자본의 이윤논리 앞에 또 스러졌습니다. 2인 1조 작업규칙 미 준수, 작업 지시권이 없는 하청노동자의 희생. 구의역 스크린도어와 판박이입니다. 물론 지하철공사도 화력발전소도 같은 공공부문입니다. 이쯤 되면 자본의 이윤논리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해보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시장논리뿐만 아닌 국가정책의 문제였습니다.
지난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산업안전을 위한 규제라도 원청에게 지나친 제재는 곤란하다는 입장,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 원·하청 간의 자유 계약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 우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고려해야 한다는 훈수… 국가경제와 국제경쟁력이라는 고도로 추상적인 가치를 하청 노동자의 찢긴 몸뚱이라는 극도로 구체적인 사실보다 앞세워 왔던 야당의 반대논리를 뛰어 넘은 것은, 국회 본회의장 뒤편에서 논의 과정을 지켜봤던 故김용균 어머니의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산안법 통과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이 글의 제목처럼 말했습니다. 그렇게 통과된 산안법이지만, 발전 산업은 여전히 하청금지 대상은 아닌 채로 남겨져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않은 채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생때같은 젊음이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국가정책을 바꿔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정책의 문제를 바꾸려면 고용노동부의 사고 조사로는 부족합니다. 기재부와 산자부가 진상조사 범위에 들어와야 합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고용노동부로서는 애를 많이 썼습니다. 문제는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예산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정규직 전환 정책의 의의와 효과를 깊게 고민하거나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공공부문을 평가하고 점검하는 주된 틀로서 기재부의 경영평가가 있습니다. 이 경영평가는 지자체나 공기업들의 “경영효율성” 순위를 매기는 것이고, 임직원들의 성과급에도 반영되기에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경영평가에 직고용은 불리한 요소로서 감점요인이 됩니다. 이러한 세밀한 장치들이 정부의 정책방향을 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부는 정규직 전환하라는데 기재부는 예산을 주지 않는다, 인력이 늘어나면 비효율적인 공공기관이라 평가받을 것이 걱정인데 평가 항목을 바꾸겠다는 말이 없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당시 기재부와 노동부의 엇박자를 답답해하던 공공기관들의 볼멘소리가 많았습니다.
발전 산업의 외주화를 현실화해 온 기재부와 산자부의 구체적·개별적 제도들이 함께 점검되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 위반사항을 조사한 결과와 원청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정책적·구조적 원인을 수정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오늘까지도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습니다. 아들의 참혹한 죽음 위에서 다른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싸워 달라 말하고 있습니다. 공감은 어머님의 부름에 응답하겠습니다.
글_김수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