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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여성인권# 직장내 성희롱# 취약 노동

직장인 성희롱, 괴롭힘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며 – <직장갑질119> 제보 사례 전수 분석

직장갑질119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갑질을 없애 보고자 2017년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공감은 직장갑질119의 연대단체입니다. 저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모든 이메일을 검토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괴롭힘이 만연한 일터에서 성희롱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수직적인 권력 관계와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조직 문화에 기인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관련하여 전태일 서거 50주기에 맞춰 기고를 하였고(“뒤태 예쁘네” “뱃살 빼야지”…줄지 않는 직장 성폭력), 좀 더 깊이 있게 분석 및 대응하고자 지난 3년 간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총 10,101건을 전수 분석하였습니다.

 

직장인 성희롱, 괴롭힘 실태보고서 바로보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압도적으로 여성(83.2%)이 많았지만 남성의 비율(12.9%)도 낮지 않았습니다. 유리 천장․여성에게 불리한 고용 환경으로 인하여 여성은 남성보다 연차․직급이 낮은 경향이 있었는데 이러한 점들이 성희롱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남성이라도 지위가 낮다면 성희롱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성은, 성별 그 자체가 위계관계로 작동하였습니다.

행위자가 사업주, 대표이사인 경우는 29.4%에 이르렀습니다. 행위자가 조직의 수장인 경우 직장 내 성희롱은 성적 언동을 뛰어 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성희롱 행위자는, 피해자의 사생활에 개입하고 피해자에게 업무와 무관한 명령을 하며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인사권한을 남용하기도 합니다. 반면 행위자와의 관계 때문에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행위자의 89%는 피해자보다 우위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행위자와 피해자 간에는 고용형태, 연령, 근무기간에 있어서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피해자가 되기 쉬운 위치에 있었습니다. 인사권자가 계약 연장을 빌미로 계약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저지르거나, 정규직원이 함께 근무하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라 프리랜서를 성희롱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을 방치하는 일터에서는 성희롱이 반복되는 경향도 뚜렷했습니다. 이런 일터에서 행위자는 자신의 잘못을 간과하고 오히려 성희롱을 통해 권력을 확인하는 즐거움을 맛보기까지 합니다. 반면 피해자는 침묵하고 포기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반복해서 벌어질 때 피해자 역시 다수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반복된다는 것은 근무환경이 직장 내 성희롱에 관대하다는 것,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조사, 행위자에 대한 적정한 징계조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행위자에 대한 징계조치가 없으면 행위자는 자기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계속해서 직장 내 성희롱을 벌일 가능성이 큰데, 행위자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은 시간과 비례하여 늘어나기 때문에 피해자도 그만큼 늘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은 성희롱이 직장 내 성희롱의 원인이 행위자에게 있으며 지극히 공적인 문제라는 점을 반증합니다. 성희롱을 사적인 관계에서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 시각, 심지어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는 시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반증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성차별적인 괴롭힘을 포함한 여타 괴롭힘과 복합되기도 하였습니다. 여성 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거나 술자리에 동석하여 시중을 들게 하는 것, 외모를 평가하고 여성에게만 반말을 하는 것은 성별을 이유로 한 성차별적인 괴롭힘입니다. 성희롱 행위자는 성차별적인 괴롭힘도 일삼는 경향이 있으며, 더 나아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폭언, 폭행, 감시, 사생활 침해, 사적 업무 지시, 모욕 등의 갑질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율로 보면, 성희롱 외에 다른 괴롭힘도 동반한다는 제보가 68. 7%에 이릅니다. 이러한 현상은 수직적인 권력관계와 비민주적인 조직문화가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잘 보여줍니다. 성희롱 – 성차별 – 괴롭힘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잘 보여줍니다. 직장 내 성희롱 대응 및 해결이 피해 노동자의 침해된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평등한 노동 환경,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방증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성희롱 신고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이를 묵인, 방치했다는 비율이 41.5%에 이릅니다. 심지어 직장 내 성희롱 신고 후 징계, 따돌림 등의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제보는 58.5%에 이릅니다. 묵인, 방치와 불리한 처우 둘 다 겪었다는 비율도 35.7%에 이릅니다.

법대로라면 성희롱 신고에 따른 불리한 처우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는 처벌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2018, 2019년 2년 간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신고 건수는 2,380건임에 반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건수는 20건밖에 되지 않습니다. 성인지적 감수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선 근로감독관들에게 너무나 많은 권한이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러나 제도 자체도 문제가 많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 및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여 법망을 빠져 나가는 성희롱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 및 행위자 책임을 강화하고 구제 절차의 실효성 확보하기 위한 세세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와 별도로 현재는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내 성희롱을 양분하여 각각 별도의 법령에서 다루고 있으나 차별금지법을 통해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해서도 보다 강력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민주적인 직장을 만들고 고용형태 간 차별을 없애며, 여성에게 채용 기회를 확대하고 성평등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입니다.

끝으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의 심경을 전달합니다. 일부를 기재하였지만 피해자들의 공통된 심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울증 및 불면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투약이 없으면 정상적인 수면 및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많습니다.”
“자살을 계속 생각할 만큼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저에게 협박하고 성희롱한 사람과 다시 대면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 이 사람과 한 공간에 서 있을 수 없습니다.”

 

 

윤지영

# 취약 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