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성노동 포럼 ‘한일 임금차별 사건 판례의 동향과 평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단시간 노동자, 계약직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자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불안정 노동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남성은 20% 정도지만 여성은 50%가 넘는다고 한다. 따라서 남녀 간 임금 격차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해소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시간제 노동자법’(시간제 노동자 관련), ‘노동계약법’(계약직 노동자 관련), ‘노동자 파견법’(간접고용 노동자 관련)은 형식만 놓고 본다면 대한민국의 법령보다 불안정 노동자의 보호에 미흡하다. 예컨대 일본의 시간제 노동자법은 사용자에게는 단시간 노동자와 통상적 노동자의 균등 대우를 위해 노력할 의무만을 부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일본보다 차별적 처우의 금지를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일본보다 크다. 2012년 11월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가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고 발표했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9.8%로서 당시 2위였던 일본(29%)과도 10% 이상 차이가 났다. 이러한 남녀 간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일본에서처럼 한국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꾸준히 지적됐다. 그 결과 고용형태 간 근로조건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각 정하는 ‘차별적 처우의 금지’ 조항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차별시정 사건 중 차별로 인정된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고 그 결과 차별시정제도 이용 실적도 점점 저조해 가고 있다.
차별로 인정된 사례가 극히 적은 이유는 차별시정신청권의 주체를 엄격한 의미에서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한정하고(따라서 무기계약직 노동자나 도급계약에 따른 수급업체 소속 노동자는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없다), 차별적 처우가 있었던 날(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는 그 종료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때에는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용관계에 널리 퍼져 있는 직군 분리 시스템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되는 정규직 노동자를 설정하기가 어렵고 불리한 처우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차별로 인정되지 않는다. 절차와 판단은 엄격함에 반해 고용 기법은 나날이 발전하는 현재 상황을 놓고 본다면 ‘차별적 처우의 금지’ 조항의 실효성은 앞으로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법제가 일본의 법제보다 차별적 처우 금지를 엄격히 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차별적 처우를 제한하는 데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이에 지난 2월 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주최로 한일 여성노동 포럼 ‘한일 임금차별 사건 판례의 동향과 평가’가 개최되었다. 공감에서도 일본 측 발제에 대한 토론자로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 판례 및 결정의 비교, 분석에 초점을 맞춘 토론이었지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확립할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치를 줄이는 것이 남녀 간 임금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라 할 것이다. 또한 남녀 간 임금 격차의 원인에는 고용형태의 차이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여성노동자들이 집중적으로 고용된 업종의 열악함을 들 수 있다. 여성취업자들의 절반가량이 임금 수준이 가장 낮은 업종인 도소매·음식숙박업,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업에서 ‘기타’로 분류되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 업종은 모두 저임금, 불안정 노동, 열악한 작업환경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 외에도 사업체 규모별 임금 격차가 높은 상황에서 전체 여성 노동자 중 37%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점,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겪은 후 재취업하게 되는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 서비스직으로 열악한 업종이라는 점, 중간 및 고위 관리자의 비율이 낮다는 점도 원인이다. 따라서 여성 노동자들의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것이다.
글_윤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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