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포럼] 한국사회에서의 이주여성인권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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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의 이주여성인권실태
글_임나래 인턴
사진_강수진 인턴
얼마 전 신문에는 2006년에 결혼을 한 사람 8명중에 1명꼴로 국제결혼을 하며 특히, 농촌의 경우 결혼을 하는 4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을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국내 유명포털 사이트에서 ‘국제결혼’이라고 검색을 하면 국제결혼 중개 사이트가 무려 200여개나 검색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과 결혼이주자의 문제는 더 이상 사회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국제결혼과 이로 인하여 생기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소극적인 자세로 대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로 인하여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이주여성과 한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법적으로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국제결혼의 그늘에서 이들에게 자행되어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공감 월례포럼에서는 ‘이주여성인권연대’의 김민정 정책국장이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이 겪는 인권문제점을 지적하고 소라미 변호사가 이와 관련된 사례와 법에 대한 보충설명을 곁들였다.
세계인구이동의 여성화
세계적으로 많은 인구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나라내 여러 지역에서 또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많은 인구 이동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나라간 인구 이동에 있어서의 여성화 현상이다. 총 이동(이주) 인구 중 약 6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의 경우 약 7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이주의 여성화가 일어난 이유는 재생산 노동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여성에게 있어서는 나라간 이동만이 빈곤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이주여성들이 겪는 현실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합법적인 절차가 아닌 인신매매 등의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이주하게 되거나, 합법적인 이주를 하였더라도 고용주에 의한 성 착취, 경제적 학대(임금체불, 법정 근로시간 미준수 등)를 겪는 등 이주여성들의 인권침해는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한국의 국제결혼과 이주여성
우리나라도 이주여성들의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방관 할 수 없는 위치에 와 있다. 무엇보다도 결혼을 통한 이주 여성들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2005년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발행 한 ‘출입국관리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결혼으로 이주한 여성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05년을 기준으로 01년도와 비교 하였을 때 약 400%이상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나라별로 비교를 해 보았을 때 베트남의 경우 40배 이상의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결혼 이주자들의 인권 침해는 한국인과의 결혼을 결정하고, 중개업체와 만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 하세요’란 문구가 쓰여 져 있는 현수막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간혹 낯 뜨거운 문구와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현수막도 있었다. 국제결혼 중개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일 듯하다. 이것 외에도 그동안 알려진 중개업체의 횡포는 매우 많다. 김민정 정책국장은 결혼중개업체가 결혼이 성사되기 전까지 한국에서는 베트남 여성들을 상품화 시키고, 과다한 이윤추구로 국제결혼을 하고자 하는 남성들에게 상처를 주며, 베트남 현지에 있는 여성들에게는 한국남성의 학력, 장애여부에 대해서 왜곡된 정보를 주고 여성들의 의사 결정권을 상실하게 하는 등의 인권침해를 일으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결혼이 성사 되었다고 하여 중개업체의 인권침해 현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3개월/6개월 보증제, 강제낙태와 강제출국을 통하여 이주여성들의 의사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결혼 한 이주여성들에게 중개업체만이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우리의 사회의 인식과 법 등의 제도들이 이주 여성들의 또 다른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는 피부색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는 나라가 달랐었다는 이유로 모든 면에서 한국사람 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법은 이주여성들의 사회적 신분보장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적법을 예로 들어보면 현재의 법은 국적취득의 요건에 예외사항(국적법 제 6조 2항 제3, 4호)을 두어 법 문언 상으로는 국적취득이 합리성을 찾은 듯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실 속에서는 그리 큰 힘을 발휘 하지 못한다.
남편이 사망한 경우, 체류연장이 가능하지만 상속권 행사가 어렵고 주위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협의이혼을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남편의 귀책사유가 원인으로 이혼을 했다고 해도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그 귀책사유를 법원에서 얼마나 증명이 가능한지도 미지수라고 소라미 변호사는 말했다. 법원이 한국 여성들에게 잘 인정해 주지 않는 양육권을 과연 이주 여성들의 양육권을 인정해주려는지도 의문이다. 소라미 변호사는 어느 중국출신 이주여성은남편이 암으로 죽기 전 혼자서 남편의 간병을 성심성의껏 하였지만, 남편이 죽자 자식들이 위장결혼이라고 고발하여 결국 중국으로 출국을 당한 사례를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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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한때 호주에서도 ‘Mail Order Bride’를 통해 아시아의 젊은 여성들과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들의 2세들이 장성하여 호주의 다문화적 특성의 한 축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약 20년 후의 한국도 이러한 모습으로 되어 있을까? 아니면 05년도 프랑스에서 일어난 무슬림계의 폭동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
분명 지금 한국사회에서 나타난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자의 증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분수계가 될 수도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 중심의 사고와 문화적 우열을 가르는 사고를 약화시키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문화적 인식론을 생성 시 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정부의 갈 길은 멀다. 몇 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서에<이주여성들의 한국어능력이 낮아, 아이들의 언어능력 발달이 늦어지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학교에 대한 부적응이 심화되면서 결국 장래에는 탈선의 위험이 농후하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일찍이 80년대 말부터 다문화주의를 천명하고 89년 다문화적 호주를 위한 국가 강령을 명문화 시킨 이래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호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월례포럼이 끝난 후, 농어촌 지역의 국제결혼 이주자의 가시율이 높을 뿐 실질적으로는 서울 등의 도시지역에 국제결혼 이주자가 많이 있다는 것처럼 막연히 국제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국제결혼이 시작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현재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착화 되어있는 결혼 이주자들에 대해 다시 생각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작년 4월 26일, 우리정부는 ‘여성결혼이민자 가족 등 사회통합 지원’과 관련된 종합대책을 내 놓았다. 이 대책은 총 7가지의 정책영역(①탈법적인 결혼중개 방지 및 당사자 보소, ②안정적인 체류지원, ③조기적응 및 정착지원, ④아동의 학교생활 적응지원, ⑤안정적인 생활환경 조성, ⑥사회적 인식개선 및 업무 책임자 교육, ⑦추진체계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이주여성의 입국과정과 결혼 해소 후 한국 내 체류안정 보장을 위한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제도보다는 사회 구성원들이 이주 여성들을 타국가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으로 인식 할 수 있도록 하여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