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이주노동자 퇴직금 청구소송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자, 즉 노동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도 퇴직금의 지급 요건을 갖춘 때에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퇴직금의 지급요건은 크게 두 가지인데 ‘1년 이상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과 ‘퇴직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중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1년 이상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회사의 경영방침을 이유로 서류상으로만 사표를 제출하여 퇴직처리를 받았다가 재입사하는 형식을 취한 경우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문제가 되는데 대법원은 근로자의 자발적인 의사로 퇴직을 한 것이 아니므로 퇴직 전후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동자가 재직 중에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하여 휴업한 경우 휴업한 기간도 원칙적으로 계속근로년수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다음의 경우에도 계속근로년수를 인정할 수 있을까. 참고로 구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허가제법’)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대한민국에서 3년 동안만 일을 할 수 있고 입국 후 3년이 지난 때에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만 본국으로 돌아간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에는 대한민국에 재입국하여 일을 할 수 있는데 이주노동자를 고용했던 사용자가 미리 요청한 경우에는 이주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간 때로부터 1개월 내에 재입국하여 원래 일하던 사업장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인 A는 2005년 5월 입국한 후 2007년 6월 말부터 B의 사업장에서 근무하였다. 그 후 A는 3년의 체류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2008년 5월 본국으로 돌아갔다. B의 요청으로 한 달 뒤 A는 재입국하였고 다시 B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 8월말 퇴사하였다. A는 B에게 1년 넘게 일을 하였으므로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하였다. 하지만 B는 도중에 고용관계가 중단되었음을 이유로 퇴직금의 지급을 거부하였다. A의 퇴직금 지급 거부는 정당한 것인가.
형식적으로만 놓고 본다면 A가 일을 중단하였을 때 퇴사한 것으로, 재입국하여 다시 일을 시작하였을 때 재입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A가 일을 중단한 것은 본인의 의사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B의 의사 때문도 아니다. B 입장에서는 A와 계속해서 일을 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출국 기간을 1개월로 줄여 달라고 미리 요청한 것이니 말이다. 이처럼 법 규정으로 인하여 근로관계가 중단되었을 때 퇴직금이 발생하는지 여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 A처럼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A를 대리하여 퇴직금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지난 1월 21일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결과는 ‘원고 승’이었다. “원고의 출국은 자의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한 형식적인 근로관계의 단절에 불과할 뿐 실질적으로는 원고와 피고의 근로관계는 지속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1년 이상 계속 근무를 전제로 한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이유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1년 이상 일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 규정 때문에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퇴직금은 임금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는 점, 우리 법제에서 퇴직금은 강하게 보호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에도 그러하다. 무엇보다 사용자와 이주노동자 모두 계속해서 일을 하기를 원했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개정된 고용허가제법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사용자가 원할 때에는 이주노동자는 본국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계속해서 2년 더 연장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글_윤지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