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성폭력 불안에 노출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의 실태(1편) – 소라미 변호사
“마늘 계속 뽑았는데, 5분이라도 쉬지 못했어요. (중략) 조금이라도 쉴 수 있으면 좋은데…(쉬는 시간은) 없어요, 과자 먹고 싶어도 몰래 먹었어요. 물을 많이 마시면 안 된대요. 화장실 자주 가도 안 된다고 했어요.”
“사장님이 저를 남자처럼 일을 계속 시키고 배추를 많은 양을 저보고 들어서 차에 갖다 놓으라고 하고, 그리고 남자처럼 운전하라고 계속시키고(중략)”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동으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의 성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00여 명의 베트남과 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 농업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대다수가 저임금, 휴식 없이 장시간 동안, 강도 높은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농산물 재배에 종사하는 이주여성 농업노동자의 65.9%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노동하고 있으며, 76.8%가 월평균 휴일 일수가 2일 이내였고, 59.2%가 130만 원 이하의 월급을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2016년 기준 최저임금은 1,260,270원입니다)
“차에서 내려서 집과 어떤 곳에서 일하는지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요”
“옆에 다른 컨테이너는 있는데 사람이 없어요. (중략) 밤에 너무 무서워요. 그쪽에는 낮에도 조용하니까 너무 무서워요”
“가끔 우리가 목욕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욕실에 와서 문을 열었어요. 그때는 우리가 너무 깜짝 놀라고 너무 무서웠어요.”
이미지출처 : 시사인 /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일대의 비닐하우스 단지. 오른쪽에 검은색 차광막을 씌운 비닐하우스가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 교육생 김형락
주거환경과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80.6%가 고용주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지낸다고 답변했습니다. 숙소는 대부분 농장 안의 외딴곳에 위치하고, 내부가 좁고, 분리된 공간이 별로 없으며, 위생 상태와 안전상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한, 남성 고용주 또는 관리자와 같은 숙소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농산물 재배 분야에 종사하는 이주여성의 주거환경이 열악했습니다. 농산물 재배 분야에 종사하는 이주여성의 67% 이상이 컨테이너 박스나 비닐하우스와 같은 가건물에서 지내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고용주 등이 마음대로 숙소에 드나든다고 답변한 사람이 35.7%, 욕실에 잠금장치가 없다는 답변이 26.5%, 침실에 잠금장치가 없다는 답변이 26.5%를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주거환경은 고용주의 상시적인 감독‧통제를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성폭력 피해에 취약하게 노출시키는 결과를 야기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기숙사가 여자 2명밖에 없고, 어떤 날에는 밤 10시 반이나 11시에도 사장님이 제 방 앞에 와서 문을 열었어요”
“밤에 잠을 못 자고 그때 저는 3일 정도 아팠어요. (중략) 밤이 되면 저는 제일 불안했어요. 혹시 사장님이 오면 어떻게 할까”
“어깨를 껴안거나 포용했어요. (중략)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어요. (중략) 옷이나 바지를 당겨서 들여다봐요. (중략) 사장님이 정말 어이없어요. 전에도 제 엉덩이를 만졌어요.”
설문 응답자 중 12.4%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성폭력 피해 경험은 1회에 그치지 않고 여러 종류의 피해가 동시에 또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 유형은 언어적 성희롱부터, 가벼운 신체접촉, 강제추행, 상습 강간까지 광범위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의 대부분은 작업장인 농장에서 발생했습니다. 52%가 근로시간 중 농장에서, 20%가 휴식시간이나 퇴근 후 농장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했습니다. 가해자의 64%가 한국인 고용주 또는 관리자였습니다. 한국인이 고용주, 관리자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이주노동자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이주민이자 여성, 노동자라는 취약성을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가해를 가할 위험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해를 경험한 이주여성 대부분이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국말도 모르고 경찰서도 어디 있는지 잘 모르니까” 경찰서가 어디인지 잘 모르고 신고방법도 잘 몰라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이주여성 농업노동자들은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의사소통이 어렵고 정보가 부족하며 공적 자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성적 위협에 취약하게 노출된 열악한 주거‧노동 환경 속에서 일상적으로 신체적, 성적 위협을 느끼며 언제든 추행, 강간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한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는 경우에도 고용센터에 입증할 방법이 없어 성폭력 가해자인 고용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또한 고용주가 제공하는 숙소가 비닐하우스와 같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아무런 공적 개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에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업주로 하여금 사전에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숙소가 정부가 제시하는 기숙사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증받게 되어 있으며,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주노동자 고용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 농업노동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이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 근로기준법 제63조의 개선
○ 이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를 보장해야 합니다.
- 고용노동부 내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주거에 대한 인권 지침 마련
- 사업주에게 고용허가서 발급하기 전에 기숙사 심사받도록 의무화
- 이주노동자가 계약 체결하기 전에 숙소 상황을 상세히 안내(사진과 기준 부합 여부 안내)
- 사업주 제공의 기숙사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계약 체결 전 안내된 내용과 상이할 경우 사업장 변경 보장
○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업주에게 성폭력‧성희롱 교육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 여성 이주노동자에게 입국 후 교육 시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대한 구제 및 지원 안내 키트를 제공해야 합니다.
○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여성에게 양질의 통번역 서비스를 보장하고, 피해자 변호인(국선) 선임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오는 2월에 게재할 2편에서는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제도 개선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오니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 자료집 받아보기(클릭)
글_소라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