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가족에게 이사강요한 주민들 실형선고
2009. 6. 경기도 화성지역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내에서 발생한 폭행사건을 발단으로 입주자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피해자와 합의하여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루된 당사자가 정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주민들은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정신장애인 가족에게 이사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을 시작했습니다. 부녀회장과 입주자대표회장 등은 수시로 정신장애인 가족의 집을 찾아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정신 병원에 입원시켜라, 집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해라” 등을 요구했습니다. 나아가 아파트 입주민 100여명이 정신장애인 가족의 집 앞에 몰려가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과 가족의 ‘이사’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습니다. 또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화성시청, 청와대,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강제전출을 요구하는 연명서를 제출했습니다. 입주민들의 강요로 결국 정신장애인의 가족인 아버지와 누나는 ‘당사자를 병원치료 받도록 하겠다, 다시는 아파트 단지로 돌아오지 않도록 하겠다, 위반시에는 이사가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4개월간 입원 치료를 마치고 통근 치료를 받아도 충분하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집에 돌아온 정신장애인을 발견한 이웃들은 ‘또 다시’ 집단행동에 들어갔습니다.
2009. 10.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정신장애인 가족을 대리하여 상식을 넘어선 이웃들의 집단 괴롭힘에 대항해 입주자 대표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강요죄로 형사 고소했습니다. 2010. 2.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정신장애인연대 등 장애인 인권 단체, 복지기관, 사회복지 학계 등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검찰에 기소를 촉구하는 탄원에 동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 4. 수원지방검찰청과 서울고등검찰청은 모든 고소사실에 대하여 불기소결정, 항고기각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불복해 공감은 서울고등법원에 제정신청을 제출했고, 2010. 8. 서울 고등법원은 입주민대표자(입주민대표자회의 회장, 부녀회장, 노인회장, 통장)들의 강요죄에 대해 공소제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을 기반으로 2010. 12. 수원지방법원에 기소되어 재판이 개시되었습니다. 2011. 5. 25. 검찰 측의 무죄 구형 후 판결 선고가 2차례나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2011. 9. 21. 1심 형사 재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단독 1부는 각서 작성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부녀회장과 노인회장에 대하여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입주자대표회장과 통장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입주민 대표자 전부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하지 않은 점은 유감이나 각서 강요를 주도한 가담자에 대하여 징역형을 선고한 법원을 판결을 환영합니다. 그렇지만 정신장애인 가족은 이웃들의 악의적인 소문과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살던 곳을 떠나 이사한 후였습니다.
이 사건은 정신장애인 가족이 이웃의 부당한 편견과 차별에 당당하게 맞서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해 유죄 판결까지 얻어 낸 첫 번째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 깊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정신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지역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이웃들의 정신 장애인에 대한 집단 괴롭힘 행동이 불법임을 선언했습니다. 이 판결을 통해 그동안 정신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죄인처럼 조용히 숨죽이고 숨어 살아야 했던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장애를 드러내고 이웃과 더불어 살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만연되어 있는 정신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되돌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1. 9. 22.
글 _ 소라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