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및 사법 분야 여성차별철폐협약 권고 이행 과제 및 이행 방안 토론회
2012년 9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최로 ‘입법 및 사법 분야 여성차별철폐협약 권고 이행 과제 및 이행 방안 토론회(이하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민국은 1984년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이하 ‘협약’ 또는 ‘CEDAW’)에 가입, 비준한 이래 정기적으로 협약의 이행상황에 대하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다. 작년인 2011년 7월 위원회는 제49차 세션에서 대한민국의 제7차 정기보고에 대해 심의를 하고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를 발표하였다. 이 최종견해에는 여성인권의 보호와 차별 철폐를 위한 협약의 각 조항 이행에 관한 평가와 분야별 우려 사항 및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토론회는 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발표된 지 1년여가 지난 현재 시점에서 최종견해에서 제시된 권고사항이 입법과 사법 분야에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그 현황을 점검하고 이행과제와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공감은 국내 여성인권 보장과 성 평등 실현을 위하여 유엔 인권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2007년에 이어 2011년에도 다른 NGO들과 함께 정부보고서에 대한 NGO 반박보고서를 작성하여 위원회에 제출하고 심의 현지 파견단에 참여하여 위원회의 한국 심의에 NGO 자격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서 공감은 토론회의 ‘CEDAW 권고에 대한 사법부 이행과제 및 추진방안’ 발제에 대한 토론자로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
사법부의 위원회 권고 이행 현황에 관하여는 신진화 판사가 발제하였다. 발제는, 성폭력 처벌불원, 부부 강간, 낙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연금 재산분할에 관한 판례 분석과 협약의 재판규범 활용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공감은, “위원회 최종견해 전문에 걸쳐서 권고의 상대방은 ‘당사국(the State party)’으로 명시되어 있고, 여기서 당사국은 입법, 행정, 사법을 포괄하는 대한민국을 의미하므로, 권고의 내용 중 사법부가 이행할 수 있는 과제를 도출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국민이 법원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은 법원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으므로 사법부가 권고 이행에 관하여 더욱 적극 접근할 것”을 주문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최종견해 12, 13항에서 언급한 사법부 구성원의 CEDAW 및 최종견해에 대한 인식과 교육과 관련하여, 법관을 포함한 사법부 구성원이 협약의 내용과 위원회의 최종견해의 내용을 정확히 인지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나 관심 있는 일부 법관의 개별적인 노력을 넘어서 보다 공식적이고 조직적인 차원의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것이 사법부의 권고 이행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위원회의 최종견해 21. f) 항이 ‘여성에 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의 실태․원인 및 결과에 관한 자료를 수집’할 것을 당사국에 권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사법부가 사법통계를 작성하는 데 있어 여성폭력의 실태와 처리결과가 정확히 드러날 수 있도록 사법연감을 작성하고, 필요할 경우 연구․조사를 통하여 사법연감 작성 외에 별도의 통계를 마련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여성폭력 실태에 관한 정확한 기초통계의 작성은 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상담소나 여성인권단체들에서 늘 제기하는 문제이고, 여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모든 정책의 출발점이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한 통계이다. 그럼에도 현재 사법연감에서 작성하는 통계로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각종 여성폭력 사건이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법원 내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지위에 더욱 많은 여성 법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원 내에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될 필요성에 대해서도 피력하였다. 사법부 내 여성의 대표성 강화 문제는 생각보다 중요한데, 법원의 판결(특히 상급심 판결) 내용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서부터, 법원 내에서 CEDAW 최종견해를 인식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여성차별이나 여성폭력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사법통계를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 등 법원에서 CEDAW 이행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CEDAW 권고사항 중 이행주체가 국회나 정부가 될 수밖에 없는 사항에 관하여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법원의 판결에 CEDAW 권고의 취지를 살려내는 것이라는 전제에서, 위원회가 법률에 부부강간죄 처벌을 명시하라는 권고 내용에 반하여 배우자 강간의 성립을 명시적으로 부정한 최근의 하급심 판결 등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이날 토론회는 사법 분야뿐만 아니라 입법 분야에 대한 CEDAW 권고 이행상황에 대한 점검 토론도 이루어졌다. 위원회의 최종견해 발표 이후에는 권고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모니터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공감은 NGO로서 정부와 국회, 법원이 CEDAW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모니터하는 활동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글 _ 차혜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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