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 성희롱 실태조사 및 토론회
“ 니네 집에 가서 자겠다”, “너랑 나랑 여관 가서 자고 나와도 너랑 나랑만 입다물면 누가 알겠냐” 현대자동차 아산 하청공장에서 십여년간 일해온 여성노동자 ㄱ씨에게 소장과 조장이 던진 말이다. 그들은 업무 시간 중에 어깨를 주무르고 뒤에서 껴안기를 일삼았다.
그러나 회사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6개월 정직처분을 내렸다. 회사는 피해자에 대한 징계 이유로 성희롱 피해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 진정을 했다. 그러나 진정한지 2개월만에 피해자는 회사로부터 징계해고를 당했다. 반면 가해자들은 회사에 남았다. 피해자는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으나 도중에 회사가 폐업했다. 가해자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새로운 회사로 고용승계 되었으나 피해자만 배제되었다.
2011. 1.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을 인정하고 가해자들에게 피해보상을 권고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해자들은 사과 한마디 없고, 돌아갈 수 있는 회사는 없고, 원청회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한다. 그동안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받고 노동부에서, 검찰에서, 근로복지공단에서 이중 삼중 사중으로 조사받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찰은 2011. 9. 2. 피해자가 1인 시위중인 여성가족부 앞 농성장을 강제철거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는 있으나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성희롱 피해의 양상을 잘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위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총은 공감에게 ‘여성노동자의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조사를 의뢰했다. 공감은 2011.2~6.까지 5개월간 여성노동자 1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14명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여성노동자의 39.4%가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희롱 경험행위수는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이 정규직과 직접고용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가 있는 경우보다 성희롱 경험행위수가 높았다. 피해를 경험한 대다수는 성희롱 피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적극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시를 한 것은 직접고용의 경우 15.3%, 간접고용의 경우 19.2%에 불과했다.
실태가 이러함에도 사업주가 정기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한다고 응답한 것은 53.5%에 그쳤다. 또한 성희롱을 처리할 수 있는 사내 고충처리기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70%정도가 없거나 모른다고 답했다. 피해구제방법 중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28.5%에 불과했다.
실태조사 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 피해 진정기관이라는 점에 대한 인지 수준은 매우 낮았다. 설사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 피해를 인정하고 권고조치를 하더라도 가해자들을 강제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앞서 ㄱ씨 사례가 그렇다. 또한 법제도적으로 성희롱 피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로 이원화되어 있는 점 또한 피해 구제에 장해로 작용한다.
이중, 삼중의 구제절차를 밟으면서 피해 진술을 반복하는 동안 성희롱 피해자는 더욱 피폐해져간다. 사업주들은 성희롱 피해 사실을 접수했음에도 법적으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하더라도 한참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피해자는 가해자와 매일 대면하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성희롱 피해자에게 작업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었다. 참고할만하다. 또한 설문결과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성희롱 경험행위수가 적게 드러난 점을 주목할만하다. 외국 사례의 경우 노동조합이 사업주와 협의 하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질화하고 있었으며 사업주의 성희롱 방지대책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사항으로 강제하고 있었다.
실재 성희롱 피해자들이 조직 내에서 약자의 위치에 처한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감안했을때, 노동조합이 성희롱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피해 구제가 훨씬 용이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_소라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