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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법 교육·중개

[월례포럼] 대담하고 특별한 세 남자 이야기



 


이번 달 월례포럼의 주인공 세 분은 FTM, 즉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한 세 명의 트랜스젠더였다. <커밍아웃> 시리즈의 하나로 제작된 <3×FTM>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 후 직접 출연배우와 만날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막연하게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느낌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손에 느껴질 것처럼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들이 어떤 느낌으로 살아왔는지를 거칠게, 오해투성이로나마 짐작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주근깨나 여드름이 좀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친구의 날선 한 마디로도 종일 마음이 무거운 사춘기 시절, 자기 것이 아닌 몸속에 갇혀 산다는 사실을 매일 깨달아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스스로는 분명 남의 몸, 그것도 다른 성별의 몸속에 갇혀 있는데, 남들은 그 외관에 맞춰서 자기에게 다른 성별의 삶을 살기를 기대하고 또 강요할 때의 기분은 어떨까.


 



친구들 앞에서 생리를 경험한 후 더 이상 학교를 밝게 다닐 수 없었다는 이야기와, 자신의 몸을 쳐다볼 수가 없어 항상 불을 끄고 목욕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생리’와 ‘가슴’에 대한 떠올리기 싫은 기억에 대해 들으면서 마음 속 깊이 배어있었을 괴리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뭔가 잘못되어 태어났다’는 괴리감. 몸이 성장하면 할수록 그 괴리감은 단단해졌을 것이고, 이를 견디며 자라는 시기는 아마도 그들에게 ‘천형’과도 같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괴리감이 아마도 그들로 하여금 기존의 관계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나 수술대 위의 서늘한 감촉,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불안감 모두를 견뎌내도록 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이런 그들에게 “왜 수술하셨어요? 왜 트랜스젠더가 되셨나요?”하고 묻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문인지. 
 
수술이 끝나 ‘자기 몸’을 찾은 기쁨에 대해 말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는 모두 상기되어 있었다. 수술의 아픔이나 비용, 같은 것들은 스스로를 찾은 기쁨에 비하면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나 보다. “너어어어~무 좋아요”라고 이야기하며 활짝 웃던 배우의 얼굴은 아마도 내게 각인된 이 영화 전체의 표정과 같을 것이다. 사회가 아무리 외면하고 윽박질러도 ‘자기’를 찾고 자유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 미소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수술이 끝나도 삶은 역시 힘들다. 사회는 그들이 트랜스젠더인 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이 스스로를 드러내면 사회는 뒷걸음치거나 화를 낸다. 새로 사귀는 친구들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였던 것처럼 연기를 하며 숨을 죽여야 하고, ‘2’에서 ‘1’로 바뀌지 않는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이력서가 받아들여질 기대는 거의 버려야 하며, 여고를 나온 ‘전력’ 덕분에 형사고소를 당하고 스스로를 설명해야만 하는 그들의 삶은 순탄치 않고, 앞으로도 쭉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가 그들을 ‘인정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왔다. 성소수자들 간의 연대활동을 통해, (내가 접하게 된) 다큐멘터리영화를 통해서, 그리
고 그 외의 수많은 창구들을 통해 사회에 먼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목소리를 전했다. 그들 스스로가 열어젖힌 문을 통해 그들은 걸어 나왔고, 행진하면서 웃옷을 벗어던졌다. 혹여나 누가 볼까 졸이던 가슴을 햇빛 아래에 훤히 드러내고 팔을 활짝 편 배우의 몸 역시 내 머릿속에 강렬한 ‘자유’의 이미지를 남겼다. 용기를 낼수록 자유로워질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내게 힘주어 말해주었다.


 


시작할 때는 없던 두 사람이, 영화가 끝나고 나니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한 분과 그의 여자 친구였다. 두 손을 꼭 잡고 있던 두 분은 원래 여고 시절 선후배사이였는데 다시 만나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민등록번호를 ‘2’에서 ‘1’로 바꾸는 소송을 이겨 낸 당사자였던 배우는 “동생들이 나와 같은 고생을 더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운동을 해 내겠다고 말한다. 직접 손으로 깨부수기 전에는 미동도 않고 더 두꺼워져 갈 것이 분명한 사회의 벽을 깨겠다는 굳은 의지가, 행복하면서도 자신 있는 그의 얼굴 속에 엿보였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고 사회적인 주체로서 일어나서, 마침내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이것은 더 많이 포기하거나 싸워야할 고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일어서고 목소리를 내는 용기가 있기에 힘든만큼 희망을 찾고 그 과정에서의 기쁨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의 만남이 강하게 가르쳐주었다. 그런 만남이 있을 수 있었던 것에 무척 감사한다.


 


글_ 인턴 박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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