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이유로 수사과정에서 차별한 검찰에 대한 장애인차별진정 제기
지난 2018년 3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13년 넘게 쓰레기 분리수거 일을 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60대 남성이 발견된 일명 ‘잠실야구장 노예사건’이 우리 사회의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발견 당시 피해자가 살던 컨테이너박스는 쓰레기장 내부에 있었습니다. 컨테이너박스 안은 쓰레기로 가득했고, 냉장고에는 얼려 놓은 밥 몇 덩이만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피해자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을 받아 쓰레기 분리수거를 맡은 하청업체 사장과 피해자의 임금과 장애수당 등을 가로챈 친형을 형사고소하였습니다. 검찰은 피해자 친형의 범죄혐의에 대해 2019년 4월에 불기소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통보를 해주지 않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수사결과를 알려주지 않아 지난 7월에 직접 검찰청을 찾아가서야 친형에 대한 불기소처분결정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58조 제1항에 따라 검사는 고소가 제기된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때에는 그 처분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여야 합니다. 또한 검사는 사법절차에 있어서 장애인에게 차별을 하여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담당검사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었던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인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상 보장해야할 수사결과통지 절차에서 피해자를 아예 배제시켰습니다.
한편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에 따르면 장애인은 어디에서나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가 있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법적능력을 누려야 합니다. 당사국은 장애인들이 법적능력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지원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고, 장애인들이 법적 능력을 행사할 때에 상대방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장애인들에 대해 고의적으로 또는 실질적으로 차별을 가하는 구조를 폐기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담당검사는 수사과정에서 피해장애인을 단 한 차례도 대면조사 하지 않았고, 단지 심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만으로 피의자에 대한 처벌의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등 지적장애 3급의 피해장애인을 의사무능력자로 취급하여 피해자의 법적 능력 행사를 고의적으로 거부하였습니다. 검찰이 피해장애인의 의사를 무시한 것은 여전히 검찰 조직 내에 지적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무시가 팽배해 있고, 이러한 인식이 조금도 변화되지 않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공감의 염형국, 조미연 변호사는 장애인단체를 대리하여 이러한 검찰의 장애인 차별적 행태를 고발하고 이에 대한 시정을 구하는 장애인차별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하였습니다. 지적장애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들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검찰의 행태는 반드시 바로잡혀야 하고, 장애인 노예사건에 대한 불기소처분 혹은 솜방망이 처벌로 장애인 노동착취를 방조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은 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철저한 조사와 현명한 결정을 기대합니다.
글_ 염형국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