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60년대를 방글라데시에서 보다 – 방글라데시 진출 해외한국기업 인권존중/침해 실태조사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는 방글라데시 진출 한국계 기업들의 인권존중/침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8월7일부터 12일까지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 민주노총의 류미경 국제국장,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동현 변호사와 함께 방글라데시를 다녀왔다.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H&M, 월마트, 자라, 베네톤 등 유럽과 미국 유명 의류브랜드들의 주된 생산기지다. 방글라데시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된 옷의 대부분은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된다. 방글라데시의 의류산업 발전 초기부터 방글라데시에 진출하기 시작한 한국의 봉제기업들은 현재까지도 방글라데시 내 외국계 봉제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영원무역은 그 중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봉제 산업은 최근 발생한 대규모 산업재해로 인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2년 11월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인근 아슐리아에 소재한 타즈린(Tazreen) 봉제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적어도 117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3년 4월 8층짜리 상업건물이 무너져 적어도 1,129명의 봉제노동자들이 사망하고 2,515명이 부상당하였다. 불법 증축된 건물은 전날부터 붕괴조짐이 있어 사람들이 대피를 하고 1층에 위치한 은행과 상가들이 영업을 중지하고 문을 닫았지만, 봉제공장주들이 납기일을 맞추어야 한다며 다음날 근로자들을 강제로 출근시키는 바람에 참사가 일어났다. 연이어 발생한 대형 참사는 방글라데시 봉제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생산된 옷을 입는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생산한 옷을 저가로 공급받아 그 수배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유명 의류브랜드들도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2013년 말 방글라데시 봉제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77% 인상되어, 현재 월 5,300다카(약 7만원)이다. 그런데 2014년 1월, 영원무역의 치타공 소재 공장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적용방식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어린 여공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된 첫 월급명세서를 받고 점심시간 때 공장 앞에 모여든 노동자들에게 경찰들이 몇 시간 만에 실탄을 발포한 것이다.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으며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봉제노동자들. 이들이 만든 옷을 팔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 의류브랜드들. 이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왜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 현지 인권단체와의 인터뷰를 진행중인 조사팀
조사팀은 약 12일간의 일정 동안 한국계 기업, KOTRA, 한국대사관, 방글라데시의 여러 인권단체, 봉제노동자단체, 방글라데시 의류제조 및 수출업체 협회, 노동부 장관, ILO, 방글라데시 화재 및 건물 안전 협의체 관계자와 봉제노동자들을 면담하며 위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였다. 방글라데시 현지의 실상을 직접 목격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연내 발간될 예정이다.
글 _ 박영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