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 인권옹호자 실태 보고대회’를 다녀와서
지난 5월 6일 월요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 인권옹호자 실태 보고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보고대회는 어필, 공감, 국제민주연대, 민변, 무지개행동, 인권운동 사랑방 등의 여러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여 오는 5월 29일 방한하게 되는 마가렛 세카이야 UN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에게 보고하게 될 NGO들의 내용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 ‘인권 옹호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공감의 구성원분들이나 참여연대 등의 단체들에 속해서 공식적인 활동하는 분들만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인권 옹호자란 인권의 개념을 넓히는 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 자신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침해당한 상황에 대해 저항하는 모든 사람을 포괄하고 있는 의미였습니다. 한국은 3회 연속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1995년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시작으로 2006년에 이주민의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 그리고 2010년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두 번째 방문 등 총 3번의 특별 보고관의 공식 방문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제시되었던 포괄적, 그리고 구체적 권고 사항에 대해서는 고려하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특별보고관의 공식 방문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도 정부는 어떠한 준비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환경, 유랑민, 인권단체, 언론, 여성인권, 교육자, 법조인, LGBT 권리, 이주민 권리 등등 다방면에 관심이 있는 이번 특별보고관을 맞이하기 위해 모인 여러 단체에서는 한국에서의 인권 옹호자 탄압의 주요 경향, 노동권, 주거권, 환경권, 평화 옹호자, 언론의 자유 옹호자,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내부 고발자, 학생인권 옹호자, 장애인권 옹호자, LGBT 옹호자 (타리님 발제)와 이주민인권 옹호자에 대한 보고사항을 준비, 발표하였습니다.
물리적 폭력이 이전보다 쉽게 가해지지 못하자 업무방해, 손해배상, 과도한 벌금 등을 통해 경제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인권 보호 활동가들의 발을 묶고 사찰을 통해 활동을 스스로 규제하게 하며 심리적인 압박을 주며 경찰폭력뿐 아니라 경비업체(용역)들의 폭력, 그리고 국가안보논리를 이용한 위협세력 또는 ‘종북’이라 낙인 찍고 인권 활동가들을 향한 폭력 행위를 방조하고 그를 통해 더 큰 위협을 만드는 등 국민을 지키기 위해 만든 법을 악의적으로 적용하고 해외 활동가들의 입국을 거부하거나 강제추방을 하는 정부, 그리고 그를 지켜보기만 하며 ‘법을 어긴 사람들에게 무슨 인권이냐?’ 식의 태도만 보이는 무기력한 국가인권위원회.
공무원, 교사 그리고 기업 노동자들의 노조를 부정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징계를 내리고 해고를 감행하고 사설 경비업체를 이용하여 노동권 옹호자들에게 기획적인 폭력을 가하는 국가와 기업들.
용사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하지 않은 채 농성에 참여하였다가 생존한 철거민들을 구속하고 진압 과정에서 다친 사람들에게 지급된 보험료를 환수 조치하고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을 기소하고 구속하고 벌금형에 처하는 검찰과 홈리스, 출소자 도시 빈민의 자활공동체인 넝마공동체에게 폭행, 단전, 단수, 출입통제, 음식물 반입금지 등의 인권 유린을 감행하는 구청과 용역업체.
4대강, 골프장 건설, 핵 발전소를 비롯한 각종 발전소 건립을 둘러싼 대응 활동에 대한 탄압과 고소, 불순 외부세력 낙인 찍기, 반원전 활동가를 ‘국익 유해자’라고 분류하고 입국 거부, 시위하던 승려를 성폭력하고 분신 자결을 하신 할아버님의 사건을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깻단에 불을 붙이다 실화로 사망’이라고 보도함으로써 고인의 죽음을 왜곡하며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계획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정부기관.
총 649명 연행, 473명 기소라는 기록이라면 기록을 세우며 강행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건설에서 행해지는 전체 금액 약 1억 원에 다다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벌금과 무분별하고 과도한 경찰력의 투입, 용역 업체와 해군의 폭력을 방관하는 당국. (최근에 추락사고도 있었죠.)
보도기능 장악을 위해 낙하산 인사를 감행하고 비판적인 프로그램과 보도 조직을 폐지 또는 축소하며 언론자유와 독립성을 침해하는 정부와 그에 맞서는 노조를 대량 징계와 해고로 탄압하는 방송사.
유엔의 수차례 권고에도 군사훈련이 포함되지 않은 군복무 또는 민간영역의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군인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이들 그리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이들이 처벌을 감수해야만 하는 현실.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호 대상이 되더라도 직장 내에서의 따돌림, 징계, 고발 등의 보복행위의 피해자가 되거나 조사 기관에 신고하지 못하고 언론, 시민 단체 또는 인터넷을 통해 제보하는 경우 법 그리고 기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내부 고발자들의 고통.
‘학교의 자율성’이라는 명목하에 ‘학생지도’라는 이름으로 학생회 선거 공약과 논의 안건을 검열하고 학교의 명을 따르지 않으면 선출되더라도 당선을 취소하는 등 학생들에게 행해지는 인권 침해, 그리고 인권 옹호를 하다 보복성 징계를 당하거나 학교에서 쫓겨나듯 그만둬야 하는 학생들 그리고 1년에 약 150명의 학생이 목숨을 끊는 대한민국.
전체 장애인 중 4.9%가 1년에 10회 미만의 외출을 할 수 있고 45.3%가 초등학교 이하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열악한 장애인권의 상황에 덧붙여 장애인권활동가들에게 부당하게 가해지는 벌금과 물리적 폭력, 전기와 난방 중지로 건강권 및 생명권 침해에 이르는 장애인과 장애인권활동가들이 마주하게 되는 높은 장벽들.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 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려 하자 우리 구역에 사는 열 명 중 한 명이 성소수자라는 증거를 대라, ‘동성애를 허용하면 군 기강이 무너져 에이즈가 확산되며 김정일만 좋아한다.’, ‘동방의 빛, 동방의 순수한 우리 백의민족을 에이즈로써 파탄 국가를 만들어 불치의 병인 에이즈의 온상이 되어 학생들은 두려움과 공포의 장인 학교에 다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종북 게이’라고 낙인 찍는 등 LGBT 인권에 대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기회를 차단하고 악의적으로 인권옹호 활동을 왜곡하고 탄압하는 사회.
그리고 20년 이상의 이주 역사와 140만 명이 훌쩍 넘는 이주민들이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회원 수가 1만여 명 이상인 다문화 정책반대 카페를 비롯한 20여 개의 반다문화주의, 외국인 범죄의 범죄율이 아닌 절대 수의 증가만을 강조하는 외국인 혐오주의와 인종주의의 한국에서는 이주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현재 6년째 대법원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노조의 위원장들과 간부들은 표적 단속의 대상이 되어 구금되고 추방당하고 있는 것이 현 한국 거주 이주민들의 실태였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의 발제와 토론이 있었던 보고대회에서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어쩌면 관심을 두지도 않았던 사안들에 대해서 현장에서 직접 겪으신 여러 활동가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기회가 되어 매우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권보호에 나서는 사람을 장려하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질하며 막아서는 사회라며 안쓰러워하시던 분들, 등록되지 않은 모금을 한다고 해서 그럼 등록하겠다 했더니 불특정 다수를 위해 쓰이는 모금이라 등록할 수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규탄하시던 분들,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해고 사유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금고형으로 가게 해야 한다며 항소하는 검찰과 그 문건을 보고 충격을 받으시고 특권의식을 깨준 이 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는 ‘웃픈’ 말씀을 해주신 언론 노조분, 타인의 인권 침해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시위 진압을 거부해 스스로 병역 거부를 선언한 활동가님 등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 보며 우리나라 현실이 참 참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인권 옹호자 특별 보고관의 공식 방문이 한국의 인권 상황을 국세 사회에 알리는 것뿐 아니라 한국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모든 인권옹호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글_ 송민주 (공감 17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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