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명의도용 실태조사
공감은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홈리스행동이 2013년 서울특별시 인권보호 및 증진활동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수행한 ‘홈리스 명의도용 실태조사 및 정책대안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홈리스들이 금전이나 숙식,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말에 유인되어 주민등록등본이나 인감증명서와 같은 자신의 신분증명 서류를 제공하여 각종 피해를 입게 되는 명의도용의 구체적인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실태조사는 서울특별시의 거리, 시설, 쪽방에 거주하는 홈리스 100명을 대상으로 한 1대 1 면접 설문조사, 홈리스 15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 명의도용 피해 홈리스 법률상담과 후속 지원, 현행 법령과 제도 분석, 외국 사례와 제도 조사로 이루어졌습니다. 공감은 매주 1회 법률상담과 지원, 설문조사, 심층면접, 제도 분석 등 실태조사의 전 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공감 자원활동가와 법학전문대학원과 사법연수원의 실무수습생도 프로젝트에 부분적으로 참여하여 더욱 뜻깊었습니다.
▲ 2013년 11월 19일 열린 ‘홈리스 명의도용 실태조사’ 전문가 간담회 (사진제공:홈리스행동)
실태조사 내용 중 면접 설문조사 결과를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설문조사에서 명의도용은 본인의 명의와 관련된 서류를 떼어주거나 도장 등을 준 적이 없는데 나중에 명의가 사용되었음을 알게 되거나 강압에 의해 신분증명 서류를 떼어주게 된 경우를, 명의대여는 일정한 대가를 받기로 하고 본인이 직접 신분증명 서류를 떼어주거나 작성한 경우로 나누어 규정하였습니다. 100명 설문조사 대상 중, 4/3에 해당하는 77건이 명의대여로 인한 피해를, 1/4에 해당하는 25건이 명의도용에 의한 피해를 입은 건으로 나타나서(응답자 중 명의도용과 명의대여 두 유형 모두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2명), 명의도용 문제는 홈리스 당사자들에게 매우 광범위하게 발생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명의도용이나 명의대여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모두 응답하도록 한 문항에서는,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서’(25.7%), ‘잠자리나 거처를 제공한다고 해서’(13.2%), ‘아는 사람의 부탁이라 거절하기 어려워서’(11.0%), ‘거리 생활 중에 지갑이나 신분증을 분실해서’(11.0%), ‘술값을 내주거나 돈을 준다고 해서’(10.3%), ‘일자리를 준다고 해서’(8.1%)의 순으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명의도용과 명의대여로 인한 피해 내역이 무엇인지 해당하는 것을 모두 표기하도록 한 질문에서는, 대포폰 25.5%, 대포차 17.6%, 바지사장 17.2%, 대포통장 16.5%, 금융기관 대출 9.0%의 순으로 분포되었습니다. 피해 내역 전체 응답수는 267건인데, 이를 조사대상 수로 나누어 보면 한 사람당 평균 3건 정도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피해 내역으로 인해 당사자들은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압박감, 채무 독촉, 범죄 연루, 일자리 확보 어려움, 급여 압류나 예금 지급정지의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11월 홈리스 명의도용 실태조사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2013년 12월 19일 최동익 의원, 2013년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의 공동 주최로 열립니다. 홈리스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명의도용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계속하여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글-차혜령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