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후견인을 울리는 직업제한법, 미루지 말고 바꾸어야 합니다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에서 2021헌마1288 사건(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의2 제1호 위헌확인)에 대한 ‘각하’ 결정이 선고되었습니다. 2021년 10월, 공감이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과 함께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을 사회복지사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위 심판대상 조항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인 A의 자기결정권,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기했던 헌법소원에 대한 결론이 내려진 것입니다.
경계선 지능인 A는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학위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습시간까지 모두 이수하였습니다. 그러나 A는 사기피해 방지를 위해 어머니를 한정후견인으로 선정하는 후견개시심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복지사협의회로부터 사회복지사 자격증 발급을 거부당했습니다.
이에 공감은 피후견인이 직업 수행에 부적합하다고 확인되지 않은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그 자격취득을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행위이며, 잔존능력 존중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후견제도 취지에도 반하는 점 및 우리나라에는 심판대상조항인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의2 제1호 이외에도 피후견인을 자격제한 사유로 둔 법령이 300여 개에 달한다는 사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A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설명] 2021년 10월 1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진행된 ‘피한정후견인 사회복지사 자격 제한 헌법소원 기자회견
헌법재판소가 ‘각하’결정을 내린 사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2021년 10월, A가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종료 결정을 받아 더 이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으로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2024년 1월,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의2 제1호가 개정되어 ‘피한정후견인’에 대한 결격사유가 삭제되었으므로 이후에는 A처럼 피한정후견인이 사회복지사 자격발급을 거부당하는 사건이 반복될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객관적 심판이익’ 또한 인정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공감은 헌법재판소의 ‘각하’라는 결론 뒤에 그냥 지나쳐져서는 안 될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누려 합니다.
이 사건에는 여러 쟁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A의 한정후견은 쉽게 종료된 것이 아닙니다. 소위 발달‘장애’로 인해 후견을 개시하면, 현행법상 후견 종료는 후견 개시 사유 해소를 요건으로 하고 있기에 사실상 종료가 난망합니다. 때문에 A의 한정후견 종료심판 또한 공감과 사)온율이 지원하였으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후견종료결정은 A가 사실상 최초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후견제도 이용 현황은 어떨까요?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자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금의 후견제도는 본래 ‘한정후견’이 많이 이용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대부분 피후견인의 권리가 더 많이 제약될 수 있는 ‘성년후견’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원의 후견개시심판에서는 피후견인의 각종 직업수행능력이나 관련 직업제한 법령 현황은 고려대상이 아니지만 법원, 후견 청구인, 후견인 중 누구도 후견개시심판 과정에서 후견이 개시된 이후 직업제한에 대해서는 고려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인 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의2 제1호에서 ‘피한정후견인’이 삭제가 된 연혁이 궁금하진 않으신가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피후견인에 대한 수많은 직업제한 법령이 갖고 있는 문제는 사실 공통적입니다. 직업 수행 능력과 무관하게 피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한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법률의 개정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입법운동의 결실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개정된 지 오래지 않아 몇 년을 끌어온 사건에 대해 ‘법이 개정되었으니 더 이상 반복될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선고한 헌법재판소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피후견인을 울리는 직업제한법이 수두룩한 현실과 그로 인해 반복될 수 있는 피후견인에 대한 직업제한사례가 쉽게 상상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 분명 나아가고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런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더라, 피한정후견인은 이제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다더라’라는 정도로 지나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피후견인을 울리는 직업제한법 미루지 말고 바꿀 수 있도록 함께 의미를 새겼으면 합니다. 공감 또한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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