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법 5조 2호 위헌제청사건 헌재 공개변론
활동보조가 되면 제 주위 사람들에게 덜 미안할 것입니다. 짐을 덜어주고 싶습니다. 누워있을 때 갑자기 떠오른 생각도 메모할 수 있고, 한글 문서도 작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주에서 영광 해안도로까지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한데 1년에 한두번 이라도 석양을 보러 갈 것입니다.
지난 2020년 6월 11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의 공개변론이 있었습니다. 광주에 거주하는 50대 후반인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환자이자 뇌병변장애인 당사자는 2010년부터 노인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하여요양서비스를 받아오다 뒤늦게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알게 되어 구청에 자신이 받아오던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로 변경해달라는 사회복지서비스변경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구청은 장애인활동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호․제3호에 따라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있지 않아야 하고, 활동지원급여와 비슷한 다른 급여를 받고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하는데, 신청인은 이미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부하였습니다. 장애인활동법 제2호․제3호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한 경험이 있으면 신청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장애인활동지원신청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조항은 자신에게 제공되는 복지서비스를 선택할 권리를 원천봉쇄하는 것으로, 헌법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구청의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에 거부처분의 근거가 된 위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해달라고 하는 신청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위헌제청사건에 대하여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제청신청인은 시인이자 화가이자 두 딸의 엄마입니다. 제청신청인은 단지 장기요양서비스를 먼저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활동지원 신청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신청인이 받고 있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와 신청인이 받고자 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전자는 노인 혹은 노인성질환자의 (가정 혹은 시설 내) 요양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고, 후자는 장애인의 자립지원 또는 사회활동지원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최대급여량에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재가급여 1등급의 경우 월 108시간(주말 제외 하루4시간)에 불과한데 반하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1급의 경우 월 410시간(주말 포함 하루 13~14시간)에 이릅니다. 또한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는 긴급활동지원서비스가 없습니다. 자립을 원하고, 사회활동 하기를 원하는 신청인에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하고,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맨 위의 글은 제청신청인이 힘든 몸을 이끌고 멀리 광주에서 서울의 헌법재판소까지 와서 공개변론 법정에 나와 최후진술을 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복지부는 예산이 많이 든다거나 다른 노인성질환자와의 형평성을 얘기하고 있지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대상에 해당되는 65세 미만 노인성질환자에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복지예산은 많지 않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있고, 그 대상에 해당한다면 신청은 받아주어야 합니다. 제청신청인도 다른 중증장애인들처럼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친구도 만나고,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석양을 보러 바다에 갈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헌법재판관님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