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을 허하라 –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제기
지난해 9월 26일 공감 홈페이지에 “사직을 허하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변경 제한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계속 접해온 이주인권단체들 사이에 고용허가제 헌법소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연말 지나며 청구인으로 나서겠다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공감과 금속노조 법률원, 민변 노동위원회와 공익인권변론센터, 원곡법률사무소 등 여러 변호사들이 청구인 면담, 청구서 작성 등 본격적 준비 작업에 돌입하였고, 2020. 3. 15.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 제4항 및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 제4조, 제5조, 제5조의2에 대한 헌법소원청구서를 접수하였습니다.
청구인 중 한 명인 A씨는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입국 전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통상임금이 월 170만원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한 달 간 매일 연장근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장에 찍힌 액수가 130만원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증발된 임금 중 35만원은 기숙사비로 공제된 것입니다. 이 또한 근로계약서상에는 월 13만원으로 되어 있었지만, 입국하자마자 사장은 기숙사비 공제동의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하여 근로계약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사업장변경을 하려면 월 임금의 30퍼센트 이상의 금액을 2개월 이상 체불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 사정으로는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다른 한 명의 청구인인 B씨는 회사 지시로 지게차를 운전하였습니다. 지게차 운전면허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의를 제기하자 돌아온 것은 본국으로 보내버리겠다는 협박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역시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 고시에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장 변경사유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른 청구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약금 예정, 10명의 사상자를 낸 사업장 내 폭발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보호장구 미지급 등 청구인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모두 심각하지만, 사유 자체가 사업장변경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속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이처럼 사용자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것임에도 고용관계의 해소를 일차적으로 사용자의 의사에 달리도록 하는 것은, 모든 부담과 불이익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구조이고,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피해가 고용노동부 고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노동자로 하여금 사직을 포기하도록 만들고 인권침해적인 조건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입니다.
지난 3월 18일 수요일, 인종차별철폐의 날 3일 앞두고 공감 등 이주인권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법률과 고시에 대한 위헌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적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거나 권리가 덜 보장되어도 된다고 보는 것은 인종차별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이지만, 고용허가제에 따른 사업장변경의 문제는 외국인노동자 도입제도라는 허울에 가려져 그 위헌성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정의롭고 공정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박영아
- 이전글 : 임신하려면 직장을 그만두랍니다
- 다음글 : 공공급식에서 채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