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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일반

더 이상 가두지 마라! 국정원은 언제까지 탈북자들을 법치주의의 사각지대로 내몰 것인가! – 유엔자유권위원회의 탈북자 합동신문 관련 권고에 부쳐

 

 

 

2015년 11월 5일 유엔자유권위원회는 대한민국의 국가보고서를 심의하고 한국의 자유권 상황에 관한 지적과 권고를 담은 최종견해를 발표하였다. 공감도 참여한 많은 시민사회인권단체 네트워크의 꾸준하고 집요한 문제제기의 결과물이다. 다음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 강제적으로 거치게 되는 소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구 “중앙합동신문센터”)에 대한 위원회의 지적 및 권고 내용이다.

 

 

국가정보원에 의한 북한이탈주민의 구금

 

36. 위원회는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에 도착한 즉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구금되며, 해당 센터에 6개월까지 수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와 함께 주목한다. 피구금자들이 인권보호관에 접근할 수 있다는 대한민국 정부 대표단이 제공한 정보에 주목하면서도, 본 위원회는 피구금자들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한다. 위원회는 북한이탈주민이 보호 대상자가 아니라고 판정된 경우, 독립적인 심의 없이 제3국으로 추방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보고에 대하여 더욱 우려하는 바이다.

 

37.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이 가능한 최단 기간만 구금되고, 피구금자들에게 구금기간 전반에 걸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부여받고, 조사 중에도 변호인의 조력이 가능해야 하고, 조사 기간 및 방법 역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도록 엄격히 제한되어야 함을 보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또한 개인이 제3국으로 추방되기 전에 충분히 독립적인 적절한 메커니즘에 의해 집행정지 효과를 가지는 심의를 허용하는 명백하고 투명한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위 권고는 유엔인권기구가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에 탈북자들의 구금에 대하여 제시한 최초의 권고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비록 위 유엔자유권위원회의 권고가 탈북자 합동신문 과정에 대한 충분하지 못한 이해와 정부의 적극적인 변명으로 인해 일부 적법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쳤지만, 합동신문을 위한 구금이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를 극단적으로 포기한 영역이라는 것을 정부와 국정원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정원은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전까지는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그 이후에는 불명확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지금까지 거의 3만 명에 달하는 탈북자를 모두 잠재적 간첩으로 간주하여 독방구금하고, 모든 적법절차를 배제한 채 보호와 정착지원 심사를 위한 행정절차를 강제형사수사절차로 남용해왔다. 보호와 정착지원 심사와 전혀 무관하게 탈북자 개개인의 전 인생에 걸친 공적‧사적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탈북자들을 북한의 정보를 강제로 수집하는 도구로 전락시켜왔다. 또한, 위 유엔 권고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정부와 국정원은 보호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모든 구제절차를 배제한 채 추방 등 강제적인 조치를 그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을 채 진행하여왔고, 몇 명이나 보호대상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는지, 그들에게 어떠한 조치가 취해졌는지를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수십년간 정부와 정보기관에 의해 행해져 온 것이다.

 

  

공감이 탈북자 합동신문의 문제점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09년이다. 영국과 호주 내 탈북자들의 난민신청사건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던 하나원의 전 단계로서 합동신문센터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법적 검토를 통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위헌‧위법적 법제와 관행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참고] 공변의 변 / 한국판 관타나모, 합동신문소를 아시나요!

 

2010년 중앙합동신문 내에서의 인권 침해를 주장하는 탈북자를 대리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합동신문 제도와 관행 자체의 위법성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러나 이 소송은 1심에서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원고 패소로 귀결됐다. 법원의 판시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2심 판결 내용 중 원고가 스스로 보호신청을 한 것이고 언제든지 보호신청을 철회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판시였다. 결국, 합동신문은 자발적인 절차에 불과하고 제한이 조금 있더라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필요 최소한의 불가피한 조치’에 불과하고 어찌되었건 간첩은 잡아야하지 않느냐는 취지였다. 국가안보라는 추상적인 공포의 근원이 법과 인권의 관점과 내용을 무력화시키는 무서운 현실을 보여 큰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참고] 공변의 변 / 탈북자의 인권은 어디까지인가
[참고] 소송당사자인터뷰 / 대한민국이 탈북자를 환영하는 방식에 대하여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합동신문이라는 법제와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고 바로잡아질 것이라는 확신 하에 대한변협에 탈북자 국내정착과정 인권개선 TF 구성을 제안하게 된다. 국내 최초로 합동신문만을 주제로 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고 헌법학자, 형법학자, 통일부 및 통일연구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합동신문의 문제점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등을 2013년 대한변협 인권보고서에 정리하여 제시하게 된다. 

 

[참고] 대한변호사협회 2013년도 인권보고서 <제28집> 제3부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정착과정에서의 인권문제

 

중앙합동신문센터의 문제점이 사회적인 논의로 이어진 계기는 2013년 탈북화교의 인신보호구제청구 사건이었다. 이 탈북화교가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한 진술을 거의 유일한 근거로 하여 그 오빠가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되었고, 공감 변호사들은 이 피구금자에 대하여 그 가족들을 대리하여 인신보호구제청구를 하였다.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피구금자의 오빠에 관한 간첩혐의 진술이 국정원 직원들의 회유와 협박에 의한 것이라는 점, 중앙합동신문센터 입소 2주 만에 화교임이 밝혀져 보호대상인 탈북자가 아님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법적으로 5개월 반을 더 구금상태에 놓이게 하였다는 점 등이 확인되었다.

 

그 후 오빠의 간첩 혐의 사건을 대리했던 다른 변호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법원으로부터 국정원이 행정절차에 불과한 합동신문을 간첩 혐의를 수사하는 형사절차로 남용한 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구금되었던 피구금자의 변호사에 대한 접근을 금지함으로써 변호사의 접견권 등을 침해한 점을 확인하는 판결과 결정을 받아내게 된다. 2014년 국회에서도 합동신문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되고, 2015년 합동신문의 근거로 주장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다. 이 법안은 중앙합동신문센터와 조사의 소간 및 주체를 통일부로 하고, 조사 원칙과 절차를 법에 규정하고 각종 피조사자의 권리를 법에 명시함으로써 조사와 시설 운영 등에 관한 법치주의적 통제를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는데 공감은 이 법안의 취지에 동감하며 그 수정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의견서를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문요청을 받아 제출했다.

 

 

[참고] 정보국정원 합신센터,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 ‘법치국가의 치부’,’탈북자 인권의 사각지대’ (2014. 10. 30.)
[참고]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신경민 의원 대표발의 / 2015. 6. 23.)

 

국정원은 2014년 7월 중앙합동신문센터의 개선책으로 그 명칭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바꾸고 여성변호사 1인을 인권보호관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명칭의 변경을 거의 무의미하고, 장소와 정보 접근이 제한되는 비상근 명예직 변호사 1명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관타나모, 중앙합동신문센터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이제 점점 더 집중될 것이다. 정부와 국정원은 그동안의 법제와 관행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유엔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를 즉각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자유대한’ 민주국가로 남는 길이다.

글_ 황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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