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
5월 10일 금요일,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는 <제3회 싱글맘의 날 기념행사>가 ‘입양인과 싱글맘 가족 인권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싱글맘의 날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TRACK)’이 2011년에 처음 시작한 행사입니다. 행사는 이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첫째 날에는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하 입양 특례법)개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 ▲출생자동등록제 도입의 필요성과 과제 ▲양육비이행 법제화의 필요성과 과제와 관련하여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둘째 날에는 한부모, 입양인원가족, 미혼모를 ‘책들’로 하는 인간 도서관 행사와 영화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미혼모와 입양아동의 인권을 위하여
이번 컨퍼런스는 싱글맘, 이들 중에서도 특히 미혼모와 입양아동의 인권에 초점을 맞춘 행사였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입양은 하나의 미덕이었습니다. 각종 언론 매체들은 입양된 낯선 환경에서 편견을 이겨내고 스포츠 스타가 되거나 재계 유력 인사가 된 입양인들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입양인의 친부모, 특히 미혼모(입양 아동 10명 중 9명이 미혼모 가정의 출신, 2012년 복지부 통계기준)들은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고 버리는 존재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지 못하고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들의 마음은 과연 편안하였을까요? 더불어 성공한 입양인들에게 찬사를 보내기 이전에 자신의 친부모도 모른 채 낯선 곳에서 입양된 입양인들의 고통을 헤아리는 게 우선 아닐까요?
입양 스토리는 입양인이 낯선 환경과 편견을 극복했다는 점에서는 미담일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한국 사회가 미혼모가 직접 자식을 키우는 데 있어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도 해주지 못하고, 입양을 우선하여 장려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미혼모와 아동을 위한 인권 보장 방안에 대하여 사회 ‘제도적’ 차원에서 주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제도적 차원에서의 인권 보장을 위하여
컨퍼런스에서 단연 화두가 된 것은 개정된 입양 특례법이었습니다. 최근 많은 언론 매체들은 앞다투어 2012년 8월에 새롭게 시행된 입양 특례법 때문에 영아를 유기하는 일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동시에 입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을 합니다. 개정된 입양 특례법하에서는 입양이 신고가 아닌 가정 법원의 허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아동의 출생신고가 필요합니다. 언론은 이처럼 입양 요건이 까다로워짐에 따라, 미혼모로서는 혼인 외의 자녀가 출생신고로 사회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영아를 유기한다고 주장합니다.
컨퍼런스의 발제자들은 우선 이러한 일련의 논란들이 개정된 입양 특례법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미혼모의 인권에 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입양 특례법 개정의 의의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다수 언론 매체들과는 달리 발제자들은 입양특례법을 개정 이전의 상태로 돌리자는 주장에 대해서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입양특례법을 개정 전의 상태로 돌린다면 영아의 입양은-절차가 본래대로 간소화되기 때문에-상대적으로 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육에 대해서 제대로 숙고하지 못하고 입양기관의 일방적인 입양 권유에 떠밀려 입양을 하는 미혼모의 인권과, 제대로 출생신고조차 되지 못하고 입양부모에게 맡겨지는 아동의 인권은 무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입양이 미혼모와 아동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혼모의 혼인 외 자녀노출의 두려움과 이에 따른 영아 유기는 가족관계 등록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보완될 일이지, 단순히 특례법을 재개정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컨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에서는 출생자동등록제의 필요성과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제7조에는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출생신고 제도하에서 한국의 출생신고율을 보면, 출생신고율과 내용의 정확도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출생신고 되지 못한 아동들은 친부모 기록이 없어진 상태에서 다른 곳으로 입양되기도 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납치, 착취, 유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행 출생신고제도를 보완하여 아동이 출생한 의료기관 등에 대해서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출생등록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입양특례법, 출생자동등록제와 더불어 컨퍼런스의 마지막 세션에서는 양육비 이행 법제화의 필요성과 과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미혼모 가정을 포함한 모든 한부모 가정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 양육비 이행 제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맺으며
모든 인간은 특정한 개인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갑니다. 특정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다니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을 겪기도 합니다. 달리 생각하면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역사’를 지니고 살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입양은 미혼모가 자식과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경험을 가로막는, 다시 말해 미혼모의 ‘역사’를 단절시킨다는 측면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입양되는 아동에게 있어서도 입양은 한 개인의 역사의 ‘뿌리’를 자른다는 점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닙니다. 이번 컨퍼런스와 더불어 개정된 입양 특례법이 불러온 논란과 관심이, 모든 인간이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 위한 제도적 개선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_ 임상옥 (17기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