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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교육·중개

[월례포럼]살만한 집에 살 권리를 위하여

 [공감월례포럼후기]

 ‘살만한 집에 살’ 권리를 위하여

 

“난 내 권리를 알아.”

영화 <매트릭스> – 화려한 영상과 함께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적 사유와 은유로 가득 찼던 영화.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를 꼽으라면 ‘What is real?’ 과 같이 영화의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는 말을 우선 떠올렸지만, 주거권 포럼을 마친 후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영화의 주제와는 좀 거리가 먼 것이었다.

 “I know my rights.”

  주인공 앤더슨이 ‘요원’들에게 강제연행 된 뒤,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협박과 심문을 받을 때, 당당히 가운데 손가락 어퍼컷을 날리며 말했던 바로 그 대사. 결국에는 별 소용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이 왜 그렇게 인상 깊었을까? 인권으로서의 ‘주거권’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나의 느낌과 뚜렷이 대비되는 말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주거권이 인권-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이기에, 주거권의 부당한 침해에 대하여 당당히 저항하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함에도, 우리는 그 권리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살만한 집에 살고 있기에 몰랐던 그리고 외면했던 주거권을 침해받은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과 그 속에서 억눌려있던 그들의 고통이 공감의 가슴으로 들어왔다.   
 

“난 내 권리를 몰라.”

  옆방의 한숨소리까지 들리는 고시원을 전전하면서도, 오한이 밀려오는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청하면서도, 서울의 달 아래 비가 새는 움막 같은 집에 살면서도, 나는 그리고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주거환경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약육강식의  체제하에서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숙명이나 불편함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10월 월례포럼에서 만난 주거권운동가 미류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사람이 살만한 집에 살 권리’를 특정인이 누릴 수 있는 혜택 중 하나가 아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그러기에 보호받고 충족되어야 할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이야기한다.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권리’를 당연한 인권으로 이야기하는 미류씨의 이야기 속에는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한숨소리와 눈물이 담겨 있었다. 
 
 돈 있는 사람은 누구나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자본주의라는 체제하에서 주거권의 문제는 이 체제가 가지고 있는 양극화와 빈곤의 한 측면에 불과하지 않은가?   
‘도대체 인권으로서 살만한 집’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인권으로서의 주거권의 실현 과정에서 또 다른 권리인 재산권이 침해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수많은 질문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권으로서의 ‘주거권’, 그 실천을 위한 운동이 나아갈 길은 결코 쉬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주거’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빈곤’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은 ‘주거권’ 문제를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어렵게 한다. 

  하지만 ‘주거권’ 포럼을 통해 알게 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그 사각지대 속에서 새로운 인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밑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철거용역에 대항해 골리앗을 세우며 저항하고, 차가운 길바닥과 햇볕도 들지 않는 골방에 머무는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에서, 단순히 막연한 부조리함과 동정심이 아닌, 우리가 지향하는 ‘소수자/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의 사각지대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곳을 채워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될 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내일’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 현실과 인권 그리고 그 여백에 관한 진실은 ‘주거권’ 포럼이 나에게 던져준 소중한 진실이었다. 

  주거권 포럼이 끝난 후에도 난 아직 ‘난 나의 권리를 알아’라고 시원하게 말을 할 자신이 없다. 그건 아마 이번 포럼을 통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인권의 경계선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생명력을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롭게 발견되고 나아가는, ‘인권’의 영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두운 여백을 향해 새롭게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글 – 김성훈 공감 6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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