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실태 조사후기] 상이한 체제가 공존하는 국가 – 박영아 변호사
공감의 황필규, 박영아 변호사, 민주노총의 류미경 국제국장과 희망법의 김동현 변호사는 2016년 10월 10일 부터 10월 21일 까지의 일정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권 보장실태를 조사하였다. 공감이 속한 기업인권네트워크가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3년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세계의 공장으로도 불리는 중국은 이미 군사대국을 넘어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지 오래지만, 인권은 중국에서 여전히 민감한 이슈였다. 특히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금기인 중국에서 우리가 만난 학계, 법조계, 엔지오 관계자들은 허용된다고 여겨지는 범위 안에서 다소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중국에 접근하는 방식 또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10박 11일 동안 조사팀은 홍콩을 경유하여 선전, 후이저우, 광저우를 거쳐 북경과 톈진을 방문하여 노조, 학계, 노동자지원단체, 법률가, 국제기구, 한국기업 관계자와 노동자들을 면담하였다. 짧은 기간 만난 중국은 여러모로 기대를 뛰어넘었다. 방대한 영토와 인구를 자랑하는 초중량급 몸집에도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홍콩 시민단체 관계자로부터 “본토로 넘어가면 중국당국이 당신들에 대해 인지하는데 이틀 정도밖에 안 걸릴 것이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구석구석 정부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경제활동에 관한 규제는 오히려 일정 부분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느슨한 느낌이었다.
[사진 : 홍콩노총과 한국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회의 장면]
기업의 인권보장실태에 초점을 맞춘 조사팀의 큰 관심사항 중 하나는 중국 내 노동운동의 발전양상이었다. 중국의 유일한 합법적 노동조합은 중화전국총공회이다. 그러나 총공회는 노동자들의 권리보다 당정책을 대변하는 일종의 관료조직이다. 그래서 권리의 침해를 당한 노동자들의 자생적인 파업에서 대체로 적극적인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노동자, 특히 농민공들을 위한 권리구제지원 등 한국의 이주노동자지원센터와 비슷한 역할을 해온 노동엔지오 중 일부는 노사분쟁이 발생한 현장에서 조직, 전략, 협상지원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이러한 움직임들은 중국의 노사관계 관련 정책에서 단체협상이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는 계기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5년 12월 관동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엔지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루어졌고, 다수의 엔지오 지도자들이 사회질서 교란, 횡령 등의 죄목으로 체포 및 기소되었다. 조사팀이 중국을 방문한 시점이 위와 같은 탄압의 향배가 아직 잘 가늠이 안 되는 시점이어서인지, 전반적 분위기는 매우 경직되어 있었다. 조사팀이 면담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탄압을 주도한 주체, 탄압이 전개된 양상과 전망에 대한 진단과 예상에 관하여 상당한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렇듯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나 중국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고, 한 가지 결론을 내리기란 불가능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12월 중 발간될 예정이다.
글_박영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