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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와 난민

[이주] 베트남 노동자 파업 구속사건 변호



 


인천신항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베트남노동자 10명이 구속됐다. 죄명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베트남 노동자 200여명이 2010년 7월 22일부터 7월 25일까지 나흘 동안, 그리고 2011년 1월 9일부터 1월 10일까지 이틀 동안 단체로 출근을 거부한 일이 있었는데, 한국 노동관계법에서 정한 쟁의행위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파업을 하였다는 이유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노동자들


 



구속된 베트남 노동자들은 ㅌ건설산업에 고용되어 인천신항 컨테이너 하부축조 공사장에서 일했던 이주노동자들이다. ㅌ건설산업은 2009년경 270억 규모의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0여명의 베트남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베트남 노동자들은 시급 4110원 최저임금을 받고 2조2교대로 매일 12시간씩 일해야 했다. 주간 근무조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야간 근무조는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일했고, 일이 많은 날은 연장근로를 하기도 했다. 공사가 시작되면 중지할 수 없는 작업의 특성상 토요일, 일요일에도 공사는 진행이 되었고, 노동자들은 휴일근로수당을 받기 위하여 자의반타의반으로 일해야 했다. 구속된 노동자는 한국에 입국하여 처음 건설현장에서 일할 때 자신이 “사람이 아니고 노예나 기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파업은 2010년 7월 22일 아침에 일어났다. 야간 근무조가 근무를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회사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에게 다가와 아침식사 시간인 7시를 지키지 않고 일찍 근무를 마쳤다며 불이익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건설현장의 특성상 30미터 높이에서 일을 하다가 식사를 하려면 이동시간과 대기시간이 길다. 당시 베트남 노동자들은 5분이라도 일찍 내려오면 사측에서 노동자들의 번호(회사는 노동자들을 이름 대신에 회사가 부여한 번호로 식별하고, 근무복에 번호를 적어 놓았다)를 적고, 불이익 조치로서 임금에서 1시간 임금을 공제하거나, 건설현장의 통로를 막는 등 엄격하게 통제하여 불만이 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시 주간 근무**지 출근을 거부하고, 베트남 노동자 전체 200여명이 회사 측에 식사시간 문제, 최저임금에서 식비(매월 24만원)를 공제하는 문제, 기숙사 안에서 엄격한 관리감독 문제 등의 개선을 요구하며 나흘 동안 출근을 거부하였다. 나흘의 기간 중 7월 24, 25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이었다. 당시 파업이 조직적이거나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 측의 회유와 해고 협박으로, 나흘 만에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다시 출근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회사 측에서는 파업 이후 일부 개선 내용으로 노동자들이 식사시간 10분 전에 식당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하고, 일정한 작업성과를 달성하는 조건으로 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후 실제로 약속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불법폭력파업으로 몰고 가는 검찰


 



경찰과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파업 사건이 아닌 불법폭력파업사건으로 규정한다. 구속된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파업을 주동하고, 출근을 원하는 대부분의 베트남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폭행하여 출근을 저지하였다는 혐의를 씌우고 있다. 하지만 구속된 노동자들 대부분은 2010년 7월 이후 ㅌ건설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1차 파업 당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전체 파업 상황을 파악하고 주도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더구나 구속된 노동자들이 근무를 하기 전과 후에도 같은 건설현장에서 비슷한 이유로 파업이 발생한 사실이 있다. 이 사건 전인 2010년 7월 9일경에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식사제공에 관한 기존의 방침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일이 있었고, 이에 반대하는 21명의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하였는데, 회사가 단체행동을 한 21명의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하는 일이 있었다. 회사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 노동자들과 사전 협의나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베트남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단체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전후 사정을 보면, 현재 구속되어 있는 10여명 노동자들의 협박에 의하여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출근을 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이 사건의 수사과정도 문제가 많았는데, 구속된 노동자 중에는 파업 이후에도 ㅌ건설산업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있었고, 갑자기 올해 3월경에 지난 해 파업으로 구속을 당하게 된 것이다. 구속할 만큼 중한 사안도 아니고,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지닌 등록 이주노동자들로서 기숙사와 근무처가 일정하여 도주의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소환요구 한 차례 없이 이주노동자(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10명 전원에 대하여 바로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구속시켰다. 구속된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회사와 원만히 해결하고 정상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9개월 전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구속당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 경찰은 파업과 관련이 없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을 정도의 극히 경미한 폭행 사건들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입건하고 파업 사건과 병합하였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경찰이 지난 4월 5일부터 실시한 ‘외국인 범죄 집중단속’기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단속 실적을 이유로 작년에 발생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하여 회사가 고소․고발하지도 않았는데 기획수사를 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의 행사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헌법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단체행동권에 대한 어떠한 법률유보조항도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단체행동권의 핵심인 쟁의행위는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하여 노동관계법령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벌금형이나 징역형으로 형사처벌 하는 것은 사실상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애당초 업무방해죄는 노동운동 탄압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한국형법의 업무방해죄는 이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현재 업무방해죄는 한국과 일본 외에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구성요건이고, 오늘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나라에서는 쟁의행위에 대한 실체적 제한이나 절차적 제한을 불문하고 쟁의행위 자체를 일반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예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 각국에서는 20세기 초를 전후하여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면책 법리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한편 대법원은 2011년 3월, 단순한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판례를 “(ⅰ)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ⅱ)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판례변경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대법원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이 모호하여 형벌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소수의견(재판관 5인)은, 단순파업의 경우 “근로자들의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는 그것이 비록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사용자의 업무수행에 대한 적극적인 방해 행위로 인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도 없”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정부는 이미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자유위원회로부터 단순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하여 2000년 이래 총 10차례 권고를 받았고, 국제노동기구의 2004년 세계 보고서(Global Report)는 한국을 선진국 중에서 노동분쟁을 범죄시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소개하면서, 한국을 노동권에 대한 침해 문제가 “심각하고 급박한(serious and urgent)”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주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구속된 최초의 사건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형사 처벌하는 유일한 국가, 한국. 경찰은 단속실적을 위하여 사건을 부풀려 노동자들을 구속시키고, 회사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단체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겠단다.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로 출근을 거부한 것이 유죄인가? 이들에 대한 선고기일은 이번 주 목요일(6월 23일)에 있다.


 


글_장서연 변호사 


※ 이 글은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 256호에도 실렸습니다.


 


 


[이후 진행경과]


 


인천지방법원은 2011.6.23. 베트남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의 점은 무죄라고 선고했다. 그 이유로 “근로자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고,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도 노동기본권의 향유주체가 된다.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제한 뒤, 이 사건에서는 회사의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고, 달리 피고인들의 파업이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만, 10명의 베트남 노동자 중에서, 3명은 전부무죄, 나머지 7명은 개별적으로 파업이외에 함께 기소된 다른 사건들이 유죄가 선고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명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의 강제퇴거 조치로 현재 출국한 상태이고, 벌금형 및 선고유예를 선고받은 5명도 석방이 되지 않고 인천출입국으로 바로 이송이 되어 강제출국의 위기에 있었으나, 대책위의 활동으로 6일 만에 풀려나왔다. 검사가 항소하여 항소심 변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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