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행정으로 두 번 우는 이주민들 – 결혼이주민의 체류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던 우즈베키스탄 여성 엘레나(가명)는 가족들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지 못해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조정결정으로 이혼하면서 엘레나는 위자료 와 아이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체류연장 등을 신청 했으나 모두 불허되고 결국 법무부로부터 출국명령서를 받았습니다.(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사례)
이와 같이 면접교섭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류연장 허가를 받지 못한 결혼이주여성들이 본국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를 만날 권리, 엄마의 아이를 만날 권리가 침해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혼이주민의 체류권 침해 사례를 알리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주여성 지원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지난 11월 28일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면접교섭권’이란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에게 인정되는 ‘천부인권’입니다. 또한 면접교섭권은 부모의 권리이면서 ‘자녀’의 권리입니다. 이혼 후에도 양쪽 부모와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아이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할 발달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법무부는 면접교섭권만을 취득한 결혼이주민의 체류자격에 대해 배타적입니다.
소극적인 출입국관리 행정은 결국 결혼이주민이 부모로서 누려야할 ‘천부인권’인 면접교섭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의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나아가 결혼이주민과 자녀의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과연 출입국관리의 행정상 이익이 천부인권인 면접교섭권, 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건강한 발달권에 우선하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면접교섭권만을 취득하고 이혼한 결혼이주민의 체류관리에 대한 출입국 행정 처리는 지역마다, 담당자마다, 외국인이 혼자 가는 경우와 한국인이 함께 가는 경우마다 모두 다릅니다. 결혼이주민에 대한 출입국행정의 대부분이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지침은 비공개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결혼이주민 지원단체가 법무부를 상대로 ‘외국인 배우자의 체류관리 지침’ 정보 공개 요청을 하였으나 “공개할 경우 체류외국인의 감독, 규제 등의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비공개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주민 체류관리에 대한 ‘밀실 행정’으로 출입국 관리 행정에 대한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출입국 관리 사무소 주변에 불법적인 브로커들이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은 한국 정부에 의해, 브로커들에 의해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주장하는 출입국관리 지침 공개시 초래될 공정한 업무 수행의 차질 우려는 모호하고 불분명한 반면, 지침의 비공개로 인한 이주민의 체류권 침해의 실태는 구체적이며 현저합니다. 두 법익을 비교형량했을 때 출입국 관리 지침은 공개되어야 마땅합니다.
글_소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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