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회 ‘난민사건법률지원매뉴얼’ 발간-변호사의 ‘난민사건 법률지원’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2018년 11월 6일 아침 일찍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3월부터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이일변호사,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센터 신고운변호사와 저는 함께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센터에서 지원을 받아 ‘난민사건 법률지원매뉴얼’을 준비하였습니다. 10월 말 매뉴얼이 발간되어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제주지방변호사회의 공동 주관 하에 매뉴얼 설명회를 제주도에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올해 6월 예멘인들이 제주도에서 난민신청을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난민이 전국적으로 뜨거운 감자로서 논의되고 있고, 마침 법무부가 해당 난민신청자들 중 일부에 대한 난민신청 결과를 1차로 발표한 터라, 앞으로 제주도에서의 난민신청 및 관련 소송을 수행하게 될지도 모르는 제주지방변호사회 변호사들을 상대로 매뉴얼 설명회를 진행한다는 것은 더더욱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왼쪽부터 어필 이일변호사, 공감 김지림변호사, 서울지회 프로보노센터 신고운변호사, 난센 김연주변호사. 집필진도 이날 처음으로 매뉴얼의 실물을 접하였답니다)
먼저 난센의 김연주 변호사가 난민지원절차 전반을 개괄하고 난민 신청업무의 실무를 자세히 안내하면서 강의를 열었고, 뒤이어 어필의 이일변호사가 난민의 요건과 난민 소송업무의 실무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잠깐의 휴식 후, 저는 ‘난민신청자, 난민인정자 그리고 인도적체류자의 처우’ 및 ‘예멘의 국가정황정보’를 주제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참가한 변호사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놀라워했던 것은 바로 ‘난민신청자의 처우’ 부분이었기에 그 내용을 조금 공유해 볼까 합니다.
최근 난민반대집회에 등에서는 ‘국가유공자는 한 달에 20여만 원, 난민신청자는 한 달에 40여만 원’ 이라는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난민신청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을 대표적인 내국인차별이자 난민특별대우 정책으로 제시하곤 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식의 단순한 비교가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난민신청자는 난민법에 따라 난민신청 후 G-1(기타) 비자를 부여받는데, 이 비자타입은 본디 한국에서 취업활동을 할 수 없는 비자이고 예외적으로 난민신청자에 한하여 난민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서 취업활동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합법적 취업활동을 할 수 없는 그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원하고자 만들어진 제도이지요.
이 생계비 지원은, 난민신청자가 취업 허가를 받기 전 6개월 간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6개월을 일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을 챙겨서 한국으로 망명신청을 하는 난민신청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나라에서 허용한 기한 전에 생계비를 지원받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땡전 한 푼 없는 상태가 되어 거리에 나앉거나, 혹은 자신과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불법적인 취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법원도“난민신청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은 단순한 시혜적 조치라기보다 난민신청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며, “난민신청자의 생계비 지원 신청권은 법규상 또는 조리 상 인정되는 구체적인 권리”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6.7.7.선고 2015구합79413판결 생계비등지원신청거부처분취소).
그런데 이 생계비조차도 난민신청자 모두에게 지원되는 것이 아닙니다. 난민인권센터의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생계비를 지원받은 난민신청자는 총 436명으로, 201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생계비지원대상자에 해당하는 13,294명 대비 약 3.2% 만이 실제 지원을 받은 것입니다. 또한 신청하여 실제 지급되는 시기까지의 시간이 있으므로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지원을 받은 사람은 그 중에서도 약 3%에 불과합니다.
이쯤에서 ‘그럼 (일 못하는 6개월 동안) 어떻게 살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시는지요? 저의 발표로 설명회를 마무리 한 후 가졌던 뒤풀이 자리에서 많은 변호사들이 이 점을 물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난민인정이 된 후에도 실무상 어떻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들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의문들은 난민지원 활동가와 변호사들이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의문이기도 합니다. 일단 변호사로서는 난민신청과 이후 난민소송과정에서 열심히 의뢰인을 대리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난민신청 후 취업제한이 있는 6개월 동안, 그리고 그 후에도 난민을 고려하지 않은 체계 속에서 서류 떼는 것 하나, 지원 신청하는 것 하나하나에도 부딪히는 삶을 이어나가다 보면, 정작 당사자가 난민신청 관련 서류 제출 기한을 놓치거나 난민소송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지점들이 바로 난민사건법률지원매뉴얼을 준비하면서 난민인정자, 난민신청자 그리고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난민신청자’ 혹은 ‘난민신청거부처분 취소소송 원고’ 라는 법적인 지위와 ‘한국에서 삶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이라는 실체적 지위가 분리될 수 없고, 하나가 충족되어야 다른 하나도 비로소 충족되는 상호적 관계라는 점에서 난민에 대한 법률지원 역시 다방면에서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래에 이번에 발간된 난민사건법률지원매뉴얼의 온라인PDF 파일을 첨부합니다. 난민사건 법률지원이 어디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고민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감사합니다!
PDF파일 주소 : http://probono.seoulbar.or.kr/board/etc/details/3173
글 _ 김지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