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21대 국회가 응답해야
21대 국회가 시작됐다.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하지 못했던 차별금지법을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 하였다. 장혜영 의원 대표발의안에는 정의당 심상정, 배진교, 강은미, 이은주, 류호정 의원 외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이동주,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하였다.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이유는, 이들이 차별금지법을 공동발의 했다는 이유로 보수 개신교 단체와 교인들로부터 문자폭탄과 악성 전화민원에 시달릴 것을 감수하고 공동발의에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결단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지난 6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의 내용을 포괄하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제정하라고 국회에 의견 표명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평등법 제정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여론조사도 우호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를 받아 지난 4월에 실시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88.5%가 한국 사회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73.6%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차별금지법에 우호적인 사회적인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21대 국회의 압도적인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은 매우 소극적이다. KBS가 지난 6월, 국회의원 전원에게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전체 300명 중 94명만 응답하였고, 법제정 찬성은 69명, 반대는 25명이었다. 전체 의원 3분의 2가 넘는 국회의원들은 답변조차 거부하였으며, 익명 조사라고 밝혀도 예민한 주제라며 의견 표명조차 극도로 꺼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고,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차별금지법. 그러나, 2007년 참여정부(주관부처 법무부)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의 반대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법안에서 차별금지 항목 중 성적지향 등을 삭제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면서 보수 개신교 단체에 힘을 실어주었고,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어렵게 하는데 결정적인 잘못을 하였다. 이때부터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차별금지법 저지를 동성애 반대운동의 ‘성공’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 차별금지법 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생인권조례, 인권기본조례, 인권교육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인권 관련한 법안을 저지하는데 총공세를 펼쳤다. 심지어 토론회장이나 공청회장에 집단적으로 몰려와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며 행사를 무산시키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애국수호 어머니회’라는 이름의 반대 단체가 심상정 의원 사무실에 난입하여 시설물을 파괴하고,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차별금지법의 내용은 심플하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행정서비스나 사법절차에서, 상업시설 등을 이용할 때 누구나 부당한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차별행위를 당한 피해자를 구제하고, 차별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가 5년 마다 차별시정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상식적인 내용을 반대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법 제정의 필요성, 정당성을 판단할 때, 그 법안을 극렬히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보면 판단이 쉬워질 때가 있다.
평등은 인간 존엄의 조건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고, 한 걸음 나아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