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할아버지’ 인권유린한 지역유지에 대한 항소심 유죄선고
지난 2012년 1월 27일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는 60대로 추정되는 지적장애인 이모 씨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72)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360시간을 선고하였습니다.
모 방송사의 고발프로그램을 통해 ‘노예할아버지 사건’으로 알려졌던 위 사건은 피고인의 아버지가 약 25년 전 야산에서 거처 없이 떠돌던 지적장애인인 피해자를 데려와 일을 시키고 숙식을 제공하면서 사실상 보호·감독하여 왔는바, 2008년 가옥을 개조하면서 피해자를 피고인의 딸의 집 차고 안에서 생활도록 하면서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의식주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인간 이하의 삶을 살도록 학대하였음에도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사건입니다.
1심 법원은 “8개월간의 기간 동안 피고인이 피해자로 하여금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항상 일을 하게 하였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 기간 동안 피해자로 하여금 ‘노예’와 같이 일을 시켜 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방송국에서 촬영할 당시 차고에는 상한 음식 등이 있었으나, 이를 피고인이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인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정신적으로 차별대우를 하는 행위를 하여 피해자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를 넘어 유기에 준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정의롭고 형평성 있는 법원칙․장애인 인권보호의 가치가 훼손된 부적절한 1심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전국의 인권단체․장애인단체 228개 단체가 모여 ‘노예할아버지 인권유린한 지역유지에 대한 무죄판결 바로잡기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기자회견과 집회․시위 등을 진행하였고, 공감에서는 대책위원회 명의의 의견서 작성에 참여하였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지적장애 정도가 중하고 주민번호 및 신분을 증명할 어떠한 것도 갖고 있지 않은 등 오갈 곳 없는 약자라는 점을 악용하여 월급 한푼 주지 않으면서 새벽부터 저녁 8시 무렵까지 손발이 부르트고 척추기형과 정맥류가 생기도록 1천평이 넘는 논·밭에서 일하게 했고, 더럽고 끔찍한 차고에서 곰팡이 핀 김치를 먹으며 생활하도록 하였습니다.
판단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더럽고 끔찍한 차고에서 곰팡이 핀 김치를 먹으며 생활하면서”, “건강을 위해서 월급 한푼 받지 못한 채 새벽부터 저녁 8시 무렵까지 자유롭게 손발이 부르트고 척추기형과 정맥류가 생기도록 논밭일을 하”려고 할지 묻고 싶습니다. 이는 언론에서 보도되어온 전형적인 ‘노예’ 사건이자, 지적장애인의 취약성을 노골적으로 이용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큰 사건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한 가족은커녕 한 인간으로라도 생각했다면 이렇게 그를 대우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지적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리고 인간 이하의 삶에 처하도록 한 것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조차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면 지적장애인은 우리 사회에 발붙이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지적장애인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 해당하므로 이들의 인권수준은 한 사회의 인권수준이 진정 얼마만큼 성숙하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인권의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번 항소심 유죄판결을 계기로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실상이 더욱 낱낱이 밝혀지고 사람이 사람을 노예처럼 부리는 반인권적인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살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