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IDAHOT-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를 맞아 – 5월 24일 대만 사법원의 동성혼 합헌결정을 고대하며_김지림 변호사
2017. 5. 24. 한국시간 5시, 대만 사법원은 혼인을 ‘남녀’에 의한 것으로 제한하는 현행 민법규정을 위헌으로 판단하였으며, 2년 내에 동성 간의 혼인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민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같은 날 오전 10시경, 한국의 군사법원은 동성의 상대와 합의하여 성관계를 하였다는 이유로 (군형법 제92조의6 위반) A대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위법이라 판시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부끄러운 판결입니다.
같은 하늘 아래, 너무나 상반된 판단을 한 대만의 사법원과 한국의 군사법원 – 여러분은 어느 결정에 ‘공감’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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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만은 뜨겁다. 바로 다음 주인 5월 24일 한국시간 오후5시, 대만 최고 사법기관인 사법원(한국의 헌법재판소이자 대법원)이 동성혼에 관한 헌법해석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만 입법원(한국의 국회)은 결혼에 동성혼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민법개정안에 대해 1독회를 마쳤다.
동성혼에 대한 열띤 논쟁이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만큼 대만 국민들의 관심도 뜨겁지만, 과연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될 것인지 지켜보는 세계의 관심 역시 뜨겁다.
민진당의 동성혼합법화를 위한 민법개정안 발의 기자회견 ⓒ 자유시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17)을 맞아, 동성혼 합법화를 위해 대만이 취하고 있는 두 가지 갈래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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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적 시도
대만의 경우, 제안된 법의 제·개정안이 입법원에서 11,2,3독회를 거쳐 통과가 되면, 총통이 공포를 요청하고 행정원이 처리하게 된다. 2
2013. 10. 25. 23명의 민진당의원이 입법원에 민법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 후, 현 대만 총통의 공식적인 혼인평등권 지지선언에 힘입어 2016. 10. 25. 민진당(2016년 총선 후 입법원의 다수당)·신력당 등이 각기 다른 형태의 민법개정안을 발의하였고 2016. 12. 26. 입법원은 위 개정안들에 대해 1독회를 완료하였다. 그 중 가장 유력한 개정안은 민진당 유메이뉘 의원에 의해 발의된 것으로 다음과 같다.
* 민진당(DDP)의 민법개정안
문제되는 조문 |
현행민법 |
민진당의 민법개정안 (유메이뉘 의원 발의) |
제972조 * |
혼약은 남녀 당사자 간의 결정으로 한다. |
혼약은 쌍방 간의 결정으로 한다. |
제973조, 980조 |
17세 미만의 남성 미성년, 15세 미만의 여성 미성년은 약혼할 수 없다.
18세 미만의 남성 미성년, 16세 미만의 여성 미성년은 결혼할 수 없다. |
17세 미만의 미성년은 약혼할 수 없다. 18세 미만의 미성년은 결혼할 수 없다. |
제1079의 1조 |
법원은 미성년, 양자녀가 양질의 권익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한다 |
(동성혼 부부가 입양권을 비롯해 부부로서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 |
제정제안: 971조의1 |
동성 혹은 이성간의 결혼당사자들은 현행법상 ‘부부’가 갖는 권리의무를 모두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
◉ 사법적 시도
대만의 성소수자인권활동가인 치 치아웨이는 2013년 자신과 동성파트너의 혼인신고 수리가 거부되자 그 혼인신고의 수리업무를 맡고 있는 타이페이시와 함께 각 원고로서 대만 사법원의 대법관에게 이 사건과 관련한 헌법의 해석을 요구하였다. 2017. 3. 26. 이에 대한 공개심리가 있었는데, 논점은 다음과 같다.
1 |
민법 제4편 친족 제2장의 결혼 규정들이 동성혼을 허용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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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만약 아니라면, 이것이 결혼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22조에 위반되는지 |
헌법 22조 인민의 기타 자유 및 권리는 사회질서와 공공이익에 방해하지 아니하면 모두 헌법의 보장을 받는다. |
3 |
이것이 평등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7조에 위반되는지 |
헌법 7조 중화민국 인민은 남녀, 종교, 종족, 계급, 당파를 구분하지 아니하며 법률적으로 모두 평등하다. |
4 |
만약 비혼인의 다른 제도(동성반려자제도 등)를 입법창설하는 것이 헌법 제7조 평등권이나 제22조 혼인자유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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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원은 다음 주 금요일 (5월 24일) 위 심리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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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할 제도인 결혼. 성소수자 커플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다 하며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결정권·상속권 등 파트너 관계의 기초적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 대만총통인 차이잉원은 민진당 주석이던 2015년 혼인평등권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지지선언을 하였고, 그 전후로 많은 정치인들이 동성혼에 대한 적극적인 공감과 지지의 의사를 표명하였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난 대선기간동안 단 한 명의 후보만이 동성혼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였을 뿐, 많은 정치인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이하여 서로에 대한 혐오를 조금씩 거두어 보는 것은 어떨까.
수십 년의 투쟁 끝에 동성혼 합법화의 전면전에 돌입한 대만의 동지(대만에서 ‘同志’는 ‘성소수자’를 뜻한다)들을 응원하며, 다음 주 대만 사법원의 동성혼 합헌결정을 기대해 본다.
민진당 유메이뉘의원과 함께. 왼쪽부터 김지림(공감), 유메이뉘의원, 황필규(공감)
* 공감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대리하였으며, 2017. 새롭게 다른 두 쌍의 동성커플 혼인신고 불수리에 대한 불복신청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글 _ 김지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