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한국 정부 심의에 다녀와서
지난 9월 14일부터 2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제12차 세션 한국정부 심의에 NGO 대표단으로 다녀왔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이 이 협약에 따른 이행조치에 관하여 보고서를 검토하여 이에 따른 권고를 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이다.
「장애인권리협약(CRPD,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은 신체장애, 정신장애, 발달장애를 포함한 모든 장애가 있는 이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유엔인권협약이다. 이 협약은 8번째 국제인권조약이며, 2006년 12월 13일 제61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다. 한국 정부는 2009년 1월 10일 차별없는 건강보험의 제공을 규정한 협약 제25조 제1항 및 이 협약에 따른 개인진정제도를 규정한 선택의정서를 유보한 채 국회에서 비준하였다. 대한민국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회에서 비준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이번 12차 세션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뉴질랜드, 멕시코 등의 국가보고서를 심사하였다. 특히 이번 심사는 2009년 장애인권리협약이 국내 발효된 후 첫 번째 심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장애인권리협약 제35조 제1항에 의거하여 협약 국내 발효 후 2년 내로 협약 이행을 위해 취한 조치 및 이행상황 등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보고하게 되어 있고, 이후 4년마다 후속 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한국 정부는 2011년에 작성하여 위원회에 제출된 장애인권리협약 1차 국가보고서로 협약 발효 후 협약의 국내적 이행상황을 보고하였다.
세션이 열리기 전, 국내 28개의 NGO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를 꾸려 위원회에 제출된 정부 보고서를 분석하여 잘못된 내용을 반박하고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드러내며 대안을 제시하여 한국정부에 대한 심의가 ‘건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반박보고서를 제출하였다. 또한 세션이 진행되는 기간 NGO연대 대표들은 공식적인 부대행사(side event)로 위원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반박보고서 내용을 기초로 한국의 장애인권 상황을 보고하였고, 비공식적으로 위원들과 접촉하여 한국의 상황을 알리거나 질의서를 제출하여 위원회에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NGO의 보고는 ’위원회가 다른 경로로 얻은 정보‘가 되어 정부 심의의 기초자료로 쓰이게 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는 △반인권적인 정신병원 강제입원 제도, △의료적 기준으로 서비스를 차등제공 하는 장애인등급제, △염전노예사건을 비롯한 심각한 장애인 착취 및 학대, △장애인의 소득보장,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가정폭력, △수화의 공식 언어 인정,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 △장애인 차별에 대한 사법구제절차의 실효성 확보방안,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장애학생의 실질적 통합교육의 보장 등의 이슈에 대해서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입장을 전달하여 한국 정부에 대하여 개선을 권고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한국정부 심의가 이루어지는 제네바 현장에서 위원들과의 간담회를 준비하고, 한국정부에 대한 질의목록과 권고안 초안, 설명내용 정리 등을 바쁘게 함께 하면서 우리의 활동이 유엔조약기구의 심의와 최종 결론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시각각 목격하였다. 또한 국제적으로 장애인권의 나침반이 되고 있는 장애인권리협약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한국 장애인권증진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 그 일을 함께 한다는 동지애, 협업과 네트워크의 중요성, 다시금 느껴지는 영어의 중요성 등등 많은 소회를 느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는 말 그대로 법적 효력이 아닌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한국정부가 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대해 보고의무를 지고 있어 결코 그 효력이 작지 않다. 위원회의 권고안 하나를 얻기 위해, 위원의 한국정부 대표단에 대한 질문 하나를 던지도록 하기 위해 NGO대표단이 참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음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통해 한국의 장애인권상황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고, 장애인단체들도 이 권고를 무기로 또 힘을 내서 활동을 이어나가길 바래본다.
글_ 염형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