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기지촌 ‘위안부’ 국가배상청구 항소심 승소
“피고(대한민국)는 기지촌 운영·관리에 있어 적극적으로 외국군 상대 성매매를 정당화·조장함으로써, 원고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나아가 성(性)으로 표상되는 원고들의 인격 자체를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어느 누구도, 특히 국가는 한 인간의 인격이나 인간적 존엄성에 관한 본질을 침해하고 이를 수단으로 삼아 국가적 목적의 달성을 꾀해서는 안 된다.” (서울고등법원 2018. 2. 8. 선고 2017나2017700 판결)
2018년 2월 8일, 서울고등법원은 대한민국이 미군 기지촌[미군 주둔지 주변의 미군 상대 상업지구]의 성매매를 조장하는 중간매개행위를 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는 최초의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국가가 “원고들의 성적 자기결권과 성(性)으로 표상되는 인격 자체를 군사동맹의 공고화나 외화 획득이라는 국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됨”을 밝힌 것입니다.
한국전쟁 후 형성된 미군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하는 성매매 상황에 있던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양공주’, ‘양색시’, ‘양갈보’로 불리우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뿌리깊은 차별과 멸시를 받아온 사람들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을 미군 ‘위안부’로 이름붙이고, 기지촌을 운영·관리하면서 ‘위안부’ 등록제나 애국교육, 성병 관리로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했고, 그 과정에서 성매매를 권유하고 조장하는 중간매개행위를 했습니다. 미군 ‘위안부’들은 이것이 대한민국의 불법행위이며 국가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송을, 2014년 6월 25일 냈습니다. 원고들은 1957년경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서울, 경기, 인천, 경부, 충남, 강원, 전북 등 전국 각지의 미군 기지촌에서 ‘위안부’로 있었던 여성 122명이며, 의정부 두레방, 평택 햇살사회복지회, 동두천 새움터가 원고들을 지원했습니다.
2017년 1월 20일, 제1심 법원은 법의 근거 없이 감금하여 성병을 치료한 행위에 대해서만 대한민국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고 해당 원고 54명에게 위자료 지급할 것을 명했습니다. 이어 항소심 법원은 대한민국이 미군 기지촌을 운영하고 관리하면서 ‘위안부’였던 원고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정당화하고 조장한 책임을 인정하여 국가가 원고들 전원에게 700만 원 또는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는 국가의 오랜 불법행위로 인해 현재 곤궁하고 열악한 상황에 있는 미군 ‘위안부’의 전국적 실태를 조사하고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 공감은 소송을 준비할 때부터 현재까지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배상청구” 공동소송대리인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 _ 차혜령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