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열차에 탄 사람들 – ‘지하철 단차 장애인 차별구제청구소송 항소를 제기합니다.’
7월 8일 오후 2시 서울동부지방법원. ‘지하철 단차에 의한 장애인 차별구제청구소송’의 판결 선고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전부패소. 선고를 기다리며 기대로 두근대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하여 소송을 제기한 게 작년 7월 3일이니 꼬박 1년 넘게 다퉈온 사건입니다.
▶지난 소송 제기 소식(지하철이 ‘대중’교통이 되려면)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역 3분의1은 관계법령에 위반하여 지하철 승강장 연단과 차량 사이 간격이 10cm, 높이는 ±1.5cm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이 소송은 이러한 현황으로 인해 반복되어온 인명사고(발이나 전동휠체어 바퀴가 끼는 등)를 방지하고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의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법정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차별하는 서울교통공사의 행위를 지적했습니다. 두 명의 중증 장애인이 실제 사고를 당했거나 자주 불편을 겪는 역사를 특정하여 문제되는 승강장에 ‘안전발판 등 안전설비’를 설치하라는 법원의 적극적 시정명령을 청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지하철의 승강장 연단과 차량사이 간격 및 높낮이 기준을 규정한 관계법령이 제정될 당시 ‘이미 완공되었거나 공사 중인 역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경과규정에 주목하였습니다. 이후 관계법령이 개정되면서 경과규정이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 완공된 이 사건 해당 지하철역들의 경우 기준을 지키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통사업자의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지하철역마다 1개씩 보유하고 있는 ‘이동식 발판’과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설혹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인정할 수 없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하는 차별이라고 하더라도 자동식 안전발판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부족한 이유로 인해 안전설비를 설치하고 있지 못한 것이므로 차별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됐습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지하철 발빠짐 인명사고가 증가한 점, 관계법령에 위배된 서울지하철 3분의 1 역사가 방치됨으로 인해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의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 침해가 심각한 점, 이동식 발판 서비스만으로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될 수 없는 점, 차별에 대한 정당한 사유 인정은 엄격한 기준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 등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평등열차에 탄 사람들’이란 문구는 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에서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포괄적)차별금지법 발의에 동참하여 이 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앞에서 진행하는 릴레이 1인 시위 시민행동의 모토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햇수로 13년째입니다. 이 법의 구체적 내용이 생소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법원에서 법이 아닌 ‘예산’이나 ‘시혜적 관점’을 기준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적극적 시정명령에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은 필요최소한이나 임시방편이 아닌, 장애인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주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우선돼야 합니다. ‘평등 열차에 탄 사람들’에 법원 또한 합류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등’을 위한 외침에 법정 안팎의 판단이 다를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 1심 판결에 부당함을 알리며, 항소를 제기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조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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