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사법농단에 대한 대응활동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주권은 특정인 혹은 특정기관의 전횡을 막기 위한 3권분립의 정신에 따라 입법권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에, 행정권 또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법권은 시험에 의해 선발된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위임을 받지 않은 법원에 사법권이 위임되어 있는 것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의 정신을 현 법관들이 온전히 구현하고 있다고 철저히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일반 국민들 사이에 사법부는 성역으로 여겨져 왔고 판결은 신뢰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와의 재판거래와 특정법관 및 관계기관에 대한 불법사찰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이미 법원 자체 조사에 의해 일부 확인되었습니다. 사법부와 법관의 판결은 신뢰하여야 한다는 신화가 산산이 부서져버렸습니다.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라고 하는 법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사건에 관해 정권과 교감하고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일선 판사들을 사찰하는 셀프 사법농단이 지금 21세기에 벌어진 것입니다.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되어 공정하게 재판을 수행한다는 숭고한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이념을 사법부 스스로 훼손하고 무너뜨렸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권력과 법원조직의 이익에 철저히 봉사하여 왔다는 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범죄에 적극 가담한 판사들 상당수는 현재까지도 법관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행 법관징계법상 최고 수위의 처분이 정직 1년에 불과해 설령 징계절차를 통해 최고 정직 1년의 처분을 받더라도 이들이 언제든지 재판업무로 복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하여는 일시적인 재판업무 배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파면을 통해 영구적으로 재판업무에서 배제시켜야 합니다.
현행 헌법상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않습니다(헌법 제106조). 그런데 법원은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구속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고 있고, 그 사이 사법농단의 증거자료들은 파기·훼손되고 있어 유죄 입증을 위한 구체적인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설령 추후 기소되어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법원이 임종헌 꼬리자르기 등의 일환으로‘제식구 감싸기’식 면죄부 판결을 선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직무상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법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린 사법적폐 판사들에 대하여는 탄핵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탄핵은 대상자가 형사상 범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고, 형사상 범죄로 인한 법률 위반이 아니더라도 중대한 헌법과 법률위반을 한 법관에 대해 지금이라도 탄핵소추가 가능합니다. 이미 법원에서 자체 조사한 3차 조사보고서와 각종 문건들, 법원 자체징계 회부결과, 검찰의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만으로도 일부 법관들에 대해 탄핵 소추 요건을 갖춘 상태입니다. 국회는 우선적으로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공감은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와 함께 사법농단 관여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작성하여 지난 10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개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한편 공감은 박주민 의원실과 함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일명 ‘특별재판부법)을 성안하여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하였습니다. 이 법안은 청와대 등 외부기관과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대법원장, 대법관 및 판사 등에 관한 사건 등 특정 사건을 특별영장전담법관과 특별재판부가 담당하도록 하고, 특별영장전담법관 후보자 및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판사의 후보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3명, 해당 법원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3명,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3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2배수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간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되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은 208건 중 185건이 기각되어 기각률 90%에 이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사무실과 자택은 모두 기각하고, 자동차에만 발부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통상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 단초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어서 최소한의 소명만을 요건으로 하여 발부율이 80~90%대에 이릅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추어보면 법원의 이같은 무더기 압수수색 영장 기각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사건배당의 무작위성이 법관의 독립의 출발이거나 본질적 내용이 될 수 없고, 사건이 공정한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대법원장이 공정하게 선정하는 재판부에 배당이 된다면 법관의 독립이나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습니다. 법관은 스스로 독립성을 보장받은 특권계층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법관에게는 ‘법’ 이외의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여 국민 전체에 대하여 공정하게 재판을 할 책임이 부과되어 있을 뿐입니다.
더 이상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미명 아래, 법과 원칙에 따른다는 미명 하에 더 이상 견제되지 않은 사법권의 전횡을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사법권의 독립 또한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지, 사법부 마음대로 전횡을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국회는 영장청구를 담당한 전담판사 선정과 심리를 담당할 재판부를 시민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법관이 담당하게 하고, 필요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사법농단 책임자 형사절차 특별법을 제정하여야 합니다.
오늘날 국민주권 헌법질서 속에서 법관은 그 자체로서 신성한 존재가 될 수 없습니다. 법관은 ‘국민을 대표’하는 공무원이고, 국민에 대하여 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함으로써 국민에게 봉사할 존재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